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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지향적 사회의 민낯을 보다
(재)국립극단 삼국유사 연극만발 <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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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지향적 사회의 민낯을 보다


  • 권력지향적 사회의 민낯을 보다

    천 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권력의 속성

    주지하다시피 이 극의 소재는 만파식적이다. 만파식적은 신라 신문왕 2년 때 용으로부터 얻은 대나무로 만들었다는 전설의 피리로, 조화와 치세를 상징한다. 삼국유사에는 효소대왕 시절 화랑 부례랑의 실종과 함께 만파식적을 도난당했고 이후 부례랑의 귀환과 함께 피리를 다시 찾게 되지만 다음 원성왕 때까지 보관되다 자취를 감추었다고 쓰여 있다.

    만파식적 이야기가 그저 아주 먼 옛날 옛적의 전설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작가는 ‘타임슬립’ 할 인물을 과감히 작품 전면에 내세운다. 주인공인 길강은 시립관현악단 단원이었으나 스캔들로 인해 쫓겨나게 된 악사다. 오갈 데 없게 됐지만 실력 하나는 출중한 그에게 ‘천존고’ 박물관에서 피리를 불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는데 그 피리가 바로 신라시대의 만파식적이다. 길강이 피리를 불자 박물관은 무너져 내리고 시간은 거꾸로 흘러 신라시대로 바뀐다.

    현재든 과거든 권력 지향적인 사람들의 속성은 별반 다르지 않게 그려진다. 신라의 삼국통일 직후 혼란스러웠던 정국의 상황은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의 부패와 탐욕과 미묘하게 겹친다. 특히 작가와 연출가가 포착해 낸 사회지도층, 부유층, 언론 등의 속성이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붕괴하는 천존고 속 피해자가 발생하고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덮으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올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속속들이 밝혀진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졌다.

    권력지향적 사회의 민낯을 보다

    권력의 속성을 무대로 보여주다

    창작극임에도 리허설에서는 예상보다 탄탄한 희곡, 꽉 짜인 연출을 엿볼 수 있었다. 비결은 역시나 시간이었다. 작가와 연출가는 삼국유사 기획에 참여하기로 정한 지난해부터 이미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함께 시작했다고. 만파식적을 ‘권력유지를 위한 오브제’로 삼는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작가가 대본을 쓰기 시작한 이후 연습 전까지 이미 4차례나 대본이 수정됐다. 4고 탈고 후 연습에 들어간 7월 중순에도 대본은 계속 수정돼 현재 공연팀은 6고를 바탕으로 연습 중이고,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수정될 예정이다.

    연습에 돌입하기 전인 4월 이후 시국 상황이 아무래도 대본 수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다양한 층위를 지닌 취재진들의 모습은 아마도 초고 때는 없었으리라. 삼국유사 속 권력 주변부를 맡아 연기하는 배우들이 현대사회 속에서는 기자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공연 중 상당 시간 동안 마치 액션영화처럼 무대에서 활극을 펼치고 또 한바탕 취재 전쟁을 벌인다. 배우들의 외모가 남다르다는 점만 빼고는 요즘 기자들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하다.

    박혜선 연출가는 “무대는 상상의 공간이지만 관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데 촉매제를 제공하고자 했다”면서 “관객 친화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권력 쟁취를 위한 몸싸움 장면 등을 보면서 시사적인 내용에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우들이 제공하는 역동적인 움직임 외에도 음악과 무대가 시청각을 두루 자극하며 극이 무겁지 않게 흘러가도록 돕는다. 만파식적을 상징하는 인도 피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악기들은 라이브로 연주되는데, 이 같은 장치는 시공간을 오가는 작품의 내용에 신비감을 더한다. 또 권력구조 혹은 상하 위계를 상징하는 높다란 계단, 중앙과 주변으로 나뉘는 동선, 크기가 서로 다른 의자, 흰색에서 검은색에 이르는 의상 색깔 구성 등은 극의 의도를 더욱 뚜렷이 부각한다. 극의 의도란 사회의 구조와 권력의 속성을 샅샅이 훑으면서 관객에게 극장 밖 사회에 대한 모종의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까지다. 사회에 대한 인식 이후의 몫은 철저하게 관객에게 맡겨진다.

    권력지향적 사회의 민낯을 보다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 권력지향적 사회의 민낯을 보다
  • 일시 : 9월 5일~9월 21일, 평일 20시, 주말 15시,
    월 쉼(9.7 공연 없음)
    장소 :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작 : 김민정
    연출 : 박혜선
    출연 : 수현, 성노진, 오민석, 김주완, 장선우 외
    문의 : 01688-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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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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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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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호   2014-09-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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