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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지도 않아?
달나라동백꽃 <뺑뺑뺑>

김슬기_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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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지도 않아?


  • 지겹지도 않아?

    창단공연시리즈, 마지막 작품

    달나라동백꽃은 이제 창단한 지 막 3년이 되어가는 젊은 극단이다. 등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연극계의 대표적인 연극상을 대거 휩쓸었던 극작가 김은성과 깔끔하고 질서정연한 연출로 주목받는 신예 연출가 부새롬을 중심으로, 배우, 스태프들이 역할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 창작자로서 함께 한다. 작품 제작은 물론이고, 창단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제작해온 팟캐스트 프로그램 <희곡을 들려줘!>는 좋은 희곡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한편, 편안하고 친근한 진행으로 연극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달나라 연속극>, <로풍찬 유랑극장>에 이은 창단공연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당연하게도, 이 마지막은 또다시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그 ‘다리’로서의 신작 <뺑뺑뺑>에 주목하게 된다. 비록 의도하고 계획했던 작품은 아니었지만, 작품 곳곳에서 그들이 찾고 있는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돌고 도는 한국 사회

    <뺑뺑뺑>은 총 16개의 이야기가 삽화식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옛날 옛적부터 지금 이 시대까지 이 땅에서 살아왔던 많고 많은 영수와 영희들을 호출한다. 한 번도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이들은 떠밀리고 쫓겨나고, 자의를 가장한 타의로 생이별을 한 사람들이다. 12명의 배우는 영수가 되었다가, 영희도 되었다가, 그 주변의 가해자가 되는가 하면 어느새 피해자가 되어 한국사의 비극을 되풀이한다. 어떤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또 다른 이야기는 신문지상에서 보고 들었던 것임에 분명하다. 극적 상상력이 더해지긴 했어도 진짜로 진짜인 얘기들이다.

    지겹지도 않아?

    지겹지도 않아?

    뜨겁고 무겁게 유희하기

    하지만 이곳은 극장이므로, 이 진짜로 진짜인 얘기들은 연극의 옷을 입는다. 거의 완전하게 빈 무대 위에는 배우들과 그들이 자신의 그림자처럼 옮겨 다닐 의자만이 등장한다. 자기 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의자는 때로 고공농성 현장으로, 강제 철거촌의 폐허더미로, 전쟁 직후 환도 열차의 좌석으로 끊임없이 그 몸을 바꾸어 현실을 은유한다. 배우들은 퇴장 없이 무대 양옆에 나란히 앉아 관객과 함께 비극의 현장을 목도하고, 때론 관객들에게 말을 걸면서 우리 모두가 뺑뺑뺑 돌고 도는 한국 사회의 공범자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고통스러워서 혹은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그간 외면하거나 침묵했던 사건들이 이제 극장에서 유희하는 것이다.

    지겹지도 않아?

    지겹지도 않아?

    연습실을 찾은 날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치는 날이었다. 두 시간여를 종횡무진 뛰어다닌 배우들에게 마침내 주어진 쉬는 시간. 비가 와서 축축한 공기 탓도 있었겠지만,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며, 어느 배우가 말했다. “꼭 물속에 있는 것 같아.”라고. 그런데 마침 이 공연의 연습을 보고 난 터라 그 말이, 지금의 현실에 대한 절묘한 은유가 되어 돌아와 마음이 무거워졌다.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여전히, 퍼붓는 빗속에서 땀을 흘린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힌다. 연극이 말한다. 뺑뺑뺑, 지겹지도 않아?
  • 지겹지도 않아?
  • 일시 : 6월 19일~7월 6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30분 /
    일 4시 / 월 쉼
    장소 : 선돌극장
    작 : 김은성
    연출 : 부새롬
    출연 : 송흥진, 이지현, 백운철, 우미화, 마두영, 전석찬, 김훈만,
    배선희, 이지혜, 강기둥, 박하늘, 박주영
    문의 : 02-928-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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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달나라동백꽃, 뺑뺑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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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46호   2014-06-19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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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s
글의 마지막 부분이 와닿네요. 공연 보러 가겠습니다.

2014-06-19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