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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음악극으로 환생하다
2014 산울림 고전극장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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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의 연극화는 현재 진행형

    소설의 연극화가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이처럼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직까지 답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지만 미뤄 짐작해볼 만한 몇 가지 단서들은 있다. 창작 소스의 다원화 경향, 그리고 새로운 연극 문법에 목말라하는 예술가들의 성향 등이 그것이다.

    최근 소설의 연극화는 젊은 창작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이들은 무대 상연을 전제로 쓰인 문학, 의지의 대립이나 갈등을 본질로 하는 문학인 희곡 장르에 대해 창작자로서 일정 부분 제약을 느끼는 듯하다.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 따라 예술가의 관심사, 예술가가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미묘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인물 간 대립을 통한 갈등의 생성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갈등의 현 상태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또 그것을 관객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데 있다.

    소설이 무대를 만날 때 나타나는 공통 특성 중 하나는 기성의 연극 문법 중 여러 가지가 생략된다는 것이다. 최근 소설의 연극화는 대체로 무대, 소품, 조명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낭독공연,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빌려 이뤄진다. 전통적 연극언어에서 벗어나 색다른 연극언어를 찾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소설 텍스트가 연극의 실험 재료로 간택되고 있다.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연극 텍스트는 소설과 연극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다. 두 장르 사이의 상호텍스트성이 상상의 틈새를 벌리고, 이 상상의 틈새를 배우의 몸, 소리, 음악 등 다채로운 감각 재료가 채운다. 소설 텍스트의 주된 특징인 묘사와 설명이 희곡 텍스트의 두드러지는 특징인 대사와 행동 및 극적 갈등과 때때로 충돌하고 때로는 어우러진다. 예술가들은 이 과정에서 색다른 감각의 연극언어가 탄생하길 기대하고 기다린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소설과 연극에 음악을 더하다

    올봄 극단 여행자의 이대웅 연출가가 ‘산울림 고전극장’ 참가작으로 선보이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이 같은 젊은 연출가의 소설연극 계보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소세키의 동명 원작은 중학교 교사인 진노 구샤미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그 집의 서재에 모여드는 메이테이, 간게쓰, 도후 등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보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양이의 눈을 빌려 메이지 시대의 교양 있는 신사들의 언동을 묘사하고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낸 이 소설은 당대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은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대웅 연출가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통렬히 비난하고 조소하는 것 외에 소세키식 유머를 극대화하고 동시대 관객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꾀하기 위한 방편으로 음악극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밴드 고래야의 리더 옴브레와 함께 만드는 이번 작품은 곳곳에 노래와 음악이 포진돼 원작과는 꽤나 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또 원작에서 고양이 화자라는 설정은 그대로 가져오지만 원작(원작의 경우 고양이가 처음에 냉정한 관찰자로서 인간을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점차 인간을 동정하다가 결국 말미에 자살을 택한다)과는 달리 4명의 등장인물과 고양이 화자 간 경계를 극 초반부터 흐릿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망원경을 통해 인간사를 거시적으로 보기보다는 현미경으로 인간 심리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방식을 택한 소세키의 원작과 이대웅 연출가의 신작 연극은 어느 정도까지 닮아 있을지, 또 얼마나 다를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동시대인에게 어떤 감정을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포스터
  • 일시 : 3월26일(수)∼4월6일(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장소 : 산울림소극장
    원작 : 나쓰메 소세키(なつめ そうせき)
    각색 : 김진선
    연출 : 이대웅
    출연 : 김호준, 권은혜, 황의정, 김승일
    문의 : 02-334-5915 / 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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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울림소극장, 이대웅,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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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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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   2014-03-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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