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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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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 <목욕탕집 세 남자>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사라져 가는 것들이 있다. 사회의 발전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편의상 무시되고 짓밟히는 가치들도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라져 가는 것들은 결국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곤 한다.

연극 <목욕탕집 세 남자>는 어느새 잊혀져 가는 공간인 목욕탕을 극의 배경으로 삼고, 그 공간 안에 중요하지만 자꾸만 잊혀져 가는 인생의 여러 가치들을 담아낸 작품이다. 따뜻한 주제를 유쾌한 코드로 녹여낸 덕분인지 작품은 지난해 안산예술의전당 별무리 소극장에서 초연될 당시 90%의 평균객석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소극장협회 공모사업에 당선돼 소극장 혜화당에서 재공연 된다.

줄거리에는 희비극적인 요소가 모두 담겨 있다. 목욕탕 코앞에 찜질방이 들어서면서 목욕탕의 손님이 줄어든다. 사장 할머니는 장사가 안 되자 세탁소 총각 조맹구에게 수건 값을 깎아서 받으라고 요청하고, 이발사 총각 이진구와 때밀이 총각 김덕구에게는 월세를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급전이 필요해진 이 세 남자는 서로 돈 이야기를 하다가 모두 미스 김에게 1000만 원씩 빌려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꿋꿋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세 남자의 모습을 통해 작품은 진정한 사랑과 가족, 고향의 의미를 짚는다.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 <목욕탕집 세 남자>

‘을’과 ‘병’들의 아이러니한 삶

"이 이야기는 바라보기에 따라 매우 비극적인 내용일 수 있다. 전 재산이 1000만 원 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기꾼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끝까지 믿는 사람들, 결국 그 삶의 터전마저도 타의에 의해 좌지우지 당할 수밖에 없는 을과 병들의 삶을 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존재들이다. 행복하고 재미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 연극에서의 유머는 이런 아이러니에 기반 한다."- 유수미 연출가

기본적인 형식은 연극이지만 작품 중간에는 뮤지컬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한다. 유수미 연출가는 다채로운 형식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어떤 찰나에 나를 둘러싼 공간이 비현실, 꿈처럼 낯설게 보인 적이 있지 않나”라며 “어떤 극적인 아이러니의 순간에 그것이 잠시 현실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작품에는 관객이 즐길 만한 놀이적 양식이 대거 사용된다. 가령 하나의 대도구가 변형되거나 이동돼 다른 공간을 창조하는 식이다. 이런 변환은 관객에게 대부분 노출되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하나의 연극놀이이자 전체 연극의 일부분으로 보여지게 된다.

아이러니를 전면에 내세운 공연 형식은 이 극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 극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조금은 뒤떨어진 가난한 사람들, 거의 망해가는 작은 목욕탕을 삶의 유일한 터전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 연출가는 “살다보면 현실적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럴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단 한 가지, 우리는 꿈 꿀 수 있고 바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처참한 현실 속에서 오직 꿈과 희망으로 버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낸다.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 <목욕탕집 세 남자>

위로와 위안을 주는 소극장 코미디극

결국 극에서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가족과 사랑이다. 요즘 세상에서 다소 진부하게 들리기도 하는 주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의미가 덜 하다 할 수 없는, 그런 상식적인 주제를 극은 정면으로 다룬다. 이 극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최신식 시설로 치장한 사우나가 아니라 오래 됐지만 정갈하고 주인 할머니의 따뜻한 정이 흐르는 재래식 목욕탕에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위로와 위안을 관객에게 전하는 것이다.

타일에 새겨진 백두산 천지 그림이나 목욕탕 입구에 놓인 고상한 조각 장식품 등은 없는 것 없이 잡다하게 꾸며놓은 옛날식 목욕탕의 풍경을 묘사한 장치들이다. 과거에는 사실적인 풍경이었지만 현재의 눈으로 보면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무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큰 웃음을 자아낸다. 유 연출가는 초연작을 기반으로 하되 이번 혜화당 공연에서는 초연 때보다 공간이 작아진 만큼 무대를 좀 더 오밀조밀하게 채우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변형시키며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객 앞에서 무겁게 폼을 잡는 대신 관객들과 긴밀히 호흡하는 연기를 앞세워 소극장 특유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 제공]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 <목욕탕집 세 남자> 포스터

일시
6월 9일~6월 14일 평일 8시, 토4시7시, 일4시
장소
소극장 혜화당
정숙희
연출
유수미
출연
장항석, 이승구, 최영열, 신현실 외
문의
02-742-1505

태그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목욕탕집 세 남자,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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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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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호   2015-05-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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