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창작극의 역사가 된 도전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작은신화 ‘우리연극 만들기’ <창신동> <우연한 살인자>

최윤우_연극평론가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처음엔 도전이었으나 지금은 흔들리지 않는 역사가 된 프로젝트가 있다. 어렵고 힘들 때 일수록 그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자문하며 지켜내고 발전시켜온 창작희곡 발굴 프로젝트, 극단 작은신화의 ‘우리연극 만들기’다. 1993년부터 시작돼 격년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년 간, 23명의 작가를 발굴하고 23개의 초연작을 올렸다. 이 무대를 통해 연극계에 자리 잡은 극작가들은 이제 중견이 되었고,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신진 작가들에게는 공연까지 이어지는 등용문으로써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가고 있다. 많은 단체와 극장에서 그동안 창작극 활성화를 위한 공모전들을 진행해왔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시점, 민간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우리연극 만들기’는 분명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우리연극 만들기
극단 작은신화 ‘우리연극 만들기’
‘우리연극 만들기’는 지난 20년 동안 조광화, 장성희, 고선웅, 김태웅, 윤영선, 오은희, 안현정, 최치언, 김원, 이윤설, 이시원, 오세혁 등 국내 주목 받는 극작가들이 거쳐 간 의미 있는 무대였다. 특히 창작 초연 뿐 아니라 관객과 극단의 평가를 통해 우수 작품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레퍼토리화의 기회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연극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10번째를 맞이하는 ‘우리연극 만들기’에 지원한 총 40여 편의 작품 중에서 박찬규 작 <창신동>과 윤지영 작 <우연한 살인자>가 최종 선정되었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극단 작은신화의 정승현 연출에 의해 선보이는 두 작품은 신진 작가와 연출의 무대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실과 희망 사이, 희생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이야기
박찬규 작, 김수희 연출 <창신동>


일시 : 10월 10일(목)~10월 20일(일)
장소 : 정보소극장
작 : 박찬규 연출 : 김수희
출연 : 정의순, 김왕근, 김문식, 이혜원,
박지호

친한 언니의 자살로 홀로 남겨진 갓난아기를 돌보고 있는 연주. 장례식이 끝난 후 아기의 친척들이 집으로 모이지만, 각자의 가정 형편을 이유로 아무도 그 아이를 돌보려고 하지 않고, 연주는 자신이 키우겠다고 한다. 그런 연주를 못마땅해 하는 배다른 오빠 현수는 동생 이상의 감정으로 연주에게 집착과 폭력을 휘두른다. 결국, 현수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연주가 동네 남자들과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연주에게 폭력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연주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고 홧김에 현수를 살인하게 된다. 유일하게 연주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건 아기의 할아버지 동식일 뿐이다. 동식은 연주에게 아기를 부탁하며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연주는 모든 비밀을 감춘 채, 아이와 함께 창신동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연극 <창신동>은 아직도 골목골목마다 영세한 봉제 가게가 빼곡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착각마저 드는 창신동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부모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갓난아이와 그 아이의 양육을 피하려는 친척들, 가족과 다름없는 언니의 아이라는 이유로 남겨진 아이를 책임지려는 여자(연주)를 둘러 싼 이 작품은 벗어나려고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좁은 동네의 어두운 모습을 그린다. 연극 <창신동>에는 한국사회의 성장 이면에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한 사람들, 그래서 ‘희생’이 익숙해지고, 가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간의 존중과 계급이 거세된 그 곳에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자와 그럼에도 창신동을 떠나지 않는, 변하는 것조차 이제는 버거워 하는 이들의 모습이 비극적으로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연극은 이런 어두운 현실에서도 아이를 안고 창신동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여자(연주)의 모습을 통해 이들이 바라는 현실적인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우연한 살인자
우연한 살인자


잠재된 기억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윤지영 작, 정승현 연출 <우연한 살인자>


일시 : 10월 31일(목)~11월 10일(일)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작 : 윤지영 연출 : 정승현
출연 : 홍성경, 서현철, 강일, 오용택,
안꽃님, 최지훈, 성동한, 김석이,
박삼녕, 오현우, 박종용, 이지혜,
고병택, 이승현

17세에 가출한 김영호는 댐 건설로 고향 땅이 잠긴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자란 마을 '성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여덟 명의 마을 주민을 살해한다. 김영호의 정신과 주치의 닥터 K는 그의 기억을 따라가며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추궁한다. 김영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어머니 미스김, 어린 시절의 화재와 동생의 죽음,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 그가 기억하는 과거는 모두 사실인 것일까, 아니면 조작인 것일까. 그것이 조작이라면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진실을 덮은 것인가. 치료를 하는 동안 그의 입을 통해 어두운 과거와 놀라운 비밀이 밝혀진다.

연극 <우연한 살인자>는 살인을 저지른 한 남자의 기억을 따라가며,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과정 속에서 조작된 기억과 망각, 그리고 진실과 마주하며, 주인공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정말 ‘우연한’ 살인이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다. 미니멀한 무대, 탄탄한 희곡과 세밀한 연출, 섬세한 감정연기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간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묵직한 질감으로 무대를 채운다.

우연한 살인자
[사진제공: 극단 작은신화, 코르코르디움]


  • 우리연극 만들기 포스터
  • 극단 작은신화 ‘우리연극만들기’
    작품 : <창신동> (작 박찬규, 연출 김수희 )
    10월 10일(목)∼20일(일) / 정보소극장
    <우연한 살인자> (작 윤지영, 연출 정승현)
    10월 31일(목)∼11월 10일(일)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문의 : 02-889-3561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함께 나온 기사 보기

태그 작은신화, 창신동, 우연한 살인자

목록보기

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33호   2013-10-10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