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서부터, 그리고 관심이 깊어지는 순간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이나 표정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할 때, 이미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리기도 하는 그것! 설렘으로 시작하여 깊은 신뢰로 유지되는, 아름답고 애잔하여 더 없이 그립고 그리워지는 그것이 우리가 경험했거나 혹은 꿈꾸는 사랑의 보편적인 모습이리라. 하지만 그러한 따뜻하고 섬세한 정서가 자칫 잘 못 다스려지면, 그 어떤 상황보다 비극적 결말을 가져오기도 한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질 수 없는 사랑의 속성이 집착이나 이기심, 폭력과 억압 등의 또 다른 형태로 확장되며 금기시 된 인간의 본능을 들여다보는 열쇠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로 그것은 당대의 사회적 담론을 에둘러 표현하는 소재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말하는 적극적인 표현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이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그 시대의 변화를 읽은 메타포로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한 여인과 그를 둘러싼 두 명의 남편의 대화로 이뤄진 연극 <채권자들> 역시 표면적으로는 엇갈린 관점으로 야기된 사랑의 비극적 복수를 그리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구시대의 관습과 새로운 이념간의 충돌과 변화를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