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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상 속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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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이라는 키워드가 문화예술계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화된 검열과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나선 것은 바로 연극인들이었다. 일면 씁쓸하기도 한 대목이다. 자본에서 소외된 장르, 공공지원금 없이는 운영되기 힘든 순수예술 장르가 가장 먼저, 그리고 지속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21세기형 국가발 검열은 자본 통제와 긴밀하게 연계돼 진행됐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생각할 거리를 낳았다.

그런데 이연주 연출가는 이것 말고도 검열에 대해 할 얘기는 많이 남아 있다고 연극 <2017 이반검열>을 통해 주장한다. 사상을 통제하는 검열의 진짜 속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검열이 어떤 단계를 거쳐 이뤄지는지 심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 검열이 횡행하게 된 원인을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에게서도 찾으려 한다. 검열은 비단 문화예술계에서만 이뤄지는 일도 아니고, 검열의 주체가 공권력으로만 한정되지도 않고, 자본이라는 도구를 통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건강한 의견교환이 아닌 옳고 그름을 함부로 판단하는 행위, 나아가 나와 다른 것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종교, 성별, 나이 등의 외피를 쓰고 일상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소수자 차별, 어쩌면 검열의 시작

“지난해 초연을 할 때 검열이라는 주제 아래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검열이라는 이슈가 주로 공권력으로 초점이 맞춰져서 이야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어쩌면 다양한 검열의 지점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조사를 하다가 ‘이반(성소수자를 통칭하는 말) 검열’이라는 말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반검열이라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여러 가지 차별, 혐오와 다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지 않나 싶었어요. ‘국가의 검열, 자본의 검열뿐만 아니라 검열이 다양하게 학습되고 전파되고 하면서 일종의 어떤 선동처럼 이어지는구나, 이것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연주 연출가

지난해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릴레이식으로 진행됐던 축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참가작으로 이미 한 차례 진행된 이 공연은 올해 남산예술센터에서 다시 한 번 관객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초연 당시와 달라진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다 소극장이 아닌 중극장 무대까지 소화하느라 공연팀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연의 시작은 학교라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반 검열’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중적인 차별을 받는다. 한 성소수자 단체의 구술집과 자료를 참고해 대본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공연은 출발하는데, 여기서 이연주 연출가는 청소년 성소수자로 분한 배우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데 집중한다. 이후 이들은 차별과 배제에 따른 고통,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을 공통분모로 삼아 세월호 생존자들의 모습으로 치환된다. 이번에는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 펴냄)>에 기록된 청소년들의 말이 중심에 놓인다. 그리고선 배경 역할을 했던 커다란 하얀색 막이 걷히고 무대가 뒤로 확장되면서 공연의 내용은 본격적으로 차별과 배제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모드로 나아간다.

공연은 소수자들이 사회적 편견에 노출된 채 그저 견뎌야 했던 이유로 ‘순수한 국민’의 탄생을 지목한다. 소수자들을 향한 차별에는 그것에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순수한 국민’의 탄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차별과 관련된 단어들이 단발마처럼 비춰지던 스크린에는 어느새 역사적 자료 화면들이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주된 내용은 독재정권 시절의 각종 규제와 탄압이다. 권력을 정당화하고 유지시키기 위해 사용된 수많은 통제 행위들이 스크린에 비치고, 배우들은 각 영상의 내용에 따라 마치 집체교육을 받는 듯한 모습을 신체적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국민체조, 단체무용 등 국가의 통제를 받던 시절의 각종 흔적이 오늘날까지 종교집단, 스포츠 행사 등에서 일부 계승되고 있음을 알린다.

탄핵 이후, 검열사태는 끝?… 권력자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

“‘대한민국의 현주소란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이 이번 공연 영상에 추가적으로 반영됐습니다. 주로 무대에는 피해를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았고, 영상에는 가해자, 권력자의 목소리를 많이 담았어요. 정치적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번 공연의 마지막은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지 계속 수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탄핵이 됐으니 모든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이다,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통합이 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권력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그런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는 중이에요.” -이연주 연출가

<2017 이반검열>인 만큼 최근의 내용들도 영상에 반영된다. 눈에 띄는 것은 여야를 막론한 유력 정치인들의 성소수자 차별 발언, 말 바꾸기 양상 등이다. 공연은 이를 통해 지난 정권의 검열을 일삼던 최상위 주체들이 법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됐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하는 듯하다. <2017 이반검열>은 차별과 배제의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끝까지 거두지 않는다.

이처럼 차별과 배제의 모든 양상들과 재발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태도가 연극 <2017 이반검열> 전반을 지배한다. 그런데 이 같은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공연의 미덕이자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모든 시도를 검열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고 있는데,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진 차별 및 배제와 문화적 교류의 부재에서 비롯된 차별 및 배제를 한 데 뭉뚱그려 놓은 점이 간혹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기 때문이다. 차별·배제의 주체, 그리고 차별·배제의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고 분류하는 것까지 나아가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 검열에 대해 조금 색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에 이 공연의 방점을 찍어야 할 듯하다.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일정
4.6~16 평일 8시, 주말 3시, (월, 화 공연 없음)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구성/연출
이연주
드라마터그
전강희
출연
조아라, 우범진, 엄태준, 박수진, 양정윤, 이세영
문의
02-758-2150

태그 남산예술센터, 2017 이반검열,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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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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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   2017-04-0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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