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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꿰뚫는 또 한 편의 입센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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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1월 무대화된 연극,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은 극작가 입센의 현대성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었다. 지도자들의 부패와 위선, 거짓으로 위기에 몰리게 된 한 소도시에 대해 다룬 이 작품은 19세기에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쓰였다는 게 무색할 만큼 21세기 한국 사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해안가 소도시의 영주이자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명예와 이득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아이마저 위기에 처하게 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근대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입센의 작품 중 오늘날 관객에게도 놀라우리만큼 유효한, 또 한 가지 이야기가 무대화된다. 입센의 역사극이자 입센 심리극의 시초라 불리는 <왕위 주장자들>이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과 세종M씨어터 재개관 10주년을 기념하고자 서울시극단이 선택한, 2017년 시즌 첫 작품이다.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사회의 기둥들>을 연출했던 김광보 연출가가 이번에도 공연을 꾸린다.

권력을 원하는 자들의 심리묘사 통해 사회를 읽다

“<왕위 주장자들>은 제가 2015년 서울시극단장에 취임할 때부터 계획했던 작품 목록에 들어 있던 작품입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우리 시대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망의 시대를 지나 희망을 제시하는데, 그 희망이 과연 바람직한 희망인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왕위나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보다도 세 주인공의 내면 심리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와 연출을 하게 됐습니다. 대선과 맞물려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우연의 일치입니다.” -김광보 연출가

이 작품의 배경은 스베레왕 서거 후 왕권 다툼이 벌어지는 13세기 노르웨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기 소명을 인식하고 당당하게 그 인식을 표출하는 인물인 호콘왕, 그리고 스베레왕 서거 후 6년간 섭정을 통해 왕국은 자신의 것이라 믿게 된 스쿨레 백작 사이 왕위 다툼이 주된 줄거리다. 이 가운데 니콜라스 주교라는 인물이 등장해 스쿨레 백작의 욕망과 의심을 부추기며 갈등을 심화시킨다. 치열한 왕권 다툼 속에 왕위를 차지하게 된 호콘왕은 스쿨레 백작의 딸 마르그레테를 왕비로 선택하며 화해를 꾀한다. 그러나 스쿨레는 호콘의 아들이자 자기 외손자를 죽이려고까지 하며 권력욕을 끝까지 놓지 못한다.

13세기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지만 역사적 맥락보다는 인간 심리의 변화와 방황에 대한 통찰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특히 심리묘사가 두드러지는데, 인간의 권력욕과 더불어 의심과 갈등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점이 매력적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소명의식에 따라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인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결국 포기하지 못하고 죄악을 범하는 인물 등 다양한 고위층 인사들의 심리가 극 중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결국 관객 입장에서는 어느 한 쪽이 옳고 그르다는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는, ‘그들만의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입센을 통해 철저하게 해부해 관찰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작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생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번 작품에서도 피할 수 없을 예정이다. 자신이 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호콘왕과 오랜 세월 왕좌에 가장 가까이 있었으나 왕이 되지 못한 채 늙어가는 스쿨레 백작의 긴장과 갈등, 그리고 호콘왕과 스쿨레 백작 사이를 오가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교회의 수장 격인 니콜라스 주교의 모습은 마치 오늘 아침 자 뉴스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생하다.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진 자들의 다양한 양상, 그리고 그들의 심리적 방황이 정치적 이슈가 넘쳐흐르는 이 때 더욱 절묘하게 다가올 듯하다.

[사진: 서울시극단 제공]

일정
3.31~4.23, 평일 7시반, 토 2시·6시반, 일 2시, 화 공연 없음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헨리크 입센
각색
고연옥
연출
김광보
출연
이창직, 강신구, 유성주, 최나라 이지연, 유연수 외
문의
02-399-1794, 1095

태그 서울시극단, 왕위 주장자들,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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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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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호   2017-03-2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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