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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유랑선 <검군전劒君傳, 후後>

최근 연극계에는 비정규직 문제나 언론 문제를 다룬 연극이 다수 눈에 띤다. 올해만 해도 <노란 봉투>, <여우 인간>, <공장> 등 다수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셰익스피어는 연극이 삶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거울에 자꾸 비치는 모습이 비정규직과 언론이라는 점은 현재 우리네 삶에서 이들에 주목할 만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곧 무대에 오르는 극단 유랑선의 연극 <검군전, 후> 역시 비정규직과 언론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여타의 연극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비정규직과 언론을 소재로 삼아 내부고발자 문제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기업 산하 서비스센터의 비정규직원은 내부고발로 인해 고초를 받는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언론사의 기자는 이를 대중에게 전하다 곤란에 빠진다. 다소 거칠긴 하나 갑의 횡포 속에 을들의 처지를 병치하고, 내부고발의 중요성을 짚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극단 유랑선 <검군전劒君傳, 후後>

내부고발자가 대우 받아야 세상이 바뀐다

"내부고발에 대해 패배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는 걸 뭣하러 하나, 바뀌지 않는데 왜 하나’ 하는 식의 생각이지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바뀌지 않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려 했습니다.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왜 유지되는지 보려고 했죠. 내부고발자의 희생이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 작가

대기업은 서비스센터 비정규직원들에게 얼차려를 행사하는 등 비인간적 관행을 일삼는다. 이 같은 내용은 기자의 심층 취재로 속속들이 밝혀진다. 자연스레 비난의 여론이 대기업을 향해 쏟아진다. 하지만 얼차려를 받은 비정규직원 하나가 자살하면서 국면은 전환된다.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사측의 부당운영을 고발하려 한 개인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목격하는 한편 대기업의 압력으로 자신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극단 유랑선은 이같은 내용의 연극 <검군전, 후>를 준비하면서 내부고발 문제와 관련한 기사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단체와도 접촉했다고 전했다. 직접 만나보니 내부고발 문제는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고. 목숨을 걸고 내부고발을 결심하는 사람들의 모습들,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변호사의 법적 자문을 철저히 받는 모습들은 대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내부고발자를 인터뷰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공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의 또 다른 한 축인 삼국사기 ‘검군전’에 대한 연구도 병행했다. ‘검군전’은 사회의 급격한 변동 중에 요절한 검군이라는 한 신라 청년의 이야기다. ‘그들이 잘못되고 내가 바른데 도리어 내가 도망한단 말인가’라고 부르짖던 검군의 목소리는 작품 속 내부고발자를 통해 체화된다. 양심에 따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개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의 폭력성이 무대 위에서 어느 정도까지 설득력 있게 구현될지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 유랑선 <검군전劒君傳, 후後>

세상과 맞서는 또 하나의 방법… 제대로 기억하는 것

"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의를 실행하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그렇게 못 사는데. (웃음) 다만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때 그 뿌리까지는 못 바꾼다 할지라도 계속 관심 갖고 찾아보고 언론에서 하는 얘기가 맞는지 따진다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봐요. 조현아 땅콩사건의 경우처럼 말이지요."- 차병호 연출가

무대에는 카메라와 스크린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 무대 위 모습을 찍는 카메라와 그 결과물을 비추는 스크린의 존재는 이 연극이 언론매체와 이를 둘러싼 사회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환기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낼 예정이다. 배우들 또한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영상 기기의 오퍼레이터로서 무대 위에서 역할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관객은 극의 내용에 완전히 몰입하는 대신 우리 사회 현실과 무대 위 모습을 계속해서 비교하며 관극하게 된다.

이제 그는 선택해야만 한다. 여기서 그는 작품 속 서비스센터 직원과 기자 외에 관객까지 모두 포함한다. 선택해야 할 범위는 넓다. 작품은 모두가 내부고발에 나서기를 종용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할 선택을 회피하지 말자고 권한다. 여기에는 목격하고 증언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억하는 일까지 모두 해당된다. 연극 <검군전, 후>는 아마도 내부고발자의 외로운 싸움을 그저 외로운 싸움으로 남겨두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내부고발은 물론 그 이후까지 제대로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하는 연극이다.

[사진: 극단 유랑선 제공]

극단 유랑선 <검군전劒君傳, 후後> 포스터

일시
6월 29일~7월 5일, 평일 8시, 토 4시7시, 일 4시
장소
소극장 혜화당(구. 까망소극장)
김진
연출
차병호
출연
장우진, 신현실, 조현진, 김기범, 차병호, 박근홍, 천선우, 양희애, 최재성
문의
070-7572-6484

태그 극단 유랑선,검군전劒君傳 후後,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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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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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호   2015-06-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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