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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를 엿보게 하는 기묘한 이야기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남산예술센터 & 스튜디오 반 <물탱크 정류장>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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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자신은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삶으로 변화시켜 살게 해 주는 이상한 공간, 물탱크가 있다. 호기심에 물탱크를 열어본 남자(세종)는 그 안에 사는 낯선 남자와 마주친다. 긴 잠이 들었다 깨어난 세종은 그 사내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시간이 지나 세종의 옥탑방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 이사 온 사람도 세종처럼 물탱크를 찾는다. 그리고 세종은 이제 그 사람의 삶을 살게 된다. 남산예술센터 2013년 시즌 네 번째 작품, 연극 <물탱크 정류장>은 옥탑방 옆에 놓여 있는 물탱크 안에서 살고 있는 ‘사내’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 뒤 그 사내와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남자의 기억과 삶을 통해 인간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 지금까지의 자신은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삶으로 변화시켜 살게 해 주는 이상한 공간, 물탱크가 있다. 호기심에 물탱크를 열어본 남자(세종)는 그 안에 사는 낯선 남자와 마주친다. 긴 잠이 들었다 깨어난 세종은 그 사내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시간이 지나 세종의 옥탑방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 이사 온 사람도 세종처럼 물탱크를 찾는다. 그리고 세종은 이제 그 사람의 삶을 살게 된다. 남산예술센터 2013년 시즌 네 번째 작품, 연극 <물탱크 정류장>은 옥탑방 옆에 놓여 있는 물탱크 안에서 살고 있는 ‘사내’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 뒤 그 사내와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남자의 기억과 삶을 통해 인간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물탱크 정류장

    여기 낭만의 공간이지만, 현실적으로 소외된 공간이기도 한 옥탑방에 사는 세종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핍진할 때로 핍진해진, 그래서 하루살이와 같은 삶을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남자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속에는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출구가 없다. 연극 <물탱크 정류장>은 지금 우리시대의 얼룩진 현실을 상상의 공간을 통해 마주하게 한다.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개인주의와 무관심,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를 독특한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압축, 소설 속 만화적 상상력을 입체적으로 형상화 시켰다.


    불안과 꿈, 실존과 허상이 공존하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연인 수경과 옥탑방에서 동거 중인 30대 초반의 남자 세종이 있다. 경제적으로도 궁핍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지위도 없는, 그의 일상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함 가운데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옥탑방 옆 빈 공간에는 물탱크 하나가 방치된 채 놓여 있다. 호기심에 물탱크 뚜껑을 열자 물탱크 안에서 한 사내가 불쑥 튀어나온다. 정체불명의 사내를 만나고 그곳에 드나들게 되면서 현실과는 전혀 다른 물탱크의 기이한 마력을 알게 된 후 점차 물탱크의 환각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물탱크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난 세종은 황당한 사실을 목격한다. 물탱크 안에서 만났던 낯선 사내가 옥탑방 주인노릇을 하고 있고, 수경도 세종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물탱크에 있던 사내가 세종의 삶을 훔쳐 가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다. 물탱크사내는 세종의 일상을 살아가고, 세종은 물탱크사내의 역할에 적응해 간다. 얼마 후 그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새로운 거주자들이 이사 온다. 설비업체에서 일하는 남자와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의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저는 여자다. 이제는 세종이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칠 차례. 물탱크를 찾아온 사내와 대화를 나누며 세종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기회를 엿본다.

    연극 <물탱크 정류장>은 2010년 발표된 태기수 작가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일상의 모순을 치열하게 비판했던 단편소설집『누드크로키』처럼, 『물탱크 정류장』역시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상상의 공간(물탱크)을 통해 현대사회의 삭막한 일상과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는 작품이다.

    물탱크 정류장 포스트잇1


    소외된 인간들이 머무는 꿈의 공간

    <소녀도시로부터의 메아리><해바라기 관><오픈씨어터>등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과 오랫동안
    협업해온 스튜디오 반의 전작들처럼, 이강선 연출은 기묘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한 남자의 기억을 영상과 음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꿈의 공간으로 만든다.

    물탱크 정류장 포스트잇2

    현실에서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캐릭터들은 영상과 소리로 입체감을 입혔고,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극대화함으로써 고독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옥탑방과 바Bar, 연구실 등 현대인들의 소외된 삶을 상징하는 무대는 타인의 삶을 엿보는 공간으로, 무의미한 감정을 교환하는 공간으로 대변되는 그의 침대 역시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특별한 오브제로 활용되는 것은 ‘물탱크’다. 일상의 시공간이 아닌,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이 공간은 다양한 영상을 투영해 공간이 가진 물리적, 심리적 범위를 확장한다. 특히 물탱크 안에서 다른 존재로 재생되는 과정,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공간, 한 존재의 죽음과 재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신화적 공간이기도 하다.


    물탱크 정류장


    연극 <물탱크 정류장> 지칠 대로 지쳐 있는 현대인들이 한번 쯤 꿈꿔봤을 공간이다. 지금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망, 얽히고설켜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몰라 포기해버린 인간관계,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 땅 위에 서고 싶은 바람 등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아무리 발버둥해도 변하지 않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연극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질문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사진제공 : 남산예술센터]
  • 물탱크 정류장 포스터
  • 일시 : 6.26(수)∼7.14(일)
    평일 8시 / 토 3시,7시 / 일 3시 / 월 쉼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원작/극작 : 태기수
    연출 : 이강선
    출연 : 정인겸, 김숙인, 강현식, 김재구, 김필, 조승욱,
    강왕수, 박유밀, 이상홍, 이준영, 전수아, 김나라,
    정민교, 김지혜, 강소영
    문의 :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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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물탱크 정류장, 이강선, 남산예술센터, 스튜디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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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6호   2013-06-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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