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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으로 직조해낸 ‘전체’
공연제작센터 & 서강대커뮤니케이션센터 <황금용>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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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곡 <황금용>을 쓴 작가는 독일인이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는 현재 취업이나 결혼 등을 통한 합법적인 이민 외에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난민이 몰려들고 있다. 작가는 이 같은 세계화를 소재로 삼아 물질에 대한 현대사회의 욕망이 빚어낸 디스토피아적 풍경을 그린다. 작가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가려진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과 소외다. <황금용> 속 세계는 비단 머나먼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남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입안에서 썩어가는 치아처럼 예민하게 한국 관객의 신경을 건드린다. 이주민 백만 명 시대를 맞은 한국에서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어쩌면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파편들

    연극 <황금용>의 첫 배경은 유럽의 어느 소도시에 위치한 타이-차이나-베트남 간이식당인 ‘황금용’이다. 황금용에서 일하는 젊은 중국인 요리사는 치통을 앓지만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치과에 갈 수 없다. 치통은 점점 심해진다. 동료 요리사들이 스패너로 충치를 뽑아주지만 중국인 청년은 결국 과다출혈로 죽고, 동료들은 밤에 그의 시체를 황금용 카펫에 말아 강물에 던져버린다. 극은 시신이 강물을 타고 고국인 중국 해안에 도달할 것이라는 환상적 결말로 끝을 맺는다.

    ‘부분’으로 직조해낸 ‘전체’

    작가는 실상은 아수라장인 ‘세계화’를 파악해내는 방법으로 모자이크식 글쓰기를 택했다. 모자이크는 작은 파편들로 구성된다. 극에서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간의 파편화된 체험과 기억이다. 48개의 짤막한 장면들로 이뤄진 이 작품은 여동생을 찾아 갓 불법 입국한 중국청년을 통해 세계화의 비참함을 보여준다. 이밖에 다섯 명의 동양인 불법체류자와 이 식당을 이용하는 이웃 백인들의 이야기가 동시무대적 기법으로 제시된다. 비참함과 불행은 이들 또한 비켜가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파편화는 우선 배우의 역할 간 경계를 무너뜨리며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된다. 5명의 배우가 17개 배역을 소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본래 자신이 지닌 신체적 조건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동양인인 남자 요리사가 서양인인 스튜어디스가 되기도 하고, 늙은 여자 요리사가 열아홉 살의 소녀로 변신하기도 한다. 배역뿐만 아니라 대사와 해설, 지문이 충돌하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한다. 심지어 한 장면 안에서도 극 중 배경은 황금용 식당에서 비행기 안, 이웃집 등의 공간으로 쉴 새 없이 넘나든다.


    모자이크로 아픔을 증폭시키다

    파편적인 장면들은 각양각색의 세상 사람들에 대한 환유적 묘사가 된다. 각 인물의 에피소드는 인과적 진행에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대표하는 부분으로서 제시된다. 외국인 이주민들의 팍팍한 삶, 그리고 이들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전체의 한 부분이자 부분이 모여 이룬 하나의 전체이기도 하다. 분산된 장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무늬를 이루게 된다. 모자이크처럼 짜인 대사와 상황들이 기괴하고 매혹적인 미궁을 창조해낸다.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연극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중간중간 삽입된 개미와 베짱이 우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파편화된 각 장면을 다시 하나의 세계로 직조해내게끔 미궁 속 ‘아리아드네의 실’ 역할을 한다.

    ‘부분’으로 직조해낸 ‘전체’

    극 중 등장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다 보면 마침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하나같이 불만족의 상태인 무대 위 존재들, 그러나 너무나도 허약한 존재들이 과연 이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돌파해나갈 수 있을까. 작가는 아마도 아픔에 대한 공감을 구원의 실마리로 여기는 게 아닐까 싶다. 극이 진행될수록 부분의 아픔들은 켜켜이 쌓이고, 부분의 아픔이 쌓이면서 그려낸 전체의 아픔은 그저 모른 척하기엔 너무 큰 무게로 다가온다.


  • ‘부분’으로 직조해낸 ‘전체’
  • 일시 : 5월9(금)~5월18일(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 월 쉼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원작 : 롤란트 시멜페니히
    연출 : 윤광진
    출연 : 이호성, 남미정, 이동근, 한덕호, 방현숙
    문의 : 070-435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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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황금용, 롤란트 시멜페니히, 윤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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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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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호   2014-05-0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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