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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에 남는 것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맨씨어터 <왕은 죽어가다>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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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부조리극은 매력적인 연극형식임에 틀림없다. 과장되고 상징화된 상황 설정, 일상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웃음, 그 속에 감쳐진 기호들은 비상식적인 사회와 삶에 대한 거침없고 직설적인 발언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연극무대에 다시 부조리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비상식적인 세상에 직면해 있는 현대사회를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도덕적 가치에 대한 경계는 이미 넘어섰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 넘쳐나는 시대. 그것이 권력이라는 허명 앞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 <왕은 죽어가다>는 이오네스코의 대표적인 부조리극이다. 절대 권력을 지닌 왕이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물들어있는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또 다른 발언이다.

  • 허망한 죽음들이 있었다. ‘악’ 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쩌면 그런 사건들은 이제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있다. 그동안 한 번도 드러나지 못했던 어떤 이들의 ‘악’ 소리다. 세상은 뜨거워지고 뭔가 변화가 일어날 듯도 보인다. 자성의 목소리도 들리고 화해의 몸짓도 보이는 듯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공허한 울림만이 맴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불합리한 권력 구조 속에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사라져 갈 누군가의 죽음이 예고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비정상적인 세상,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암묵적으로 묵인되어 왔던 현실이 표면화된 지금, 여기 권력이라는 속성을 파고드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있다. 모든 권력을 손아래 쥐고 시공간을 좌우하며 신처럼 살던 왕조차도 거부할 수 없었던 죽음. 이제는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그의 마지막을 그린 연극 <왕은 죽어가다>다.

    왕은 죽어가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죽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전우주적 왕국의 왕 베랑제 1세. 명령 한 마디면 비도 내리게 하고, 구름도 물러가게 하며, 에펠탑과 세계의 주요 도시를 세우는 등 모든 것을 뜻대로 좌우했던 왕이다. 자신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가차 없이 죽음으로 몰아갔던 절대권력. 그가 이제 곧 죽을 운명에 놓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죽음이 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는 제 1왕비 마그릿과 과학과 의학 지식으로 무장한 시의가 말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낭만적 사랑과 동정으로 왕을 위로하려 하는 제 2왕비 마리의 이야기만 들으며 죽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곧 현실을 인지하게 되는 그는 처음엔 부인하고, 완강히 반항하다가 결국에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283년을 살면서 277년을 재위한 왕이 죽음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하게 허물어지는가를 극명하게 그리고 있는 연극 <왕은 죽어가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왕이 어떻게 죽는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던 왕이 조금씩 그 사실을 인지하면서 저항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해 되묻고 있다.

    왕은 죽어가다 포스트잇1
왕은 죽어가다
어떻게 죽는가

왜 죽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도 왕은 죽어간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반전도 극적인 사건도 없는 이 작품은 왕의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을 지녔던 왕, 단지 자신의 죽음을 미처 정해지 못했기 때문에 찾아온 죽음일지도 모르는 그의 삶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 재위기간 동안 향락과 자신의 안위에만 몰두하며 살았던 그의 삶에 대한 후회도 뼈아프고, 제 2왕비의 변함없는 애정이나 삶에 대한 강한 집착 역시 죽음을 바꿔놓을 수 없는 지금, 그는 예정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지점은 왜 죽는가가 아닌, 어떻게 죽는가이다. 연극은 죽음 앞에 인간의 존재는 다름이 없다는 것, 죽음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던 왕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삶의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 <왕은 죽어가다>는 세상의 불합리한 구조를 꼬집고 있는 이오네스코의 대표적이 부조리극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비현실적이라고 느끼게 함으로써 그것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동시대의 사회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부조리극의 특성처럼, 왕국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고, 왕의 업적은 상상 불가능할 정도로 위대하다. 인물들 역시 모두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상황과 인물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부조리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 삶의 소중함을, 비정상적인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맨씨어터]
  • 왕은 죽어가다 포스터
  • 일시 : 7월18일(목)∼7월28일(일)
    월~금 8시 / 토 3시, 7시 / 일 4시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원작 : 외젠 이오네스코
    번역 : 오세곤 각색 : 조정일
    연출 : 전인철
    출연 : 유병훈, 신덕호, 황영희, 우현주, 박지환, 제정경
    문의 : 02-3443-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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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왕은 죽어가다, 맨씨어터, 전인철, 이오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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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7호   2013-07-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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