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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거주하는 거기가 여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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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페스티벌 봄의 축제 홈페이지는http://festivalbom.org/ 유달리 요란하다. 모든 공연에 대해 서로 다른 코멘트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고 나서 쓰는 20자평 같은 게 아니라, 각자가 이해한 방식으로 공연을 소개하거나 그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제기를 하는 식이다. 어지러운 가운데, 평소에 내가 신뢰하던 글쓴이가 강추한 공연을 눈여겨보다보면, 그에 대한 색다른 코멘트를 남겨놓은 새로운 글쓴이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어떤 작품이든 보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작품의 메시지를 놓고 보면, 심지어 작가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고, 나에게 왜 이 작품을 초청했냐고 물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여러 코멘터들의 말은 페스티벌이 던지는 질문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거나 제한해버리는 걸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인터뷰에서 만난 이승효 감독은 축제 전반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면서도, 개별 작품에 대한 말을 몹시 아껴 필자의 애를 태웠다. 따라서, 이 기사의 공연 소개는 어디까지나ㅡ공연 소개라는 것이 늘 그렇지만ㅡ 축제 측이 제공한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필자의 기대평이 될 수밖에 없겠다.

<페스티벌 봄 2015>

여기서 살고 싶다
시팟 라윈+데이빗 피니건+크리에이티브 바키 <정부>

<정부>는 2015년 말에서 2016년 발표될 동명의 작품을 위한 일종의 워크숍이다. 대규모 관객이 직접 참여해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공연의 형식인데, 이때의 다큐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가상을 다룬다. 공연에서는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뉜 관객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그들 안에서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촬영을 하고 편집까지 해서, 각 그룹이 제작한 영상을 다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공연의 제목인 ‘정부’는 참여자들 각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서 한 사회를 구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구성원들과 함께 이 모든 과정을 소규모로 수행해 본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이번 페스티벌 봄의 또 다른 관객참여형 공연에 대해 한 코멘터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왜 관객을 공연에 끌어들여야 하는가? 아직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모든 공연이 관객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관객을 끌어들이는 공연에 대해서라면, 직접 관객이 되어 공연에 참여해봐야만 비로소 그 설득력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참여해서 이상적인 사회를 그려본다는 것,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현실의 한계를 발견할 것이고, 동시에 그 한계를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페스티벌 봄 2015>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쉬쉬팝 <서랍>

몇 년 전, 예술가들이 본인의 아버지와 더불어 직접 무대에 올라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다시 읽고, 쪼개 읽고, 비틀어 읽고, 온갖 방식으로 현실로 가져와 읽었던 <유서>라는 공연이 페스티벌 봄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 쉬쉬팝이 이번엔 <서랍>이라는 공연으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작가와 연출, 배우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창작을 하면서도, 허구의 드라마가 아닌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연극ㅡ혹은 현실ㅡ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서랍>은 서독 출신의 쉬쉬팝 구성원들이 동독 출신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분리된 두 지역에서 성장한 자신들의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지극히 사적인 그들의 ‘서랍’을 열기로 했다. 일기와 편지, 사진들의 전시, 그리고 독백과 대화, 말들의 나열. 그렇게 분단 국가 한국의 무대 위에 통일 국가 독일의 분단 시절, 동쪽과 서쪽의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역사가 되감아 재생된다. 그리고 극장 밖 우리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각자의 동시대 예술
예술감독 이승효

<페스티벌 봄 2015>

한국의 동시대 예술이란 게 분명히 있다. 서구에서 말하는, 대문자 컨템포러리 아트로 규정되는 것도 있고, 어떤 건 지난 시대의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혹은 그들의 개념으로는 규정이 안 되는 더 미래적인 것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도 이것에 이름을 붙이거나 어떤 식의 예술 사조로 만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다원이란 이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건 아니다. 문화정책적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말이긴 하지만, 지난 십년간 다원예술이라는 이름 안으로,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업들이 도망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현재 한국의 동시대 예술에 ‘다원ダウォDaw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더불어,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이런저런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그간 유럽을 경유한 아시아의 작품을 너무 많이 봐왔다. 이것은 비단 어떤 유수의 축제를 통해 작품이 소개되었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그들의 필터를 통해 아시아를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페스티벌 봄에서는 최대한 그것을 지양하고 싶다. 그런데 아시아의 예술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하려다보니, 그들의 작품만 떼어서 소개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들의 활동이 놓인 맥락이나 상황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말레이시아 데이> 나 <페스티벌/도쿄 in 서울> 같은 경우도 그런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사진: 페스티벌 봄 사무국 제공]

<페스티벌 봄 2015> 포스터

시팟 라윈+데이빗 피니건+크리에이티브 바키 <정부>

일시
4.13~15 3시-5시
장소
서교예술실험센터

쉬쉬팝 <서랍>

일시
4월 17일 8시, 18일 4시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태그 페스티벌 봄 2015,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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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65호   2015-04-0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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