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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세계 속 경계를 벗기 위한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극단 신기루 만화경 <해님지고 달님안고>

최윤우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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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지고 달님안고


  • 가끔 어린아이의 삶을 보면 하루하루 달라지는 표현과 깊어지는 시각에 놀랄 때가 있다. 그것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두렵고 낯설지만 애써 용감하게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에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둘 아이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옛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이 한 단계 더 깊은 걸음을 걷기 위한 도약이든, 잠잠한 가운데 얻게 되는 어떤 깨달음이든 다시 말해 물리적 성장이든, 정신적 성장이든 그것은 생각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중요한 지점은 그것이 행동하는 순간에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성장’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지도 모른다. 이전과 다른 행동을 위해서는 무엇인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익숙함을 버려야 하는 것도 있고, 오랫동안 그렇다고 믿어왔던 것을 부정해야 하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 성장이라는 것은 스스로 규정하고 만들어놓은 경계를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여전히 아프고 가진 것을 잃는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일지라도.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 역시 한 아이의 성장을 그린다. 알 수 없는 어떤 세계의 이야기다. 현실과 꿈을 분간하기도 힘든 시간, 고통을 뚫고 다시 고통을 맛보게 되지만, 분명 다른 성장을 꿈꿔가는 우리 시대의 성장담이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2007년 국립극장 창작공모 가작 당선작으로 2011년 초연됐던 작품이다. 세련된 언어 구성과 리듬감 있는 대사, 변신이 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주의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동이향 작가의 시적 언어와 연극적 상상력으로 그려진 몽환적인 세계는 경계를 뚫고 나아가는 인생의 또 다른 성장을 다루고 있다. 이번 무대는 동이향 작가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감성으로 그려졌던 초연과 달리 현대적이며 미니멀한 공간에서의 놀이와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해님지고 달님안고

    도깨비 숲 속 난장 같은 혼돈과 성장의 과정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숲 속, 도깨비들이 사는 늪. 그보다 더 깊숙한 숲 속에는 마누라가 도망간 후 아이에게 집착하며 사는 황 노인과 어미가 그립고 세상이 궁금한 아이가 있다. 어느 밤, 집을 뛰쳐나온 아이는 황 노인에게 잡혀 도로 집으로 돌아가다 황 노인의 목을 조르게 되고, 그 때부터 아이는 눈이 멀고 황 노인은 반송장 상태가 되고 만다.

    도깨비 중 적도깨비는 정을 통하던 과부댁이 아이를 원하자 이 눈 먼 아이를 과부댁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과부댁과 아이는 서로가 너무 낯설다. 과부댁은 결국 적도깨비로부터 도깨비방망이를 빼앗아 수없이 많은 아기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아기들은 곧 숨이 끊어지고 만다. 화가 난 도깨비들은 과부댁을 도깨비 늪으로 끌고 와 반송장 상태의 황 노인과 억지 혼례를 치르며 취해가고, 적도깨비는 과부댁에 관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몸부림치다 도깨비 주문으로 자신과 과부댁의 몸을 맞바꾼다. 그러자 다른 도깨비들이 이 주문을 따라 하며 내가 너이고 네가 곧 나인 물아지경의 난장이 펼쳐지고, 그때 월식이 일어난다. 오랜 세월, 월식의 밤에 용이 승천하기를 기다려온 낡은 도깨비는 아이의 몸을 용의 제물 삼아 늪으로 던진다. 아버지 황 노인과 몸이 뒤바뀐 아이는 늪으로 한없이 가라앉으며 죽음의 세계로 넘어간다.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아버지와 단 둘이 고립된 상태에서 자라온 아이가 아버지의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 구별할 수 없는 기묘한 꿈을 꾸고 일어난 것처럼, 유머러스하고 재기 넘치는 캐릭터로 묘사된 도깨비들의 난장 속 한 아이의 혼돈과 성장을 그리고 있다.

    해님지고 달님안고

    유희성으로 변신한 신화의 세계

    <해님지고 달님안고>는 환상으로 이뤄진 신화의 세계다. 한 아이의 성장담과 도깨비들의 유희가 꿈결처럼 펼쳐지는 무대는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유희성으로 가득 차 있다. 연극은 거대 신화와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성장과 파괴, 기쁨과 두려움 등 인류의 원형질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연출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2011년 토속적이고 전래동화 같았던 성기웅 연출의 작품을 2013년 동이향 연출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다.

    “인간의 기억 속에 있는 근원적인 기쁨과 고통의 모습인 도깨비가 현재에 등장을 한다면”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놀이적이고, 육체적인 이미지화를 강화한 도깨비들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는 극의 재미를 더했다. 감수성 풍부한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이 참여하여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의 도깨비 세상을 더 몽환적으로 그려내며 극적 상상력을 확장시킨 무대 역시 기대감을 높인다.

    해님지고 달님안고
  • 해님지고 달님안고 포스터
  • 일시 : 12월 12일(목)∼12월29일(일)
    화∼금 20시/ 토, 공휴일 15시, 19시/일 15시/ 월 쉼
    장소 : 정보소극장
    작,연출 : 동이향
    출연 : 박윤석, 오민정, 이선희, 이소희, 박경구,
    전익수, 김석기, 임윤진
    문의 : 02-764-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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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6호   2013-11-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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