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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극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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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소설을 연극으로 만나는 소극장 산울림의 기획프로그램 ‘산울림고전극장’이 올해로 어느덧 3회차를 맞았다. 대학로의 신진 단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이 레퍼토리 프로그램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문학과 연극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관극수요에 부응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젊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성과는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년 관객 외에 젊은 관객의 극장 방문이 잦아졌고, 매해 이 기획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며 나름의 연극적 과제를 정해 묵묵히 탐구하는 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전통 깊은 소극장의 이미지 쇄신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산울림 소극장 <2015 산울림 고전극장>

올해 산울림 고전극장 첫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무대화한 ‘극단 청년단’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었다. 지난 18일 막을 내린 이 작품의 뒤를 이어 ‘양손프로젝트’의 <모파상 단편선-낮과 밤의 콩트(1월23일~2월1일)>,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페스트(2월4일~2월15일)>, 극단 여행자의 <더 정글 북(The Jungle Book, 2월21일~3월4일)> 등이 차례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간결하고 익살맞은, 일상의 비극성 : <모파상 단편선 – 낮과 밤의 콩트>

양손프로젝트는 <모파상 단편선 - 낮과 밤의 콩트>를 선보인다. 이 공연에서는 기 드 모파상의 작품 중 <크리스마스 이브>, <29호 침대>, <전원비화>, <목가> 등 총 4편의 단편을 만나볼 수 있다.

박지혜 연출가는 모파상의 단편소설에 대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성질과 행동원리에 대하여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안에 담긴 비극성을 탁월하게 포착해낸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 비극성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익살맞게 담아낸다”는 점이 모파상 작품의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박 연출가는 “그게 끔찍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몹시 정확하게 세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배우의 몸성을 연극 만들기의 중심 도구로 삼는 이 단체는 배우, 연출가, 드라마터그 할 것 없이 각색 작업에 모두 함께 참여한다. 다시 말해 어떤 작업에서도 배우가 배제되지 않는다. 이들의 창작 과정에서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강렬한 반응’의 가능성이다. 즉 이들이 텍스트와 만났을 때 가장 강렬하게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이들을 움직였던 순간을 관객과 가장 강렬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각색과 연출의 포인트다.

양손프로젝트가 소설을 연극으로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 현진건과 김동인의 단편을 무대화했으며, 박지혜 연출가의 경우 소리꾼 이자람과 함께 주요섭 단편선을 판소리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꾸준히 소설의 연극화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들 팀이 자신들의 방법론을 얼마나 더 성숙시켰는지 관찰해보는 것도 이번 공연 관람에 재미를 더할 듯싶다.

냉철한 카뮈 VS. 뜨거운 카뮈 : <페스트>

걸판의 공연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와 희곡 <계엄령>을 동시에 보여주는 공연이 될 예정이다. <페스트>와 <계엄령> 두 작품 모두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으며 소재와 등장인물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 형식과 내용은 사뭇 다르다.

걸판의 연출가 오세혁은 “<페스트>는 좀 더 차갑고 <계엄령>은 좀 더 뜨겁다. <페스트>는 사실적이고 <계엄령>은 풍자적이다. <페스트>는 인간의 힘의 한계를 인정하지만 <계엄령>은 인간의 힘의 무한함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페스트>는 좀 더 냉철한 카뮈이고 <계엄령>은 좀 더 뜨거운 카뮈”라는 설명이다.

걸판의 이번 공연은 소설 <페스트>와도, 희곡 <계엄령>과도 다른 새로운 형식과 이야기 속에 담길 예정이다. 두 원작은 스페인의 항구 도시 카디스의 시민들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혜성, 창궐하는 페스트, 그리고 새로운 통치자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는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걸판은 두 원작의 핵심 내용을 가져오되, 공연의 무대를 페스트가 벌어지는 도시의 광장과 그 도시에서 <계엄령>을 공연 중인 도시의 극장으로 설정했다. 그럼으로써 페스트에 맞서는 ‘시민들’과 계엄령을 공연하는 ‘배우들’을 함께 이야기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원작에는 패배를 알면서도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세혁 연출가는 그 모습이 슬픔과 희망을 동시에 준다고 말했다. “재난과 재난을 이용하는 자들에 맞서던 시민들은 재난이 끝나고 다시 평범한 사람들로 돌아가지만 그 전보다 더 예리하게 다가올 또 다른 재난을 주시한다”는 게 아마도 연출가가 본 희망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원작의 배경인 오랑시에서 실제로 태동했던 전통음악 ‘RAI’를 베이스로 한 창작곡이 공연에 쓰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마도 이 음악은 슬픔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한 데 융합하는 역할을 할 듯하다.

산울림 소극장 <2015 산울림 고전극장>

월트 디즈니의 해석에 반대한다 : <더 정글 북(The Jungle Book)>

극단 여행자는 “<정글북>은 월트 디즈니에 의해 훼손되어 왔다”는 독특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공연 <더 정글 북>을 준비 중이다. 공연명에 영문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데서부터 키플링의 원작 소설을 존중하고자 하는 이들의 각오가 드러난다.

정글북이라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야기는 모글리 이야기다. 모글리 이야기는 모글리라는 한 인간을 주체로 삼아 전개된다. 하지만 원작 속에는 모글리가 아닌 다른 동물들이 주체가 돼 다양한 시점으로 인간의 여러 모습을 조망한 이야기들도 함께 수록돼 있다. ‘리키-티키-타비’, ‘하얀 물개’, ‘푸룬 바가트의 기적’, ‘여울목의 악어’, ‘콰이쿼 른’, ‘코끼리들의 투마이’, ‘여왕 폐하의 신하들’ 등 이 바로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이대웅은 “정글북의 매력은 작품 속에 내재된 시선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모글리 이야기 속 모글리만 하더라도 동물의 타고난 습성을 어리석음으로 비하하며 비웃는, 폭군적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는 게 연출가의 설명이다. 이대웅 연출가는 “원작이 지닌 시선의 교란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많다”면서 “그 시선을 들춰내고 강조함으로써 고전이 가진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연팀이 현재까지 공연에서 보여주기로 확정한 이야기는 작은 몸으로 거대한 코브라 부부를 처치한 영웅 몽구스 리키티키 이야기(‘리키-티키-타비’)와 물개잡이들로부터 자유로운 땅을 찾기 위해 외로운 탐험을 떠나는 하얀물개 코틱 이야기(‘하얀물개’) 등이다. 여기에 한 작품을 더해 공연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무엇보다도 궁금한 점은 정글이라는 배경을 과연 어떻게 무대 위에서 구현해 낼 것인가다. 연출가에 따르면 무대에서 정글은 단순하게 재현되는 게 아니라 은유적으로 표현될 예정이다. 연기하기(acting)가 아닌 이야기하기(telling)로 풍성한 원전의 부피감을 감각적으로 느끼도록 한다고 하니, 총 다섯 명인 배우들 간 앙상블이 공연의 색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텔러로서 역할하는 배우들 외에 관객과의 감각적 소통을 돕고자 음악도 적극 활용한다. 결국 이들에게 정글이란 다름 아닌 무한한 상상을 가능케하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사진: 소극장 산울림 제공]

산울림 소극장 <2015 산울림 고전극장> 포스터

일시
1월 7일~3월 4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
장소
소극장 산울림
문의
02-334-5915

극단 청년단 <젊은 예술가의 초상> 1.7~1.18

양손프로젝트 <모파상 단편선> 1.23~2.1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페스트> 2.4~2.15

극단 여행자 2.21~3.4

태그 산울림 소극장,2015 산울림 고전극장,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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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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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호   2015-01-2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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