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극장이 열린다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2015 기획초청공연 <세월호>혜화동1번지 6기 동인

8월 한 달,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연달아 혜화동1번지 무대에 오른다. 그날의 참사 이후 직간접적으로 세월호를 파고드는 연극들이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기획 프로젝트를 꾸린 건 이례적인 일이라 할만하다. 이번 기획초청공연에 유일하게 단편 영화로 참여하는 낭만유랑단의 연출가이자 혜화동1번지의 6기 동인 송경화 연출은 극장의 사회성과 동시대에 대한 발언이라는 맥락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은 극장을 개방해 더 많은 창작자들과 더불어 기획공연을 올리자는 계획은 작년부터 해왔었는데, ‘세월호’라는 주제를 선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야 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애써 피하고 싶은 마음 또한 우리에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무거운 이야기를 다시 감당해내고, 사유해야 한다는 것에 결국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나의 일이라는 것, 그러니 함께 바꿔나가자는 것이 ‘세월호’라는 이름으로 모여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덫에 빠지지 말자

모두가 아는 불편한 사실을 다시, 계속 얘기하는 것은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붙잡으려는 것이다. 나한테 일어나지 않았다고 내 일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결국 나의 무관심이 이런 사회를 만들어 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인데 이것을 이념의 이야기로 떠들게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한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회가 사람을, 삶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안산에서 만나 뵈었던 유가족 중 한 분이 도망가고 싶고, 비겁해지고 싶을 때 이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기억하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자신이 진 무거움을 덜고 가고, 또 그 무거움을 다시 함께 안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극단 ‘전화벨이 울린다’ <삼풍백화점>

<삼풍백화점>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연출가 이연주는 세월호 이후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설가 정이현이 쓴 동명의 원작 단편을 재창작한 이 작품은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기억해가는 한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 속 주인공은 사고 당일 그곳에 있었고,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던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나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으며,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새로 산 일기장을 펼쳐 ‘나는 오늘’이라고 쓰는 와중 쾅 소리를 듣는다.

당시 나는 10대 후반이었는데, 아무리 20년 전의 일이라지만 사고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게 남아있는 기억은 부실공사나 비리 같은 것들이었고 사상자 혹은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흐릿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자들이 살아왔을 그 20년의 세월은 어땠을까. 어쩌면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미래가 거기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들의 삶을 반추해 보려는 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단순히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증언함으로써 현재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새겨진 흔적을 통해서 우리가 기록하고 남겨야 할 것들의 여러 층위들이 생겨날 것이라 기대한다.

안에 있으면서도 바깥에 있기

소설을 극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너무 직접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조금씩 대본을 수정하고 있다.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유지하게 되는데 더 깊이 들어가야 할 부분은 무엇일지 고민한다. 이번에 <세월호> 공연을 준비하는 연극인들이 외부 강사들을 초청해 같이 워크숍을 했는데, 그때 느낀 것도 연극을 만드는 나의 입장과 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 작가, 한국전쟁과 학살을 연구한 『가면권력』의 한성훈 선생, 4.16 법률 지원센터의 박선영 변호사, 그리고 안산에서 유가족 분들을 만나기까지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조심스럽고 고통스러운 작업인데, 완전히 바깥에 있지 않으면서도 너무 안으로 들어와 내 눈을 감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들은 <세월호> 기획초청공연을 위해 시민 후원 모금을 진행 중이다. 그들은 그것이 얼마가 됐든 누군가 이 기획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극장, 혜화동1번지에 오면 언제든 관객들과 더불어 이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얘기한다. 바로 그 은근하면서도 노골적인 야합을 위해 극장이 열린다. 또 세월호냐고? 이제 시작이다.

혜화동1번지 주간별 공연
첫째 주_8.5~8.9 둘째 주_8.12~8.16
혜화동1번지 별망엄마 혜화동1번지 하이웨이
셋째 주_8.19~8.23 넷째 주_8.26~8.30
혜화동1번지 삼풍백화점 혜화동1번지 공중의 방

[사진: 컬쳐버스 제공]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2015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포스터

일시
8월 5일~8월 30일 평일 8시, 주말 3시, 월화 공연 없음
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문의
070-8276-0917

태그 혜화동1번지,세월호,김슬기

목록보기

김슬기

김슬기 공연저술가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학원에서 연극 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제73호   2015-08-06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