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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을 기억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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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거리예술은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특별한 무대 없이 벌이는 공연이나 전시를 말한다. 거리예술은 때때로 단순한 야외 공연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특유의 미학과 역동성을 지닌 예술장르다. 무엇보다도 예술이 거리(street)로 나오면서 거리(distance)를 좁힌다는 점이 중요하다. 거리예술가들은 극장이나 갤러리 같은, 분명한 용도와 목적을 지닌 장소 대신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택한다. 그 결과 시민과 예술가 사이거리, 예술의 각 장르 간 거리가 극장에서 보다 좀 더 쉽게 좁혀진다. 예술의 겉 장식, 보호막, 권위 따위(!)는 과감히 치우는 대신 직관적인 소통에 좀 더 집중하는 장르가 바로 거리예술이다.

불통이라는 키워드가 사회 곳곳에서 화두로 떠오른 요즘, 거리예술이 사회의 원활한 소통을 촉진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을까. 5월 초 열리는 ‘2015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그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과 효율을 이유로 전국적으로 거리극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 속에 열리는 거리극 축제인데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도시 안산을 그 무대로 삼기에 더더욱 그렇다. 5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는 국내 48작, 해외 13작 등 총 10개국 61작 내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안산을 품는 축제

축제는 크게 공연프로그램과 기획프로그램으로 나뉜다. 공연프로그램으로는 크리에이터, 공식참가작, 자유참가작, 광대의 도시 등이 있고, 기획프로그램에는 위대한 도시, 지역연계프로그램, 도시오아시스 등이 있다.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은 안산이라는 도시와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를 시도 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리극축제의 진화된 모델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축제 사무국은 거리예술창작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안산이라는 지역의 고유성을 담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원 작품을 매년 축제에서 선보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안산순례길>과 <올모스트, 단원>, <도깨비 야시장>, <스트리트 픽스토그램>, <웰컴(W.C)> 등이 크리에이터 작품이라는 타이틀 아래 관객을 만난다.

이 밖에 4월 30일 사전 축제로 진행되는 <프리페스티벌_원곡동>은 지역의 보다 다양한 특색을 담아낼 예정이다. 지역참여형 공동제작 작품인 <그랜드 콘티넨탈>, <메가폰 프로젝트>, <시민의 건축>, <펀런 인 안산> 등도 지역 밀착형 거리예술축제로서의 묘미를 한껏 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안산의 성지를 찾아서

"작년 연말부터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염두에 두고 고민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작가, 연출가, 시인 등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게 됐어요. 저희 콘셉트는 ‘안산을 걸어보자’는 것입니다. 올 한 해만 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 안산을 걸어볼 생각이에요. 제주도 올레길처럼 계속 코스를 만들어 나가려는 건데 올해 걷는 길이 제1코스가 되는 거죠. 올해의 경우 관객과 함께 걸으면서 퍼포먼스도 벌이고 설치작품도 마주하게 되는 식으로 공연이 구성되는데요. 세월호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윤한솔 연출가

<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특히 올해 축제의 경우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이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만날 지에 관심이 쏠린다. 거리예술에서 장소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만큼, 올해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에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지역이 직면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중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안산순례길>을 들 수 있다. 윤한솔 연출을 필두로 고주영, 심보선, 유목연, 이양구, 타다 준노스케, 극단 그린피그, 무브먼트 당당, 제로랩, 청개구리제작소 등 다양한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모인 안산순례길 개척위원회의 <안산순례길>은 관객과 함께 도시 곳곳의 ‘성지’를 순례하는 형태의 이동형 공연이다. 성지는 안산이라는 도시 자체와 시민의 일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정해졌는데, 안산순례길 개척위원회가 직접 답사해 선정한 곳들이다. 4~5시간 정도 소요되는 성지 순례 중에는 다양한 퍼포먼스, 설치, 체험 등이 진행된다.

<안산순례길>에 참여하는 윤한솔 연출가는 “퍼포먼스와 설치도 중요하지만 장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예술가가 순례길의 첫 출발지로 택한 장소는 반월산업단지 부근의 유통 상가다. 각종 공구와 부자재를 파는 이곳은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 수도권의 공장을 분산시키기 위한 산업단지로써 구상된 안산을 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윤 연출가는 이 첫 번째 순례길에 대해 “국가 주도형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고 외면된 안산을 이해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성지를 다니며 겪을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관객들은 안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순례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시금 마주하며 진정한 애도 방식은 과연 무엇인지 사색할 기회를 맞게 된다. 기본적으로 직접 걸으며 성지를 방문해야 하는, 강도 높은 관극 참여 자체가 관객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중요한 질문이자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포스터

일시
5월 1일~5월 3일
장소
안산문화광장 및 안산 일대
참가규모
10개국 총 61작품
공연프로그램
크리에이터, 공식참가작, 자유참가작, 광대의 도시
기획프로그램
위대한 도시, 지역연계프로그램, 도시오아시스

태그 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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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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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호   2015-04-1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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