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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온다. ‘그 여배우’의 갈매기다. <갈매기> 속 유명 여배우 아르까지나 역으로 맞춤옷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배우 이혜영이 무대에 다시 선다.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부터 ‘맞춤 캐스팅’이라는 반응이 마치 반사신경처럼 따라 붙고 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 이혜영을 4년 만에 연극 무대로 호출한 것은 바로 루마니아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다. 지난 2014년 <리차드 2세>로 한국 관객에게 이름을 알린 연출가로, 익숙한 체홉의 고전인 <갈매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동시대와 소통을 꾀할 예정이다.

<갈매기>에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바로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연극 장면이다. 유명 여배우 아르까지나의 아들이자 극작가인 뜨레쁠례프가 어머니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공연하다 면전에서 무시를 당하게 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연극하는 공간과 배우들, 관객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원작에 대한 제작진의 해석을 대변하기도 한다.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작품 속의 인간관계, 인간의 존재에 관련한 민감함과 예민성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혜영 외에도 원작의 캐릭터에 부합하는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 돼 인물간 욕망과 사랑, 갈등을 강렬한 느낌으로 담아낼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연극은 환영이다”

“많은 공연에서 극중극의 무대를 따로 만들어서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그 무대가 바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인 것처럼 만들었다. ‘연극은 환영(illusion)’이라는 것을 공연 내내 부각시키고자 한다.”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

유명한 여배우 아르까지나와 그의 연인인 유명 소설가 뜨리고린과 함께 저택을 방문해 아들 뜨레쁠례프가 연출한 연극을 관람한다. 뜨레쁠례프는 사랑하는 니나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공연하지만 새로운 형식에 반감을 품은 아르까지나의 비아냥거림에 공연을 중단시킨다. 어머니가 유명한 배우라는 게 불만이었던 뜨레쁠례프는 어머니의 연인인 소설가 뜨리고린도 못마땅해하며 그의 작품과 당대의 예술 형식을 비판한다. 니나는 이런 뜨레쁠례프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우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이상을 품은 채 모스크바로 떠난다.

익숙한 줄거리의 원작 <갈매기>를 두고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서 일부를 과감히 삭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갈매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연극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해 처음과 4막 처음 부분에 그 토대를 마련해뒀다. 공연은 실제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의 막 앞에서 시작된다. 연극은 환영이라는 그의 주장 아래 무대는 그리 사실적이지 않게 꾸며질 예정이다. 집이나 건물 같은 세트가 등장하는 대신 실제 극장에서 사용되는 거울 스크린 등을 적극 활용한다. 이같은 공간에 시적이고 잔인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것이 연출가의 현재 목표다. 체홉이 원작을 두고 ‘희극’이라고 지칭했듯 이번 공연은 잔인한 코미디에 가깝게 꾸며질 예정이다.

관객을 매혹하는 ‘빈 무대’

“제게 있어 연극은 언제나 ‘열린 질문’이어야 한다. 관객에게 의미를 규정짓지 않고 열어두는 것,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두는 것이 연극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니나는 무엇이든지 가능한 빈 무대에 매혹된다. 그의 대사 중 ‘나는 갈매기처럼 이 호수에 끌려’라는 말이 있는데, 갈매기가 호수에 끌리듯이 니나는 무대에 매혹되는 것이다.”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

<갈매기>에는 여배우가 등장하며, 공연이 올라가고, 새로운 극작의 형식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연극에 대한 연극임이 명확한 작품이다. 또한 인생을 두고 연극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는 만큼 관객은 자연스레 ‘연극’과 ‘인생’, ‘무대’와 ‘현실’이라는 두 가지 프레임을 교차시켜가며 관극하게 된다. 연출가는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정답’을 내리지 않은 채 연극적인 요소들이 서로 이어져 있는 무대를 통해 공연의 의미를 풍성하게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여타의 체홉 작품처럼 ‘한 세계의 파괴’로 치닫는 극인 만큼 인물의 내면에 드리워져 있는 내적인 구조를 세밀하게 찾아간다는 방침이다. 원작이 워낙 미묘한 지점이 많은 희곡인 만큼 사건의 전개뿐만 아니라 행간의 진짜 의미를 찾아가야 극을 효과적으로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 극작가인 체홉이 포착해낸 세상의 병세를 빈 무대, 열린 질문을 통해 이번 공연에서 오롯이 포착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일시
6월 4일~6월 29일 평일 7시반, 주말·공휴일 3시, (화 공연 없음, 6.16/6.23 3시)
장소
명동예술극장
안톤 체홉
연출
펠릭스 알렉사
출연
오영수, 이혜영, 이승철, 이창직, 이정미, 이명행, 박완규, 강주희, 김기수 외
문의
1644-2003

태그 연극이란 무엇인가, 갈매기,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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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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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호   2016-05-2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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