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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만든 거리공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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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4회째를 맞는 대학로거리공연축제(D.FESTA)가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만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리뷰를 제안 받았을 때, 그 컨셉 자체만으로도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일종의 역설이랄까. 주최 측의 사정이 납득은 가건만 관중 없는 거리공연이라니? 그간 필자가 보아온 국내외 공연예술제 거리공연 현장에서 경험했던 아름다운 순간들,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러한 현장감이 온라인 생중계로 과연 얼마나 경험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되는 이 열의 가득한 축제를 마음을 담아 관극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삼일에 걸친 축제기간에 필자가 관람한 공연은 온라인으로 관극한 극단 분기탱천의 <도채비방쉬>, 놀이하는 이모네의 <신통방통 도깨비>와 마로니에 공연 현장에서 관극한 극단 42프로젝트의 <이러지말자>, 마임공작소 판의 <유랑기사>다.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거리공연관극
첫 번째 온라인 관극은 분기탱천의 <도채비방쉬>. 온라인 중계에 대한 불안과 달리 영상은 생각보다 괜찮은 화질과 음질로 송출되었다. 신이지만 장난기가 많아 사람들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도채비와 동네 천덕꾸러기 꼬마 지슬이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아낸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서도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배우들은 와이어리스를 착용하고 관객이 없음에도 큰 연극적 에너지와 발성으로 극을 끌어나갔는데 빈 무대를 채우기 위함인지 약간은 상기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대 사용에 있어서도 객석에 관객이 없다 보니 무대 전체를 보다 편하게 거침없이 활용하는 느낌이었다. 현장이라면 거리 어딘가에 자리 잡고 코앞에서 공연을 관극했겠지만 집에서 온라인으로 감상하며 경험해보는 현장감도 나름대로 새로웠다. 평소에 음악이나 영상 등을 주로 틀어놓던 집안에 온라인 거리공연을 틀어놓고 있으니 집안 공기도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들썩이는 느낌? 의식은 영상에 두고, 시청각으로 극을 접하며 가볍게 밥도 먹고, 차도 한잔하고, 청소도 해가며 관극을 하고 있자니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 거리 공연이 초대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가장 편안한 상태로 머무르며 배우들의 입담과 노래에 나름대로 추임새도 넣어보고, 극 중 나오는 똥 얘기에 밥 먹는데 똥 얘기한다며 울상 짓는 관객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보며 재밌어하는 것도 온라인 생중계로 경험해보는 새로운 형식의 참여이자, 현장감이었다.
<도채비방쉬> 공연사진 ⓒ김지성
연이어 본 놀이하는 이모네의 <신통방통 도깨비>는 1인극으로 여배우 한 분이 나와서 각종 소품과 작화를 활용해 연기와 노래와 안무를 하며 극이 진행되었다. 가난한 두 형제가 살다가 어느 날 착한 아우가 금덩어리를 가져왔는데 못된 형은 아우의 눈을 멀게 만들고 도망간다. 눈이 먼 아우는 형을 찾아다니다가 도깨비 집에 들어가 그들의 별별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복잡하지 않은 내용으로 작품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극에 대한 몰입보다는 텅 빈 무대에서 관객 없이 배우 혼자 극을 끌어가기가 쉽지 않겠다는, 관찰자적인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럼에도 배우 황윤희는 노련하고 구수한 입담으로 극을 끌어갔고, 관객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에선 스태프들이 참여하여 진행을 도왔다. 관객 역할을 맡은 스태프 한분이 지시에 따라 실로폰 채로 연기자가 들고 있는 소품을 열정적으로 두드리자 이런 관객은 처음 봤다며 배우가 애드립 하는 장면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 순간에는 무관중 거리공연의 답답함을 이겨내 보려는, ‘Show must go on’을 향한 열정과 의지도 느낄수 있었다.
동료도 관객도 없는 공연에서 배우의 연기는 안정적인 극의 진행을 위해 더욱 자신으로부터 충동에 집중해 의지를 갖고 극을 끌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상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배우의 집중된 표정, 눈빛 등을 통해 그러한 인지가 더욱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거리공연에서의 1인극처럼 그 매력과 현장감을 온전히 경험하고 공유했다기엔 어쩐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온라인 관극이였다.
<신통방통 도깨비> 공연사진 ⓒ김지성
축제현장에서의 거리공연관극
저녁 7시 반,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 도착해 거리두기를 위해 빙 둘러쳐진 바리케이드 너머로 이번 축제의 제작공연인 42프로젝트의 <이러지말자> 관극을 시작했다. 퍼포머 5명의 흥겨운 춤과 노래로 시작된 공연은 지금 시대의 흔들리는 순간에 어떤 생활을 지속해야 할지, 고민하지만 결정하기 어려운 청춘들의 상황을 춤과 노래와 연기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바리케이드 너머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몇몇 관객들과 공연 현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옆 동네잔치를 담 넘어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보면 안 될 것을 보고 있는 듯한 약간의 죄책감 그리고 호기심? 그로부터 생겨나는 극의 의도와 관계없는 이상한 재미라고 해야할까. 비계와 장비들 사이로 잘 들리지 않는 소리에 집중하여 공연을 관극하고 있으니, 몰입보다는 거리를 두고 관찰자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선이 다시한번 발생하게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사연을 가지고 에피소드로 장면을 진행할 때 한 남자배우가 무대에서 내려와 가운데 홀로 서서 나지막이 내뱉던 독백이었다. 2020년 모두가 힘들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힘내자던 말... 그 진솔한 메시지가 온전한 몰입이 힘든 와중에도 관객으로서 가슴에 가만히 와 닿는 것을 느꼈다.
배우들은 관객을 의식하기보단 동료들과 함께 짜여진 연기스코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행위하며 나름의 여건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최대한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와중에 문득 마치 재학시절 자주 보았던 연기실습에서의 공개 발표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개 발표는 연기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관객보다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여 수업에서의 학습 목표에 따른 본인의 실연을 그대로 관철해본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극을 끌어가는 동력이 관객에 대한 의식보단 자신과 함께하는 동료 배우들에 대한 집중으로부터 오롯이 나오는 모습에서 공개발표 때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진 셈이다.
축제에서는 거리공연의 현장성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일환으로 설치된 바리케이드이건만 극이 고조될 때면 하나둘 모여든 관객들 때문에 정작 통제하기가 애매한 상황이 펼쳐지며 거리두기가 아슬아슬하게 흐트러지곤 했다. 거리두기를 위한 통제선 너머로 다시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 상황. 배우들 또한 카메라에 주의를 두고 극을 진행하다보니 실상 바리케이드 너머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극하며 그 현장감을 오롯이 느껴야 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모습은 또 하나의 역설적인 상황으로 여겨졌다.
<이러지말자> 공연사진 ⓒ김지성
뒤이은 마임공작소 판의 <유랑기사>는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진행되는 신체극으로,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기사도에 심취한 유랑기사와 그를 따른 시종의 아름답고 우스꽝스러운 여정을 그려낸 코믹 풍자극이다.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있음에도 거리를 두고 보니 역시 관객으로서 스토리에 온전한 몰입은 힘들었다.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마음은 극에 집중하고 싶지만 뒤 켠 벤치에서 한 어르신이 옆의 어르신께 자기 딸이 맞선을 스무 번을 보았노라고 다소 크게 고충을 토로하는 사연이 더 자연스럽게 귀에 꽂혀 들려오는 현실... 그로부터 발생하는 또 한 번의 현장과의 괴리. 나는 극에 집중하여 저 이야기를 따라가고 싶은데! 관객들 역시 그러한 분리된 현장감 속에서 점점이 모였다가 조용히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관극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먼발치에서도 마임을 통해 드러나는 배우들의 신체 표현의 밀도와 그로부터 쌓아 올려져 형성된 현존의 순간들이였다. 배우들과 음악팀이 차분하게 집중된 연기를 전개하며 극의 중후반부로 이야기가 치달음에 따라 켜켜이 쌓인 배우들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집중된 순간. 말로 정확하게 딱 집어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마치 현장의 대기와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주변의 시공간이 밀도를 머금고 잠시 속도가 정지한 듯 느껴지는 순간. 공연의 드라마가 잘 전개되었을 때 중후반부쯤에서 드러나는 공기의 질감이기도 하면서 필자가 공연 관람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먼발치에서나마 그런 순간을 관극하며 같이 경험했다는 것은 내게 작은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본 관객들은 과연 저 질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앞선 공연과 마찬가지로 관객 없는 극을 끌어가기 위해 배우가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자신에게 집중되어 더욱 무의식적인 충동으로부터 연기하는 모습은 주연배우가 말을 타고 달리는 제스처에서, 그 눈빛과 표정으로 드러났다. 이는 관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하나의 이미지로 남아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이는 온라인 중계로 관극한 관객들에게도 여실히 전해졌기를 기대해본다.
<유랑기사> 공연사진 ⓒ김지성
코로나 시대의 거리공연과 공연예술
이번 축제에서 필자는 개인적 공간에서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 참여를 경험하고,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거리를 두고서나마 나름대로 몰입하고 공감하며 현장감을 느껴볼 수 있었다. 배우의 시선으로는, 관객과의 직접적 교감이 사라지면서 그 시너지나 파급력은 줄었지만, 그에 대한 반응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자의식의 개입 등으로 인한 긴장 없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살필 수 있었다. 더불어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에 오롯이 집중하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 또한 관찰할 수 있었다.
거리공연뿐 아니라 모든 공연예술 장르에서 현재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와 온라인을 통한 공연중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우, 창작자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을 말해야 하고 그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떻게 몰입과 공감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나아가 일상을 환기하는 데까지 이르도록 할 것인가? 거리공연은 그러한 과정에서 어떻게 이 역설을 극복하고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전달방식에서도 온라인에서의 현장감을 잘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영상촬영기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곳에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공연예술을 하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의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과연, 코로나 시대에,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드라마의 힘은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사진 제공: 2020대학로거리공연축제]

대학로거리공연축제 D.FESTA
일자
2020.06.05.(금) ~ 06.07.(일)
장소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 (온라인 생중계: 유튜브 채널 D-FESTA)
주제
문득, 상상처럼
주최주관
한국소극장협회
관련정보
https://c605a1f9-a548-45d3-b1af-6dbc70b92fd1.filesusr.com/ugd/51e61b_36e7c968ea214283bfa8a6491c10d680.pdf

태그 대학로거리공연축제, D.FESTA,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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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이승원 배우
학부와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했습니다. 현재 배우, 액팅코치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기가 자기발견의 여정과 만나지도록 걸어가고자 하고, 그 길을 걷는 이들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bluebay0318@naver.com
제181호   2020-06-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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