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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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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무대 위로 불려오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초대되기는 처음이 아닐까. 소설가 권여선이 2016년 여름에 발표하고, 제17회 이효석 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 소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가 상상만발극장 박해성의 각색으로 남산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살해된 여고생의 가족과 당시 망자의 삶 주변에 존재하던 이들의 남겨진 시간을 응시하는 동명의 연극은 죽음의 파장, 상실의 극복, 애도의 가능성에 대해 사유하는 집요한 다인칭의 일기다.

사건

사건은 2002년에 벌어졌다. 모두가 흥에 겨워 반쯤 미쳐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때다. 월드컵 4강이 아니라, 올림픽 1위를 했더라도 무관심했을, 무심하고도 한없이 아름다운 여고생 혜언이 살해당한 것은. 당시 노란색 원피스를 입었는지, 민소매 티에 반바지를 입었는지 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미제로 남아 14년이 흐른다. 갑작스런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깊고 긴 파장을 오래도록 남긴다. 혜언의 엄마, 여동생 다언, 같은 반 전학생 상희, 동급생 태림과 정준,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만우와 그의 여동생에 까지….

“죽음은 우리를 잡동사니 허섭스레기로 만들어요. 순식간에 나머지 존재로 만들어 버려요.”

그렇다. 죽음은 그 어떤 이별의 방식보다 잔인하다. 주변 사람의 느닷없는 죽음으로 느끼는 부재의 무게는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짓누르는가.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세 명의 여인 다언, 상희, 태림의 목소리로 죽음이 가져온 상실의 무게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상처

가장 육중한 목소리를 지닌 것은 혜언의 여동생 다언이다. 경상도 사람인 아버지가 ‘혜은’을 ‘혜언’으로 발음하는 바람에 덩달아 ‘다언’이가 된 두 살 터울의 여동생. 다언은 혜언의 생 앞과 뒤에서, 언니 삶의 목격자이자 진술자로 살아간다. 언니의 식사를 챙기고, 속옷을 확인하며, 등교와 하교를 도왔던 짧은 날들이 거짓말처럼 끝나버리고, 이제 다언은 공허가 된 언니의 빈 삶을 채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신을 믿을 수 있겠어요?”

밝혀지지 않는 진실은 그 자체로, 그것에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끝없는 고통이 된다.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은 언제나 살아있으며, 진행형으로 현존한다. 티끌 같은 일이든, 태산 같은 일이든. 사건이 남긴 부스러기 같은 흔적조차도 때로는 희망이, 때로는 살을 도려내는 칼날이 된다. 그러므로 남겨진 사람들은 모두 당사자다. 고통은 물처럼 최대한 멀리 가려는 듯, 남은 시간을 적시며 내내 흐른다. 그러므로 진실에 다가가려는 행위는 고통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후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죽음이 만들어낸 치명적인 파장에 대한 섬세한 이야기다. 이 작품이 죽음에 대해서 조용히 애도하고 성찰을 할 수 있는 침묵의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박해성 연출은 작품을 설명했다.
14년 전, 그리고 14년이 흐르는 동안 당사자들의 삶의 궤적은 개인, 사회, 국가를 드러내 보이는 그림이 된다. 도피하듯 한국을 떠나 유학길에 오른 정준과 아내 태림의 상류층 인생, 아버지의 죽음과 언니의 죽음으로 부서진 다언의 젊은 날,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서 꿈을 버린 채 그 외연을 성실하게 걸어갈 따름인 상희, 땅딸보 오토바이에서 미싱기 앞으로 미미한 전진뿐인 만우의 삶…. 이 작품은 죽음을 애도할 줄 모르는 사회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고통들을 각 부류의 삶, 그들의 눈, 그들의 시간을 통해 고통스럽게 소묘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마주하게 한다. 관객들은 응시와 사유의 공간으로 구조화된 극장에서 청자이자 목격자가 된다. 소설의 시공간을 다시 배치하고, 옷을 뒤집듯 인물의 행위보다는 감정과 심리를 겉으로 펼쳐 보이며,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사건의 전말로 관객을 인도한다.

애도를 통해, 죽음이 남긴 파장은 치유될 수 있을까? 고통은 용서 후에 경감될 수 있을까? 아들의 살인자를 끌어안으며 “나는 너를 용서한다”고 눈물 흘리는 피해자의 어머니를 어떤 영화에서 본 일이 있다. 그 뜨거운 포옹이 의미하는 것은 용서가 아닌 의지,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살인자라는 유일하게 현존하는 증거를 통해서, 죽어버린 이를 기억하고자 하는 잔인하고 처절한 애도의 방식인지도. 그럼에도, 영원히 애도되지 못할 진실을 찾아 고통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남겨진 이들만의 미완의 숙제, 미완의 의식일 것이다.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c)이강물]

일시
11월 23일~12월 3일 평일 8시, 주말 3시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원작
권여선
각색/연출
박해성
출연
우정원, 황은후, 신사랑, 노기용, 신지우
문의
02-758-2150

태그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상상만발극장, 허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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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균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공연 창작 작업과 함께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다. byebanana26@gmail.com
제128호   2017-11-23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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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미
죽음이라는거..늘 나에게 먼거라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없다면..그걸 상상하니 몇가지 떠오르는 사진같은 컷들..
오늘 김장하시는 어머님께 꼭 전화를 두
드려야겠어요 ^.^

2017-12-02댓글쓰기 댓글삭제

웹진 연극in
정수미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 어머님께 전화.. 저도 드려야겠네요! 추워지는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

2017-12-04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