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평범함으로 만들어낸 특별한 무대
오카다 토시키 <현위치>, 히라타 오리자 <사요나라>, 제롬 벨&극단 호라 <장애극장>

최윤우_연극평론가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무언가에 반응하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전하는 그 ‘평범함’이 쉽지 않은 핍진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공연예술은 그렇게 가장 원초적인 질문 앞에 자아를 드러내고, 그것의 인과관계를 거슬러 올라가 현재의 나를 발견하게 한다. 때로 그것은 폭발적이고 격동적인 움직임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충격적인 사건 속에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발가벗겨진 날것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지극히 평범한 대화와 시선으로 그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무대가 있다. 페스티벌 봄 2013에서 선보이는 <현위치(現在地)> <사요나라> <장애극장> 등의 작품이 그렇다. 이들의 무대는 특별한 형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특별하게 우리의 삶을 들여다본다.

  • 현대무용, 연극, 미술, 음악, 영화, 퍼포먼스 등 현대예술 전 장르를 아우르는 국제다원예술축제 2013 페스티벌 봄이 시작된다. 공연예술축제의 홍수 속에서 2007년 시작된 페스티벌 봄은 개최 첫해부터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적어도 3년 이상 지나야 페스티벌의 정체성과 지속성을 확인하는 느린 걸음과 시선을 집중시켰던 키워드는 ‘혁신’이었다. 스펙터클한 대형공연이 아닌,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시도와 형식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었던 페스티벌은 현대 예술의 새로운 경향을 읽을 수 있다는 관심으로 확장됐고, 페스티벌의 성장 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올해 7회째를 맞이하는 페스티벌은 총 13개국 국내외 26개의 작품이 28일간 서울 곳곳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페스티벌 봄 홈페이지

    Design ⓒ Gento Matsumoto
    Design ⓒ Gento Matsumoto

    이번 페스티벌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 중 하나는 ‘두산인문극장 2013’과 공동제작 한 오카다 토시키의 <현위치(現在地)>다. 사소한 언어와 제스처를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독특한 안무와 연출로 주목을 받아 온 오카다 토시키의 2012년 신작, 하지만 이 작품은 그가 그동안 선보였던 어떤 작품보다 평범한 형식의 연극, 그리고 그 평범함으로 ‘오카다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 여자 7명이 살고 있다. 불길한 구름, 그리고 마을이 멸망할 것이라는 소문. 그 소문을 둘러싸고 일곱 사람에게 다른 변화가 일어난다. 멸망한다는 소문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겠다고 결의하는 사람, 마을을 탈출하는 데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 분노를 느끼지만 그곳에 그대로 남는 사람, 그리고 사건은 일어난다. <현위치>는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지진 사태 이후 현실에 대한 반응이 창작의 배경이 된 작품이다. 그의 전작들이 관객들의 상상 속에서 완성되는 무대였다면, 이번 무대는 ‘허구’ 속 등장인물들의 지극히 평범한 대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 Photo ⓒ Tsukasa Aok
    Photo ⓒ Tsukasa Aoki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가 불치병에 걸린 소녀에게 삶을 성찰하는 시를 읽어준다. 그 천사 같은 간병인은 로봇이다. 사소한 일상을 극사실주의적인 연출로 무대화하면서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히라타 오리자의 <사요나라>다. 이 작품은 이시구로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간 여성 모습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미노이드 F’와 여배우가 함께 연기한다. 삶과 죽음이 인간과 로봇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고민을 던지는 이 작품은 연극과 과학 간의 흥미로운 융합을 선보이는 작품. 정교한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연극 <사요나라>는 단순한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가? 어떻게 정서와 경험을 공유하는가? 그 ‘인간’에 대한 질문, 그것이 곧 ‘연극’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죽어가는 사람에게 계속 시를 읽어주는 로봇, 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답다고 인지하는 것은 어떤 근거에 기초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 Photo ⓒ Michael Bause
    Photo ⓒ Michael Bause

    199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창단된 씨어터 호라는 학습장애를 가진 이들의 창조적, 예술적 능력계발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애극장>은 무용수들에게 자전적 발화의 기회를 부여하는 다큐멘터리 연극이자 메타 무용으로서의 연작을 선보여온 제롬 벨과 극단 호라가 협업하여 선보이는 작품으로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만들어낸 무대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을 위한 담론도, 자신의 말을 대신 해줄 대변인도 없다. 열한 명의 학습장애 배우들은 차근차근 자신의 인생과 재능을 솔직하게 관객과 공유하며 각기 다른 자의식과 지적 능력은 관객에게 ‘차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연극은 저평가된 배우들이 실험연극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개성 속에 연극과 무용의 희망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출처 [페스티벌 봄 홈페이지]

  • 오카다 토시키 <현위치>
    일시 : 3월22일~3월27일 평일 8시 / 토일 3시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히라타 오리자 <사요나라>
    일시 : 4월4일 8시30분, 4월5일 8시30분
    장소 :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제롬 벨&극단 호라 <장애극장>
    일시 : 4월6일(토) 3시, 4월7일(일) 3시
    장소 :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공연문의 : 02-730-9617 홈페이지 : www.festivalbom.org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함께 나온 기사 보기

소통의 실패,
그 끝에선 사람들


침묵하여 반복되는
폭력을 직시하라


태그 페스티벌봄, 현위치, 사요나라, 장애극장

목록보기

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0호   2013-03-21   덧글 1
댓글쓰기
덧글쓰기

qwbvqg
yelafy@ikwcju.com

2014-06-26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