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TOP

연극인

검색하기

다시, 세월호를 기억하다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사랑하는 대한민국>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지 어느새 2년이 넘었다. 잊을 수 없을 만한 강렬한 충격, 잊지 않으리라는 굳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우리는 잊었다. 연극 동인제 집단인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획초청공연의 주제를 세월호로 잡은 것은 어쩌면 그래서일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너무 빨리 잊어가는 데 대해 조바심을 느꼈는지도, 그래서 극장 안에서 사람들을 그러모아 일년에 한 번씩이라도 경고등을 올려야겠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세월호라는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막을 올리는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기획초청공연은 말 그대로 혜화동1번지 동인을 넘어 동시대의 작업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연극 축제라 할 수 있다. 8월 한 달 간 6기 동인 일부와 외부 초청 연출가 등 총 8명의 연출가가 한 주에 2작품씩 총 8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부제는 ‘세월호 이후의 연극, 그리고 극장’이다. 6기 동인 중 한 사람인 신재훈 연출가는 “6기 동인과 비슷한 세대경험을 공유하면서 현재 활발하게 시대에 접속하고 있는 연출가가 누가 있을까 고민했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도 받아 참여 연출가를 추렸다”고 전했다.

세월호를 다시 이야기하기까지

세월호와 관련해 아직까지 사회적 논의가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선체인양이나 진상규명 등의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현 상황에 대해 좀더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혜화동1번지 동인들은 기획초청공연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에 앞서 ‘세월호 창작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각자의 고민이 너무나 다르다는 인식, 그리고 창작자로서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 아래 다같이 모여 우선 세월호에 대해 공부부터 하고자 마련됐다.

8명의 연출가와 참여 연극인들이 함께 하는 이 워크숍은 총 3차례로 기획됐으며 지금까지 이 중 2회가 진행됐다. 먼저 지난 5월 노순택 사진작가가 진행한 워크숍에서는 창작활동을 하는 같은 예술가로서 참사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지난 6월에는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박주민 변호사와 함께 ‘참사 이후의 법제화-특별법 개정안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살폈다. 마지막으로 7월 중에 진행될 마지막 워크숍에는 이경미 평론가가 함께 할 예정이다. 사회를 담는 그릇으로서 연극의 역할에 주목하며, 과거 구체적으로 어떤 연극들이 있었는지 공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대한민국> 연습 장면

세월호, 그 첫 번째 무대

그리하여 세월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후 이들은 두 팀씩 묶여 매주 공연을 이어가게 된다. 먼저 내달 3일부터 7일까지는 극단 신세계가 공동집필하고 김수정 연출가가 연출하는 ‘사랑하는 대한민국’, 그리고 임인자 연출가가 이현기 배우와 준비한 1인극 ‘국가에게 묻는다’가 무대에 오른다.

특히 변방연극제 감독으로 오랫동안 활약했으며 연극의 사회적 발언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온 임인자 연출가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임인자 연출가는 작금의 상황을 ‘이중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집요하게 가슴을 후비는 것은 국가는 왜 배 밖으로 승객들을 내보내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배와 깊은 물과 구조선 사이에 우리는 언제나 ‘이중재난’ 구조에 놓여있는 것은 아닌가. 세월호 선장은 ‘뛰어 들면 구해줍니까’를 외치고 있고, 해경은 ‘사람이 안보입니다’를 외치는 이 간극에서 우리들의 생명은 국가에게 묻고 있다.” 공연에 대한 짤막한 설명 글이 연출가의 문제의식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지만 공연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비밀이다. 임인자 연출가는 “국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을 짧게 담아보려고 한다”며 말을 아꼈다.

김수정 연출가는 ‘사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본래는 단편으로 가져오려고 했던 텍스트가 있었지만 세월호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그럴 생각을 버렸다. 제목만 세 번이나 바꿨다. “세월호에 대해 적당히 알고 있었을 당시 다른 두 가지 제목이 있었는데... 세월호에 대해 잘 모르겠으니 장면을 잘 못 만들겠더라고요. 공부부터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유가족, 해경, 정치인, 언론 등에 대해 공부했죠. 특히 유가족을 실제로 만났는데 그때 받은 느낌은 불쌍하다는 거였어요. 왜냐면 그들이 마치 국가대표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인 운동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가, 누군가가 해결 했어야 하는 일인데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거죠. 특히 세월호는 다른 참사들보다도 굉장히 오래, 크게 가져가고 있잖아요.” 이번 공연을 통해 진실을 밝히지 않으려 하는 정치인과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국가에 대한 모든 분노에도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고자 노력 중인 김수정 연출가는 세월호 공연만큼은 정말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랑하는 대한민국> 연습 장면

세월호를 향한 각양각색의 묵상들

이밖에 10일부터 14일까지는 극단 창세 출신이자 현재 MARC Factory에서 활동 중인 안정민이 쓰고 연출한 작품 ‘이토록, 사사로운(The most personal)’과 이오진이 쓰고 전윤환이 연출하는 앤드씨어터의 연극 ‘오십팔키로’가 차례로 무대화된다. ‘이토록, 사사로운’은 공적인 정체성을 박탈 당하고 지극히 사적인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우리의 모습을 조명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비극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오십팔키로’는 수학여행에 가기 전 살 빼기에 몰두하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두 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으로, 이들의 관점에서 그때 그 일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연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부터 21일까지는 극단 문의 정진새가 쓰고 연출하는 ‘세월호 오브 퓨처 패스트’와 달과아이극단의 이래은과 장나오가 구성하고 연출한 ‘시간을 흐르는 배’가 관객을 만난다. ‘세월호 오브 퓨처 패스트’는 참사 유가족에게 뒤늦게 찾아온 수퍼 히어로들이 뒤늦게나마 자신들의 능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간을 흐르는 배’는 뇌과학을 통해 ‘기억’이란 것을 살펴보고, 기억의 진짜 의미를 돌아보는 연극이라고 한다.

마지막 주간인 24일부터 28일까지는 김재엽 연출가가 이끄는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국가 없는 나라: 사라진 기억들’과 구자혜 연출가가 이끄는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킬링타임’이 한 데 묶여 공연된다. 이 중 ‘국가 없는 나라: 사라진 기억들’은 드림플레이 테제21이 세월호 이후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워크숍을 진행한 후 느낀 점에 대해 다룬다. 이들이 느낀 점이란 바로 우리가 ‘국가 없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은 연극이라는 매체가 과연 이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시킬 수 있는지 질문한다. 또 다른 작품 ‘킬링 타임’의 경우 불합리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주목한다.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할 줄 알았다’ 등의 말을 쌓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고발하는 연극이 될 예정이다.

[사진: 컬쳐버스 제공]

일시
8월 3일~8월 28일 평일 8시, 주말 3시
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문의
070-­8276-­0917

태그 세월호,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김나볏

목록보기

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제96호   2016-07-21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