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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발동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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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 <NEWStage><생이 사를 지배할 때>

작품 얘기를 하기 위해 이들을 처음 만났던 건 지난 해 10월, 독회 공연 당시였다. 그때만 해도 이들은 자신이 쓴 희곡 다발을 눈앞에 두고 찬찬히 그 부피를 가늠해 보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그 무게를 감각해 보려는 듯 조금은 발동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이들에게서 미처 감추지 못한 달뜬 기운을 감지했고, 연극 작업이 얼마나 사람을 살찌우고! 기름지게 만드는지! 새삼 깨달았다. 지금 우리 주변에 이런 이웃들이 있다. 이들은 연극을 하면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날을 기다린다. 그 생생하고 풍성한 이야기들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대한민국 최초 순수 무협극
박웅 <생(生)이 사(死)를 지배할 때>

무협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극장 안의 무협은 부딪치는 칼날 사이로 진한 피를 흩뿌려 감각을 자극한다. 무술에 구미가 당기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박웅은 <생이 사를 지배할 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협’이라고 하면 일단 낯설기도 하고, 그 호기로움 혹은 비장함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나. 나는 그런 것들이 무협만의 멋스러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연극으로 담아내 보고 싶었다. ‘최초’나 ‘순수’ 같은 말들도 그런 마음에서 고르게 됐다고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무협이라는 장르를 빌어 전쟁을 이야기한다. 물론 칼을 쓰고 겨루는 장면들이 있지만 무대에 본격적인 무술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이 작품은 결코 ‘무술극’이 아니다.
우리는 현실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차피 바뀌는 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곤 한다. 그런데 거기서 멈춰 버리면 같은 문제들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도 무협의 세계가 현실에서 얼마나 먼 판타지인지 보여주다가,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결국 우리의 비정한 현실을 꼬집는다. 칼은 힘 있는 자들의 논리이고, 전쟁은 일상의 생존 경쟁과 다를 바가 없다. 옷자락을 펄럭이는 무림의 협객들 사이엔 우정도 있고 로맨스도 있다. 당연히 출생의 비밀도 있고, 심지어는 비극적인 사랑도 있다. 전형적인 무협의 재료들이 사뭇 진지해 웃음이 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가 부박한 우리네 삶과 너무 흡사해 뜨거운 연극이다.

2015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 <NEWStage><#검색하지마>

#이게 #새삼스러운 #일인가
정주영 <#검색하지마>

온라인의 세상은 어쩌면 나르시시즘과 관음증의 공간이다. 속는 걸 알면서도 속기를 자처하고, 속고 속이면서 쾌감을 느껴 그러기를 반복한다. 방과 후 교무실에 찾아 온 17살의 남학생 수영은 홀로 남아 일하고 있던 수학 선생님 나라의 주변을 맴돈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나라는 수영이 자신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느낌에 지배당하고, 두 사람의 권력관계는 교사와 학생의 그것으로부터 점차 멀어진다. 마침내 수영은 나라의 SNS에서 봤던 글들을 하나씩 읊어 대기 시작한다. 내가 기록한 ‘나’가 진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결국 누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정주영은 그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그 실상의 이면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단어 앞에 해시태그만 붙여도 우리는 그게 디지털 언어라는 걸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종이에 인쇄를 해도 작은 기호 하나를 통해 모두 약속된 매체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 작품의 제목은 그런 감각을 의도적으로 환기시킨다. 기실 타인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남학생과 자신의 일상에 파문이 일기를 바라는 여교사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리얼리티를 넘어서기 위해 작품에 롤플레잉 장면을 들여왔다. 그와 동시에 그것이 어떻게 글이 되어 SNS상에 남겨지는지 실시간 영상이 나오게 할 생각이다. 실제로 지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교사의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다. 공연을 보기 전이나 본 이후에 그 내용들이 공연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2015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 <NEWStage><안녕, 파이어맨 – 강기춘은 누구인가>

미안하다, 기춘아, 지켜주지 못해서
박정규 <안녕, 파이어맨 – 강기춘은 누구인가>

2014년 개정된 국가유공자법에 따르면, 동물을 구조하다 순직한 소방관도 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의 소방관들은 부상을 입어도 그 치료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고, 낡고 위험한 장비를 교체할 때도 그 장비를 자신이 직접 사들인다. 물론, 원칙이 그러할 리는 없을 테니, 이는 결국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우리 소방 공무원들의 현실을 방증한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박정규는 의무소방원으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안녕, 파이어맨>이라는 시리즈를 만들었다. 이 시리즈의 작품들은 모두 옴니버스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서 레고 조립하듯 이야기를 바꾸고 재배치할 수 있다. 최근 시리즈의 외전 격인 <소방직할파출소>라는 작품을 공연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다룬 에피소드 하나를 이 작품에 가져 오려고 한다.
그는 마치 마블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모든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 안에서 조우하도록 작품을 설계한다. 한 작품을 보고 난 이후 그 호불호에 따라 후속작이나 전작의 재공연에 대한 관극 의사가 갈릴 테니 창작자로서는 매우 영민하면서도 도전적인 전략을 내세운 셈이다. 과연 그는 비극에 희극의 옷을 입혀 메시지를 끌어안으면서도 전면에 웃음을 내세운다. 일전에 <안녕, 파이어맨 - 강기춘은 누구인가>를 두고 대학로의 흔한 상업극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 자체가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데 상업극이냐 아니냐를 두고 마치 좌냐 우냐를 선택하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좀 이상하더라. 분명한 건 만드는 사람들이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다는 거고, 이 작업도 결국 양쪽을 줄타기하면서 만들고 있다.

*** 세 연출가의 인터뷰 전문은 공연 프로그램북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

2015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 <NEWStage> 포스터

일시
1월 14일~1월 31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박웅
<생이 사를 지배할 때> 1월 14~17일(문의: 010-2069-7202)
정주영
<#검색하지마> 1월 21~24일(문의: 02-714-2341)
박정규
<안녕, 파이어맨 - 강기춘은 누구인가> 1월 28~31일(문의: 02-762-0010)

 

태그 서울연극센터,NEWStage,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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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83호   2016-01-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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