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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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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불편부당하다 느꼈던 사소한 일들은 사실 사회라는 이름의 거대한 시스템이 이를 용납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작지만 중요한 문제를 바로 직시하고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탐구하며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정치일는지도 모른다.

일상 속 문제를 객관화하고 공론화하기 좋은 ‘정치적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연극이다. 창작자들은 눈앞에서 관객을 마주하고 직접 발화하면서 자신이 목격한 세계를 무대에 새겨 놓고, 거의 동시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공연장이 꼭 제대로 된 극장일 필요는 없다. 배우와 관객, 그리고 공간만 있다면 무슨 이야기든 몸짓이든 나눔이 가능하다.

번듯하지만 비싼 극장 공간 대신 소박한 공간을 찾아 ‘일상 속 정치’ 같은 공연을 올리는 이들이 대학로에도 몇몇 있다. 그 중에서도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조금 독특한 결을 지니고 있다. 김승언, 신문영 배우 부부가 만든 이 단체는 자신들의 실제 삶과 밀접한 이야기들만 골라 ‘경제시리즈’라는 이름 아래 선보여 왔다. 돈벌이와 하고 싶은 일 사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대한 이야기 <잡온론(Job on loan)>,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끊임없이 해나가는 이야기 <스피드 잡스(Speed jobs)>, 남성중심사회와 경제 권력에 대한 이야기 <아담스 미스(Adam's miss)>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올 봄 <아담스 미스>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재공연할 예정이다.

아담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미투 운동 이후 세상 분위기가 바뀌면서 굳이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남성중심적 세상, 권력에 대해 바로 직시하는 분위기가 됐죠. <아담스 미스>를 재작년에 처음 했을 때는 수박 겉핥기를 해도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얘기를 잘 할 수 있을까 더욱 고민이 됩니다. 다만 미투 운동 속에서 언급된 최근 사건들은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공연의 기본적인 포인트는 남성중심적, 가부장적인 세상의 분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하는 데 대한 추측이에요." -김승언 배우

<아담스 미스>라는 제목에서 보듯 아담으로 대표되는 남성이 그간 저질러온 실수, 잘못들을 짚어보는 공연이다. 특히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남자와 여자 사이 불평등이 경제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원시농경사회로 거슬러 올라가 불평등의 기원부터 찬찬히 되짚어볼 예정이다. 2016년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처음 1인극으로 공연을 올리고 지난해 2인극으로 고쳐 올리면서 텍스트가 이미 많이 바뀌었지만, 이번에는 반절 이상을 다시 들어내고 고친 후 2인극으로 다시 공연한다는 계획이다.
자본주의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담 스미스의 이름에서 착안해 제목을 지었지만 딱딱한 경제 이야기를 늘어놓는 공연은 아니다. 공연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아래 살고 있는 현대인, 특히 서민의 관점에서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을 토대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공연의 핵심은 다름 아닌 남성중심적, 가부장적인 세상이 된 까닭에 대한 탐구다. 경제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쥐게 되고, 권력을 키우고, 권력을 부리고 다니는 과정을 짚되, 남성 자체보다는 권력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 남성성, 폭력적인 것들에 대한 비판이 담길 예정이다. 1만2000년 정도 역사를 간략하게 압축해 그간 알게 모르게 세포에 콕콕 박혀 있는 남자의 특권 의식을 비추는 한편 알게 모르게 남자들에게 주눅 들어 살게 된 여자의 현상적인 심리상태를 조명해본다는 계획이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됐으면 해요. 사실 처음부터 저희가 거리극을 하겠다고 덤빈 건 아니었어요. 신문영 배우가 출산을 하면서 아예 공연 기회 같은 게 없어지는 걸 봤고, 여자배우들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됐죠. 특히나 내 가족이 그러고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둘이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고 했어요. 극장은 대관료가 너무 비싸니 그렇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자 싶었고, 그러다가 거리극을 하게 됐어요. 여자배우들 외에도 청년예술가들의 경우 비용 문제로 요즘 공연을 하기 힘들어들 하는데 저희 활동이 어떤 흐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안 공간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공간들을 함께 찾아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김승언 배우

우주마인드프로젝트 팀은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일상과 연극을 꾸준히 잇는 중이다. 이번에 무대로 삼은 곳은 마로니에 공원 야외공연장이다. 5일간 공연하는 공간을 빌리는 데 쓴 비용은 총 55,000원이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공연 내용뿐만 아니라 공연을 올리는 과정 자체도 최대한 일상에 가깝게, 무리하지 않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거리 공연을 하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빚지지 않고 공연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로 나오게 된 경우다.

야외공간은 극장공간과 달리 방해요인이 많다. 이같은 외부 환경을 배제하지 않고 최대한 끌어안는 식으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별다른 무대장치가 없는 공연인 만큼 해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대를 일부러 택해 관객이 바라보는 풍경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바람과 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공연의 대도구, 소도구가 될 예정이다. 신문영 배우가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공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 그룹은 자신들의 도전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공연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젊은 연극인들에게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튼다면 공연이 가능한 대안공간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다는 이들의 주장은 점점 비현실적으로 치솟는 극장대관료에 신음하는 대학로 연극인들에게 제법 솔깃하게 들릴 듯하다. 이번 공연의 관람료는 무료다.

[사진: 우주마인드프로젝트 제공]

일시
4월 18~22일 5시
장소
마로니에 공원 야외
작·연출·출연
김승언, 신문영
문의
010-2069-7202

태그 우주마인드프로젝트,김나볏,아담스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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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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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호   2018-04-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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