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사랑이 중요해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춘기 청소년에게는 성적 말고도 중요한 고민이 또 있다. 마치 봄처럼 부지불식간에 불쑥 찾아오는, 이성에 대한 가슴앓이가 바로 그것. 감수성 예민한 시기, 마음속에 열병처럼 번지는 사랑의 감정에 아이들은 어찌할 바 모른 채 질풍노도를 온몸으로 겪어내곤 한다. 무조건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억압과 꾸짖음보다는 아이들의 건강한 사랑을 응원하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국립극단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청소년의 사랑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그런데 록산느란 이름,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록산느는 바로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락>에 등장하는 미모의 여성이다. <시라노 드 베르주락>이 록산느를 앞세워 청소년을 위한 낭만 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재탄생한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네 가지 빛깔의 사랑

"원작 <시라노 드 베르주락>은 제목에서 보듯 전형적인 영웅을 앞세우죠. 하나의 트라우마를 가진 영웅의 일대기이자, 록산느에 대한 시라노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시라노의 사랑에 안티 역할이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런데 저는 작품을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개작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짝사랑 순애보 말고도 크리스티앙의 사랑, 드 기슈의 사랑을 내세워 모두가 사랑의 연적이 되게 했죠. 시라노의 사랑 말고도 다양한 사랑을 제시하면서 여러 사람의 입장과 여러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김태형 작가

원작은 미모의 록산느, 젊은 장교 드 기슈와 귀공자 크리스티앙, 기형적으로 큰 코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친구를 위해 연애편지를 대필하며 사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시라노 등 청춘 네 명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시라노의 안타까운 사랑을 중심으로 삼으며 진짜 사랑은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청소년극으로 각색된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시라노 외에 다른 남자 인물들 모두를 연적으로 내세운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록산느가 수동적인 사랑의 대상에 머무는 대신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오게 됐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비극의 여주인공이지만 자기 발로 전쟁터를 찾아갈 정도의 대담함을 지닌 매력적인 록산느는 이 극에 현대적 감각을 더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각색을 맡은 김태형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펼쳐 보이는 서로 다른 빛깔의 사랑이다. 특히 15년 후, 모든 사랑이 다 지나간 뒤 록산느가 마지막 에필로그를 어떻게 표현해 낼지 관심이 쏠린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낭만+활극’으로 청소년과 소통 꾀한다

"예전에 같은 제목의 작품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순회공연을 간 적이 있어요. 흥미롭게 작업했던 경험이었죠. 물론 포맷은 지금과 달랐어요. 그땐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적 놀이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문학적인 요소가 좀 더 들어가고 활극 움직임이 한층 더해집니다. 사랑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인생에서 만나는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것인데요. 어떤 종류의 사랑을 직면하게 될지 생각해보고,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을 입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어쨌든 간에 하고 싶은 말은, ‘목숨 걸고 사랑합시다’예요."- 서충식 연출가

서충식 연출가는 이번 작품의 연출 포인트를 ‘낭만’과 ‘활극’으로 잡았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 무대는 대체로 비어 있고, 이 가운데 천정에서 내려온 밧줄 몇 개가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꽃이 핀 나무 한 그루, 피아노 한 대가 이 극의 주요 배경을 이룬다. 단순한 무대이지만 때로는 사랑의 분위기를 잡고, 또 때로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며 변화무쌍한 남녀 관계를 표현한다는 극의 목표에 부합한다.

꽃이 핀 나무는 낭만을 상징한다. 이 나무는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배우와 함께 이리저리 움직일 예정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라이브 연주가 극의 로맨틱한 분위기 형성을 돕게 된다. 연주자와 배우는 때때로 교류하며 극에 리듬을 더할 예정이다. 그리고 밧줄. 이리저리 흔들리고 묶였다가 풀리기도 하는 밧줄은 청소년기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낼 주요 도구로 쓰인다. 이 밧줄을 활용해 역동적인 활극 분위기가 형성될 예정이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런닝타임으로 따지면 3~4시간은 족히 될 원작은 개작을 거치면서 1시간 반 분량으로 줄었다. 동시대적 이야기를 담기 위해 군살을 빼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이 고전 작품은 과연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공연 팀은 연극적 유희와 깊이 있는 사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막판 뒷심을 발휘 중이다.

[사진: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제공]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포스터

일시
5월 9일~5월 24일,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국립극단 소극장 판
원작
에드몽 로스탕 <시라노 드 베르주락>
각색
김태형
연출
서충식
출연
김지훈, 안병찬, 안창환, 하윤경
문의
1688-5966

태그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목록보기

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제67호   2015-05-07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