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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명동예술극장 <그을린 사랑>

최윤우 _ 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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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은 15년간 지속된 레바논 전쟁의 참혹한 일상을 냉소적이고 사실적으로 담아낸 예술영화로 유명세를 탄 작품이지만, 레바논 태생의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이 원작이다. 시적인 언어의 강렬함과 풍부한 대사, 오이디푸스 신화의 비극을 모티브로 한 탄탄한 서사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 <그을린 사랑>이 명동예술극장 해외신작공연으로 공연된다. 국내에서는 2011년 예술영화 최다관객동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로 먼저 알려졌지만,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2003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각지에서 쉼 없이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중동의 어느 나라. 어머니 나왈이 죽은 후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유언집행인으로부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편지를 전하라는 유언을 듣게 된다. 임종 직전 5년 간 침묵했던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에 당황한 남매. 하지만 잔느는 지금까지 알던 것과 상반되는 유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 한 장에 의지해 그의 고향을 찾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의 고향집을 시작으로 감옥, 간수 일을 했던 학교 수위 등을 방문하면서 잔느는 어머니의 과거와 만나게 된다. 잔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몽 역시 어머니의 노트를 통해 법정 증언내용을 알게 된 후 형을 찾을 결심을 한다. 시몽은 르벨의 도움으로 형의 이름을 알아내고, 그를 알고 있다는 샴세딘을 찾아간다. 결국 잔느와 시몽은 함께 아버지와 형제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거기에서 충격적인 어머니의 과거와 만나게 된다.

    퍼즐조각을 맞춰가듯 시공간을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전쟁으로 찢긴 땅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일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결국 14세 사춘기 소녀 때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들을 갖게 되었지만 남자는 아들을 데리고 떠나버리고, 먼 훗날 그 아들이 어머니를 강간하게 되는 비극적 운명을 살게 된 한 여인. 연극 <그을린 사랑>은 그렇게 나왈의 여정을 들여다봄으로써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근원적 존재에 대해서 반문한다. 정해진 운명 속에서 무기력한 인간들의 어두운 진실이 아닌, 비극적 운명을 스스로의 의지와 사랑으로 끌어안고 침묵을 깨버린 한 여인의 삶의 대한 열망과 저항을 통해서….
비밀경찰
  • 한 여인의 일생은 10대, 40대, 60대로 나뉘어 3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사랑스럽지만 연약하고 희망에 차 있는 어린 나왈, 용감하고 당당한 중년의 나왈, 슬픔에 잠겨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나왈을 각기 다른 배우의 개성적인 연기로 만날 볼 수 있는 즐거움은 이 작품의 도드라진 특징이다. 또한 3명의 배우가 모두 한 사람을 연기하는 것과 반대로 극 중 대부분의 배우가 1인 다역을 맡고, 종군사진기자, 파힘, 말락, 샴세딘 역까지 가장 많은 역할로 변화하는 배우 남명렬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br />
    방대한 스토리를 채워주는 음악 역시 이 작품을 기대케 하는 또 다른 요소다. 질감을 살리기 위한 전자소리 활용, 무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30인조의 오케스트라 역시 무대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중동 내전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가 결국 아들을 만나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고문과 강간을 당하는 이야기. 부친을 죽이고 모친을 아내로 삼은 그리스 신화 속 비극 오이디푸스를 차용해 만들어진 현대적 비극 <그을린 사랑>의 강렬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언어와 풍부한 대사를 품고 관객들의 가슴을 물들인다.

[사진제공] 명동예술극장



  • 공연 포스터
  • 일시 : 2012년 6월 05일 ~ 2012년 7월 01일 / 평일 7시반/
    주말·공휴일(6.6) 3시 / 월쉼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와즈디 무아와드
    번역 : 최준호 / 공연대본·드라마투르기 : 배삼식
    연출 : 김동현
    출연 : 이연규, 배해선, 남명렬, 백익남, 이윤재, 박성연,
    김주완, 전박찬, 이진희, 이다아야
    문의 : (02)727-0937 *공연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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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그을린 사랑>

태그 와즈디 무아와드, 김동현, 레바논, 오이디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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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창간준비 4호   2012-05-3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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