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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을 타개해보자, 연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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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1번지는 상업성에서 벗어난 연극, 고정관념을 탈피한 연극, 개성 강한 실험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결의 아래 1993년 탄생한 연출 중심의 동인제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극장을 기반으로 창작실험을 하는 이들 단체에서 올 초 제 6기 동인이 탄생했다. 전윤환, 신재훈, 송경화, 구자혜, 백석현, 김수정 등의 연출가가 그 주인공들이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해보자

이번 6기 동인 중에는 아직은 연극관객에게 낯선 이름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이전 기수의 전폭적인 배려와 응원 속에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공연 제작부터 극장 운영까지 담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이들 6기 동인에게 5기 동인은 미리 6개월 치 극장 월세를 내줬다고 한다. 자신들이 초반에 느꼈던 어려움을 후배들이 반복적으로 경험하지 않도록, 그리고 이런 지원이 전통이 되어 다음 기수에게도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출발부터 든든한 지원과 응원을 받은 이번 6기 동인들은 혜화동1번지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 5기 동인의 성과 역시 이어갈 예정이다. 그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오는 3월 시작하는 봄 페스티벌이다. 사회적 의식이 담긴 연극 축제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총체적 난극’이라는 주제어를 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은 각양각색의 사회문제로 중첩된 ‘총체적 난국’에 다름 아니며, 이 같은 사회적 상황을 다양한 연극 형식을 동원한 ‘총체적 난극’으로 풀어본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아이디어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해보자

국가에 대항하는 연극 축제

2015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봄 페스티벌 ‘총체적 난극’은 앤드씨어터의 <마라 사드(3월19~29일)>, 극단 작은방의 <시간의 난극(4월2~12일)>, 낭만유랑단의 <백한덕브이(4월16~26일)>, ‘여기는 당연히,극장’의 <곡비(4월30일~5월10일)>, 극단 창세의 <제국의 일상(5월14~24일)>, 극단 신세계의 <그러므로 포르노(5월28일~6월7일)> 등의 순으로 펼쳐진다.

축제의 첫 테이프를 끊을 전윤환 연출가는 자신의 극단과 함께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를 선보인다. ‘음악극 형태의 대 서사시’라는 설명이 붙은 이 극에서 전 연출가는 시와 랩,연극의 접목을 시도한다. ‘예술가의 선언이 부족하다’는 그는 극을 통해 예술가들이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문제와 당대의 상투성과 싸우려는 태도 자체를 극의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재훈 연출가의 경우, 축제의 주제어와 비슷한 제목의 작품 <시간의 난극>을 공연한다. 신 연출가가 직접 쓰고 연출하는 이 작품은 시간에 대해 사색하는 극이다. 그는 극을 통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매듭짓지 않은 국내의 사건 사고와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밤에도 잠 못 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데 엮어낼 예정이다. 과장된 군상, 코미디, 사건과 인물의 콜라주 등이 이번 공연 연출의 키워드가 된다.

송경화 연출가는 재치 있는 제목이 돋보이는 창작극 <백한덕브이>를 선보인다. 2049년 미래에서 온 방사능 피폭자 백한덕이 현재를 찾아와 지역을 오염시킨 자들에 대한 복수를 실행한다는 것이 작품의 주된 줄거리다. 살기 위해 죽인다는 아이러니함이 공연 전반의 분위기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혜 연출가가 선보일 창작극 <곡비>는 한국 사회 내 상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예술 씬 내에서의 도제 시스템 및 답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남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 ‘곡비’와 남을 위해 웃어주는 사람 ‘소비’가 극 중 주인공으로, 이 둘은 연인 사이다. 작품은 곡비가 자신의 사수에게 인정 받고자 하다가 남을 위해 울어준다는 것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예술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백석현 연출가가 올릴 작품은 창작극 <제국의 일상>이다. 인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가장이 일상마저 완전히 억압 당한 채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에게 각인된 가족의 기억이 생생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게 극의 주 내용이다. 가장 역할의 배우가 가족구성원 각각의 역할을 전부 수행하는 가운데, 관객은 공연 중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누구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정 연출가는 공동창작으로 쓴 <그러므로 포르노>라는 작품을 올린다. 김 연출가는 포르노에 관해 상대를 대상화시키는 것이라 규정하고, ‘좋지 않은 국가’가 ‘좋지 않은 개인’을 통제하기 위해서 포르노를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특유의 파격적 연출 아이디어로 현재의 무수한 ‘난국적 상황들’을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해보자

자기합리화에 빠진 개인을 깨우다

봄 페스티벌이 4월까지 이어지는 만큼 현 시점에서 모든 작품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 난상 토론을 거치며 ‘국가에 대해 정면으로든 측면으로든 대항하겠다’는 의견을 모은 이들 6인의 연출가는 최근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만나며 6기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페스티벌을 만들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각양각색의 스타일을 지닌 이들이 어떻게 어우러질 지 쉽게 예상되지는 않지만 서로 간 분명한 공통분모는 발견된다. 바로 사람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덩어리보다는 개체를 먼저 바라보며 사유하는 이들 젊은 연출가의 문제제기 방식이 흥미롭다. 이들의 회의록에는 “다수의 개인들은 타인의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시키게 된다. 이 합리화의 과정이 과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말이 기록돼 있다. 또 이들은 연대와 발언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극장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살린다면 극장은 다시 광장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6기 동인은 과연 부지불식 간에 빛을 잃어가는 극장의 가치를 다시 살리고, 자기합리화에 빠져버린 개인을 깨우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3월부터 극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자.

[사진: 컬쳐버스 제공]

총체적 난극 포스터

일시
3월 19일~6월 7일
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제작
극단 신세계, 극단 작은방, 극단 창세, 낭만유랑단, 앤드씨어터, ‘여기는 당연히, 극장’
문의
070-8276-0917

태그 혜화동1번지,총체적 난극,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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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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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호   2015-03-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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