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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속의 인생 vs 극장과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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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극장 속의 인생>이 여섯 번째 재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할인>의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원작의 제목인 The Life in the Theatre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제목으로 삼았다. The Life in the Theatre는 작가 데이비드 마멧(David Mamet)이 1977년에 집필한 희곡으로, 초연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무대화되고 있다. 또한, 1993년에는 데이비드 마멧이 직접 각본을 담당하여 텔레비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극장 속의 인생>은 두 명뿐인 주인공, 40대 중견배우 만달과 20대 신인 배우 현우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배우라는 공통된 직업, 선배와 후배, 나이, 연극에 관한 견해 차이, 배우라는 직업에 관한 다른 가치관 등 다양한 요소로 연결되어 있다. 두 사람이 이루는 여러 관계의 그물망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갈등이라는 이름의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내내 건져 올린다.

극장 속의 인생 vs 극장과 내 인생

“연극은 인생의 일부분이야. 너하고 내가 술집에 갔다고 쳐. 그럼 네가 거기에 있는 시간, 그 시간을 따로 떼서 생각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그것도 다 삶의 일부라는 거지. 연극이 삶이야. 자네가 공연하고, 연기하는 게 다 삶의 일부분이라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와 눈을 찌푸리며 짜증 내기. 자, 당신은 어떤 쪽이었는가? 이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당신의 입장은 어느 정도 결정된다.
우선 만달의 입장에서 보자. 만달은 40대 중반에 이른, 경력 20년의 연극배우다. 대학로를 무대로 활동하고 연극 외의 작품엔 특별히 출연한 바 없다. 돌이켜 보면 몇 차례 기회도 있었지만, 자존심이 있어 인생의 진로를 바꾸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던 뜨거운 열정으로 젊은 날을 불살랐다. 연극은 인생이다. 연극과 삶은 분리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다만, 뭐 이제는 가끔 행동보다 말로 때우긴 하지. 내일이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극단에 어린 녀석이 들어왔다. 무슨 대학 연극영화과를 나왔다고 한다. 친구들 중엔 방송이나 영화에서 대박을 치고 있는 배우도 있는 것 같다. 뮤지컬이든, 영화든 불러만 준다면 하고 싶단다. 연극배우면 연극이 우선이라는 것도 모르고. 공연만 끝나면 쪼르르 집으로 간다. 배우라면, 무대 위든 분장실에서든 극장을 나가도 배우인데.

그리고 현우의 입장이다. 졸업하고 바로 대학로에 왔다. 무대가 무엇인지 경험하고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배우로 살 건데 연극부터 찬찬히 경험해보면 좋지 않겠는가. 학교 다니면서 이미 데뷔한 친구도, 잘 나가는 뮤지컬 배우 선배도 있다. 부럽긴 해도, 나도 천천히 오디션도 보고, 연극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면 된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기분이 좋다. 깜깜한 객석 쪽에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관객들의 눈빛이다. 이 맛에 연기하나 보다. 처음 극단에 들어왔을 땐, 대사 한 마디에도 뛸 듯이 기뻤다. 분장실을 청소하고 목과 몸을 푸는 것도 즐거웠다. 그렇지만, 내 방식대로 하고 싶다. 작품 해석도, 생활도. 특별히 연기가 감동인 것도 아닌 선배가 있다. 작품 해석이 자의적이고 현학적이다. 내 생활에도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다. 피곤하다. 그러더니 이제는 무대 위에서까지 나를 난처하게 한다. 계속 극단 생활을 해야할까? 그래도 두 사람, 단 한 가지에 만은 생각이 같다. 좋은 작품이, 좋은 연기가 하고 싶다는 것. 그런데 그 좋은 연기란 대체 뭐란 말인가.

인생이 교차하는 두 공간

이 작품은 무대와 분장실이라는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된다. 특징적인 것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극중극의 상황에서 관객을 등진 채로 연기한다는 것이다. 배우와 관객이 사실은 ‘부재하는 공간’을 함께 바라본다. 관객은 등 뒤에서 그들의 다름을 본다. 겉이 아닌 속으로 하는 말, 앞이 아닌 뒤로 보이는 무언가를 등 뒤에서 추측하는 것이다.
연극의 또 다른 공간은 분장실이다. 배우들은 주로 정면을 보며 대화하는데, 앞에 ‘거울’이 달린 것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마주 보는 대신에 거울을 통해 비추는 모습을 보며 대화한다. 이것은 서브텍스트로 대화하는 만달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현우의 성격을 상징하며 둘을 더욱 대조시키게 된다.
때론 독재적인 직업적 태도로 작품 해석과 연기를 강요하던 만달이 현우의 발전 앞에 서서히 정서적 불안을 드러낸다. 그러다 심지어는 무대 위에서까지 흔들리고 만다. 성공적이진 않았어도, 성실했던 배우라 자신했던 인생이 흔들리면서, 만달은 질투, 욕망, 허무 등의 감정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만달의 감정이 고조될수록 괴로움은 현우의 몫이다. 무대 위에서 벌써 몇 번이나 악몽같은 순간을 겪었다. 그러나 현우는 창의적으로 만달의 실수를 극적으로 만회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배와 후배, 선생과 학생 같던 둘의 역할이 서서히 전환된다.

이 갈등과 변화는 다섯 번의 극중극을 통해 전달된다. 점차 변화하는 만달과 현우 정서가 긴박한 상황을 앞둔 의사들, 전쟁터의 군인들 등의 극중극 상황을 통해 고조된다. <극장 속의 연극>은 극장을 삶에 대한 은유로 사용하며, 드라마, 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극증극을 통해 우리 삶의 여러 순간, 개성과 가치관이 부딪히며 드러나고 형성되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노화하는 자아에 대한 우울한 관찰기이기도 하다.

[사진: 플레이유니온 제공]

일정
3.30~4.9 평일 8시, 주말 4시(월 공연 없음)
장소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
원작
데이비드 마멧
재창작
신성우
연출
오승욱
출연
한규남, 김정규
문의
010-6201-5146, playunion@naver.com

태그 인어, 플레이유니온, 극장 속의 인생, 허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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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균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 창작 작업과 함께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다.
byebanana26@gmail.com
제112호   2017-03-2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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