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통계에 사람의 얼굴을 입히다
아시아문화개발원 <100% 광주>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100% 광주>

<100% 광주>
<100% 도시> 연작 프로젝트
현실과 허구의 간극을 허무는 리미니 프로토콜의 연극

무표정한 통계 수치에 역으로 다시 우리 이웃의 생생한 얼굴을 입히는 시도가 무대에서 이뤄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다큐멘터리 연극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리미니 프로토콜이 광주와 서울에서 차례로 선보이는 <100% 도시> 연작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100% 도시> 연작 프로젝트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베를린 헤벨극장(HAU1)에서 초연된 <100% 베를린>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작품은 런던, 파리, 브뤼셀, 멜버른, 도쿄 등지를 거쳤다. 각국의 여러 도시에 머무르며 검증되고 무르익은 이들만의 독특한 방법론은 마침내 <100% 광주>라는 이름으로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준비 사업의 일환인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 공연은 지난해부터 6개월이 넘는 제작 기간을 거치면서 공연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독일을 기반으로 하는 연극 단체인 리미니 프로토콜은 한국 연극계에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페스티벌 봄), <콜 커타>(백남준아트센터) 등 이미 두 차례 작품으로 국내 관객을 만났다. 이들의 공연은 드라마 중심에서 벗어난, 소위 ‘포스트드라마 연극’을 지향한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이론서 속의 활자로나 만나보던 포스트드라마 연극을 실제 무대에서 생생하게 구현해내며 국내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현실을 색다르게 보게 하기 위해 새로운 공연 형식을 그때그때 개발하는 이들의 파격적인 연극 만들기 방식은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젊은 연극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현실과 허구의 간극을 허무는 연극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하는 데 리미니 프로토콜의 공연이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질문과 답을 통해 마주할, 내 이웃의 진짜 얼굴

이번에 선보일 <100% 광주>는 광주의 통계학적 수치에 해당하는 광주 시민 100인으로 구성된다. 다큐멘터리 연극답게 전문 배우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으며 사전에 쓰는 대본도 없다. 2012년 광주 인구통계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은 광주 전체의 6%, 외국인 인구는 1%를 차지한다. 이 수치를 반영해 <100% 광주>에 참여하는 시민 100명 중 6명은 70대 이상 노인, 100명 중 1명은 외국인이 될 예정이다. 섭외는 최초의 1명이 자신의 지인 중 통계학적으로 적합한 다른 사람 1명을 데려오고, 그 사람은 또 그 다음 사람을 데려오는 방식을 택했다. 최종적으로 100인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인 지인의 형태로 모두 연결된다.

<100% 광주>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는 연극이지만 기존 연극의 요소도 발견할 수 있다. 1부 자기소개에서는 광주 시민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독특한 물건을 소개하면서 자신을 기억시킬 수 있는 짧고 강렬한 내용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자신이 데려온 다음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식이다. 2부 무리짓기부터는 새로운 형식 실험이 본격화된다. 성별과 나이, 거주지, 국적, 소득 등과 같은 통계학적 구분에 따라 무대 위에서 작은 소집단을 형성한다. 무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은 작은 무리들이 형성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3부 질의응답의 경우, 광주 시민들의 신념과 정치적 의견, 성장 배경, 일상, 좋아하는 자동차, 타고 다니는 버스, 좋아하는 술의 종류 등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이 던져질 예정이다. 질문에 대해서는 판토마임, 플래카드, 핸드폰 불빛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답이 이루어진다. 3부는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질문과 답이 만들어내는 깊이와 결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 속의 생활인들과 함께 구체적인 상황과 특정 장소를 재현이 아닌 방식으로 무대 위에 현현하게 할 공연 <100% 광주>.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은 통계 수치와 대중의 익명성 속에 숨겨진 우리 이웃의 진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까. 최연소 주인공인 세 살배기가 구현해내는 광주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100% 광주>가 그저 신선한 아이디어를 곁들인 공연이 아닌 깊이 있는 공연, 입체적ㆍ실질적 관극 경험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 <100% 광주> 포스터
  • 일시 : 4월19일(토)~4월20일(일) / 4월26일(토)~4월27일(일)
    장소 :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콘셉트 :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
    연출 : 헬가르트 하우크(Helgard Haug),
    슈테판 카에기(Stefan Kaegi)
    출연 : 광주광역시 시민 100명
    문의 : 062-410-3633


[궁금하다 이 연극] 함께 나온 기사 보기

태그 <100% 광주>, 리미니 프로토콜

목록보기

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제42호   2014-04-17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