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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어 담기엔 너무 큰 죽음
극공작소 마방진 <고독청소부>

김슬기_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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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청소부
모두를 위해, 사라져줘야겠어

연극 <고독청소부>는 이미 그 제목에서부터 이 사회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까발린다. 고독을 청소하다니요. 도대체 왜? 도대체 어떻게? 그런데 생각보다 그 이유도, 방법도 간단하다. (고독 말고) 고독사 자체를 줄일 수는 없으니까, 고독사한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건건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정말로 비용이 절감되려나? 일단 잘 모르겠다고 치자. 그런데 과연 비극적인 뉴스들을 안 듣는 것만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려나? 그럴 리가!

하지만 사회는(누구?)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아, 현실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연극이 만들어낸 허구의 나라 얘기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이 땅에는 고독사 위험 1군으로 분류된 이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감시자들은 1군의 사람들이 언제 고독사할지 모르니, 이들을 꾸준히 주시하다가 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출동한다. 죽음을 막거나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은 당연히 매뉴얼에 들어 있지 않으며, 오로지 청소로서 살기 좋은 사회 건설에 이바지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고독청소부


고독청소부
아무 데나 갖다 붙이지 말아 줄래

한편 고독사 위험 1군으로 분류된 이들은 당연히 혼자 사는 이들이다. (아, 잠재적 위험군으로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갈 것인가!) 그런데 사회가 하는 일이 어쩐지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것이, 이들은 도무지 고독사할 것 같지가 않다. 분명 어떤 문제적 상황에 직면해 있기는 하나, 적어도 이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하려 한다. 진실이야 어떻든 아르헨티나에 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비행 공포를 극복하려는 노인에게서도, 인터넷 광고에 낚여 결제된 단돈 만 육천 원이 아까워 업체에 전화를 걸어 욕을 퍼붓는 여자에게서도 죽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생의 의지가 넘쳐난다.

이쯤 되면 고독사라는 것이 도무지 무엇을 뜻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회가 사람들을 재단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죽고 홀로 사는 노인, 애인과 헤어지고 두문불출하는 여자, 기껏해야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죽음 앞에 세워두었으니, 고독청소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감시자들은 이들이 탱고 선율에서 새로운 생의 의지를 길어 올렸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연극은 고독사 위험 1군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죽음은 결국 스스로에 의한 것도, 구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한 것도 아니다. 이 명백한 타살 앞에 고독을 갖다 붙일 수는 없다. 연극이 아닌 현실의 ‘고독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고독청소부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이상 고독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왜 사냐고 묻거든 그저 웃지요, 하지 않고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 과거로 회귀하거나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앞서 달려 나가 보는 것, 어느 날 문득 더 이상은 세상과 화해하기 싫어지는 것, 그 모든 것이 결국 고독이니 이는 죽음보다는 생과 가까이 있다. 그러니 죽음을 고독의 껍질 안에 가두어 청소하려는 건, 결국 더 나은 삶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아닐까.

  • 고독청소부 포스터
  • 일시 : 3월26일(수)∼4월6일(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 월 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작,연출 : 이진경
    출연 : 김종칠, 강애심, 견민성, 김성현,
    김민서, 이지현, 홍의준
    문의 : 070-8118-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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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고독청소부, 마방진, 이진경, 대학로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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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40호   2014-03-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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