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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만 보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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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미용실

극단 작은신화가 오는 4월 열한 번째 ‘우리 연극 만들기’를 진행한다. ‘우리 연극 만들기’는 창작희곡 발굴을 위한, 대학로의 장수 프로젝트다. 지난 22년간 25명의 작가가 참여해 26개의 초연작품을 올린, 이 프로젝트는 질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조광화, 장성희, 고선웅, 김태웅, 윤영선, 오은희, 안현정, 최치언, 김원, 이윤설, 이시원, 오세혁, 박찬규 등 국내 주목 받는 극작가들이 바로 이 무대를 거쳐 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에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우리 연극 만들기’는 2편의 창작극으로 꾸려진다. 송희연 작가의 작품을 이곤 연출가가 무대화하는 <해주미용실>, 김혜윰 작가의 작품을 정승현 연출가가 무대에 올리는 <합석전후(合席前後)>가 4월 2일부터 26일까지 한국공연예술센터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차례로 펼쳐진다.

이중 먼저 무대에 오를 <해주미용실> 팀을 대학로 작은신화 연습실에서 만났다. 객관적이되 따뜻한 시선을 품은 작품을 쓰는 송희연 작가, 미니멀한 느낌 속에 얼마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연출을 선보여온 이곤 연출가라는 조합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고 했다. 서로 간 어색함이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비주류적인 것, 소외된 것들에 주목하며 사회적 발언을 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결말

총체적 난국을 타개해보자

"작가인 제가 결정적인 마무리를 짓는 것보다 공연을 보고 나서 관객이 작품을 완결 지었으면 해요. 고통받는 주인공이 구원이나 도움을 받는 식으로 극적인 완결을 만들기보다는 보는 사람 각자가 결정 내리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송희연 작가

<해주미용실>의 대본과 공연 연습장면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결말이 다소 당황스럽다는 것이었다. 이 작품의 중심인물은 엄마가 죽고 난 후 홀로 살아가는 청각 장애인 현주다. 현주의 옆에는 현주를 ‘가족’처럼 챙겨주는 가수 지망생 화순을 비롯해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만날 법한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작품은 여러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이기심이 시각장애인 현주를 파멸로 몰아가는 내용을 담는다.

한 동네의 망해 가는 미용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가 소외된 자들을 향한 연민과 감수성을 자극하며 끝을 맺게 되리라 짐작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응? 이게 끝이라고?’라는 물음표를 남기는 이 작품은 공연이 끝난 후 관객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공연을 복기하게 만든다. 주인공 격인 현주의 이름을 따지 않고 현주의 엄마 해주가 자신의 이름을 따 미용실 이름을 지은 점도 곰곰이 곱씹어 보면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뻔하지 않은 결말은 첫째로는 대본을 쓴 작가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어쩌면 이곤 연출가의 시각이 더해지면서 작품이 더욱 묘한 색깔을 띠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송희연 작가도 이 점에 일부 동의했다. “이곤 연출가의 작품 <바카이>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어요. 지금 이곤 연출가가 만들어내고 있는 <해주미용실>을 보고 있노라면 정적이고 일상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쓴 것과 다르니 보고 있는 저로서는 흥미롭죠.”

현실, 꿈의 세계를 덮어버리다

해주미용실

"현주는 극 중에서 ‘사람 만나는 거 중요한 거야’라고 여러 번 말하곤 하죠. 저는 이 말이 중요하게 여겨져요. 해주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복에 대해 기대하며 밝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 말에 대한 기대 때문이겠죠. 그러나 해주는 결국 사람들에게 버려져요. 마지막 부분에서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주가 선글라스를 벗어버리는 장면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상징적으로 다가오죠. 믿음이 무너져가는 이런 것들이 이 사회의 모습과 겹쳐져 보였어요."- 이곤 연출가

과장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해주미용실>은 라이브로 연주되는 밴드 음악을 비롯해 이곤 연출가 특유의 감각이 더해지며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있는 무대로 빚어질 예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대가 현주의 세계를 둘로 나눠 보여주다가 극 말미에 결국 한 가지로 합쳐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무대 앞에 펼쳐질 낮의 세계는 일상적인 리얼리즘의 세계다. 사실주의를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않지만 무대는 관객이 보기에 사실적으로 다가오도록 구성될 예정이다. 무대 뒤 벽체를 넘어서는 공간은 밤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곳은 연극적 공간이다. 출연 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는 이 공간은 현실을 넘어 꿈에 이르기까지 현주의 세계를 넓히는 느낌으로 꾸며진다. 즉, 공간 구조의 힘을 빌려 현실의 논리는 꿈의 논리로 비약하며 그로테스크하게 섞이게 된다.

현실이 꿈을 침범하면서 현주는 결국 미용실을 벗어나 밖으로 나서게 된다. 미용실을 나서면서 현주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선글라스를 벗어 던진다. 파멸의 순간까지 사람을 믿으려 하고, 자신을 숨기지 않은 채 아름다운 것만을 보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이 보여주는 잔인함을 목도한 직후, 아이러니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려는 현주를 바라보게 된다. 이렇듯 작품은 선과 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세상의 단면을 그린다. 짐작건대 관객은 무대 위에서 자신과 닮은 인물 하나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해주미용실 포스터

일시
2015년 4월 2일~4월 12일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 <합석전후> 4월 16일~4월 26일
장소
한국공연예술센터 대학로 소극장
송희연
연출
이곤
출연
이은정, 안꽃님, 서광일, 오현우, 이지혜, 한지영, 이승현, 강주희, 서준모
문의
02-889-3561,3562

태그 극단 작은신화,우리 연극 만들기,해주미용실,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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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제64호   2015-03-19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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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주
기대되는 연극이예요~~!!

2015-03-20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