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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버지의 기막힌 변신이야기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발전소 301 <병신3단로봇>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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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에서 한 편의 공연을 지속적으로 공연한다는 것은 신작을 발표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발표한 공연이 충분히 관객과 소통하여 공연에 대한 수요가 이뤄져야한다. 말하자면 평단과 대중에게 괜찮은 평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 두 가지를 얻고 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쟁취되었을 때 남는 것은 초연의 완성도를 발전, 혹은 적어도 그만큼을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라온다. 자칫 괜찮은 평을 받았던 작품이 재공연에서 오히려 초연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앙상블과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배우들이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단기 프로젝트로 준비되는 최근 공연계 시스템에서 더 이상 당연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발전소 301호의 <병신3단로봇>은 대작은 아니다. 제작비로 충당하는 스펙터클한 무대장치나 화려한 미장센도 없다. 그런데 이 연극, 2011년 초연된 이후 해가 거듭할수록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진다. 작품의 생명력은 길어졌고, 더불어 극단의 이름도 탄탄해졌다. 이유가 뭘까?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비밀, 연극적 상상력을 확장시킨 무대언어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아픈 현실이 가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실직자가 되고 아내마저 집을 나간 외로운 가장 공상철은 6살 난 아들을 남겨두고 한강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장난감을 팔던 노점상 노인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어릴 적 로봇을 향한 꿈과 아들의 꿈을 떠올리게 된다. 상철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로봇을 선물하고 죽기로 결심 하지만 돈이 없다. 상철이 노점상 노인에게 사정을 하고 있는 사이 지나가던 고급승용차에서 김비서가 내리더니 남은 모든 로봇을 사가려한다. 순간, 상철은 장난감을 훔쳐 달아나려하고 노점상 노인이 뜯어말리면서 아수라장이 돼버린 그때 빛이 번쩍 하더니 상철이 로봇으로 변신한다. 상철은 김비서를 간단히 제압하고, 노점상 노인은 노박사로 둔갑하여 자신이 찾던 이가 나타났다며 놀라워한다. 그때, 승용차에서 상철을 해고시킨 왕사장이 내리더니 상철을 공격하여 쓰러뜨린다. 그리고 왕사장은 상철의 업무과실로 인한 회사의 손실을 보상하라며 아들을 찾고 싶다면 돈을 갖고 올 것을 요구한다. 또한 지금의 1단계 변신정도로는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며, 최소한 3단계 변신을 이뤄야 상대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렇게 상철은 3단계 변신을 위해 적을 찾아 나선다.

    병신3단로봇

    ‘SFScience Fiction 활극’이라는 신선한 형식을 무기로 2011년 초연된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극발전소 301의 은 우리시대의 ‘아버지’라는 존재와 그들을 부정하게 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날선 비판을 무대가 확장할 수 있는 극적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연극으로 표현하기 힘든 무대라고 생각하기 쉬운 물리적 한계성을 더 자유롭게 확장시킨 연출가 정법철의 출사표는 현재진행형이다.

    병신3단로봇

    뜨거운 꿈이어서 더 아픈 희망

    연극은 최소한의 소품으로 변신로봇을 구현한다. 만화책을 뚫고 나온 듯한 캐릭터와 상황들 속에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요소가 숨겨져 있다. ‘야근펀치’, ‘연봉삭감 킥’, ‘정리해고 빔’, ‘사채 부메랑’, ‘허리케인 대형카드’ 같은 공격기술이 난무하고 ‘호떡 크로스’, ‘호떡 스피드’로 폭력에 맞서는 주인공의 역투 등 연극은 SF활극다운 기상천외한 몸짓과 역동적인 액션으로 가득 차 있다. 우여곡절 끝에 상철을 옭아매던 사회구조와의 한 판 싸움을 멋진 승리로 장식한 무대. 하지만 그가 눈을 다시 뜬 곳은 여전히 한강다리 위다.

    병신3단로봇

    ‘호접몽’胡蝶夢 을 말하는 노박사의 대사가 다시 새겨지는 사이, 상철이 꿈꾼 세상은 일장춘몽一場春夢 처럼 사라진다.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호떡장사를 해보려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내는 부채로 인해 채권자에게 끌려가고, 상철은 꿈에서처럼 로봇으로 변신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삶이란 그리고 현실이란 / 어느 것이 참이고 / 어느 것이 꿈인지 / 도저히 모르겠어 / 다시 잠을 잔다 / 또 꿈을 꿈결 같이 꾼다’는 싯구처럼 다시 꿈이라도 꿀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에 남겨진 상철은 눈물만 흘린 뿐이다.

    연극 <병신 3단로봇>은 이렇듯 현실에 대한 진중한 고민과 시선을 기반으로 과감한 설정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무대를 확장시킨 작품이다. 또한 ‘아빠가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설정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의 존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사회와 세상에서는 한없이 작고 힘없는 존재라 할지라도, 적어도 자녀 앞에서는 무한한 힘의 근원이 되고 싶은 아버지들의 욕망, 누구나 꿈꾸었을 법한 로봇을 향한 동경과 로봇이 되고 싶은 간절한 현실. 이들을 맛깔나게 버무린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의 강한 열망이 현실이 되어버린 한 아버지의 기막힌 변신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시대의 또 다른 일면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 병신3단로봇 포스터
  • 일시 : 8월1일(목)~8월31일(토) 평일 8시 /
    토,일,공휴일 4시 / 월쉼
    장소 : 북촌아트홀
    작,연출 : 정범철
    출연 : 유안, 리민, 이동용, 윤종구, 이영설, 윤종구, 김관장,
    백선우, 김순태, 김영진, 구철호, 김효선, 최은경, 한일규,
    류리라, 이교엽, 배소현, 한아름, 김형섭, 심규현
    문의 : 010-9239-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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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병신3단로봇, 정범철, 극발전소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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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29호   2013-08-0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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