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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당신의 아랫도리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송현민_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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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2014.6.11~7.6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 사회(이하 사): 안녕하세요. 웹진 [연극in]님들. 오늘 ‘색깔있는 리뷰’에 평(評)박사님 나오셨습니다.
    평박사(이하 평): 안녕하세요. 님들. 처음 뵙겠습니다.
    사: 오늘 연극인(in)님들과 함께 할 공연은 어떤 건가요?
    평: 그 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 이거 원래가 ‘색깔 있는 리뷰’였남?
    사: 네. 왜요···?
    평: 난 ‘색끼 있는 리뷰’인 줄 알고···
    사: 알··· 고···?
    평: <옹녀> 준비해왔는데, <옹녀>. 사회자 선생도 잘 알거야. 이번에 국립창극단이 올린 <옹녀>.
    사: 아··· 그거 ‘18금’ 아니었나요? 공연 보기 전에 그거에 은근히 기대하는 분들이 많던데.
    평: 뭐. 국립단체에서 하는 공연이 야해봤자 얼마나 야하겠어. 사실 나도 공연장 출입구에서 민증 검사할 줄 알고 챙겨갔는데 안 하더만. 그런데 사회자 선생! 그거 ‘18금’이었잖아. 우리 그냥 이 리뷰 까고 갑시다.
    사: 까고 간다는 게···?
    평: 단어에 모자이크처리 하지 말라는 게지 뭐. 공연이 ‘18금’이었으면 리뷰도 ‘18금’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옹녀> 보니깐 마냥 육두문자 써대고, 대사 중에는 ‘멀쩡한 사지에 다리 사이 ‘물건’ 더해 ‘오지’’라는 표현도 나오던데. ‘오입쟁이’는 기본. 음··· ‘자지’ 이런 단어들도 나왔던 거 같은데.
    평: 네··· 일단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국립창극단의 <옹녀>.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고선웅 연출의 첫 번째 창극 연출 도전작이었고, 국립창극단이 직접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18금’이라는 입소문이 돌아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많은 화제였죠. 박사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아랫도리를 직격한 창극

    평: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허리 아래 창극’이라고 하면 어떨까?
    사: 무슨 뜻인가요?
    평: 사실, 어느 때부턴가 국립창극단이 판소리 특유의 재미보다는 머리를 향했던 거 같아. 아주 ‘이성’을 챙겨 가더만. 간단해. 잃은 것은 재미요, 해학인 거지. 관객들의 추임새를 챙겨가면서 관객을 웃게 하고 울게 해야 할 창극이 언제부턴가 교훈만을 말하는가 하면 때로는 추상적인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어. 흔히 말해 ‘예술’하기 시작한 게지.
    사: 예를 들자면···?
    평: 사실 판소리의 역사는 머릿속을 채우는 게 아니라 가슴이나 허리 아래를 노리는 거였어. 판소리의 중추선은 재미야, 재미. 해학이라고. 설령 노래가 교훈의 바다를 떠다녀도 결국 도달해야 할 섬은 ‘재미’여야 한다고. 봐봐. <옹녀>에서 ‘자지’ 이야기 나오니 관객들 ‘자지’러졌던 거 기억 안 나? 아주 그냥 허리 아래를 노린 게지. 난 그 점에서 고 연출이 창극이 주는 재미를 잘 챙겼다고 봐.
    사: 박사님. 죄송하지만 단어 선정을.
    평: 뭐? 단어를 선정적으로 해달라고.
    사: 아, 아닙니다. 먼저 줄거리를 말씀해주시죠.
    평: 그걸 다 말해야 하나? 이거 웹진이니 여기 한 번 클릭해 보라고들 해. "여기"
    사: 원작이 <변강쇠전>이네요. 원작을 비튼 거네요.
    평: 사실 고선웅의 매력은 그런 ‘비틀기’라는 단어로만 국한될 수는 없고, 굳이 예를 들자면 빨간 물을 훔친 행주를 짜는데 노란색 물이 나오는 거라고 봐. 그러니까 내 말은 <변강쇠전>을 쥐어짜서 <옹녀>를 받아내고···
    사: 아, 그래서 어쩌면 부제로 붙은 ‘변강쇠 점 찍고’라는 말이 변강쇠를 마침표(점)를 찍어 끝내고···
    평: 그렇지! 그 다음에 타이틀롤이 된 옹녀를 한 번 더 쥐어짜서···
    사: 짜서···?
    평: 옹녀를 쥐어짜서 ‘열녀’를 끄집어내잖아. 봐봐. “나, 그런 여자 아니에요”라고 하잖아.
    사: 그렇죠. 말하자면 야설을 쥐어짜서 이념적에 봉사하는 교훈을 끌어내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평: 근데 나도 묻겠는데, 작품이란 게 꼭 교훈을 줘야 하나?
    사: ‘꼭’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술이라면···
    평: 난 사실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 예를 들어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고급창녀 비올레타를 갖고 놀던 부르주아를 통해 계급사회의 병폐를 비판하겠다고 했는데, 작품을 보면서 누가 그런 사회학적인 거에 대한 두뇌 회전을 하나. 그냥 노래 들으면서 웃고 울지. 사실 <옹녀>는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 창극이야. 고연출이 그간 국립창극단이 챙기지 못했던 ‘재미’를 확실히 챙겼다고 봐.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잃어버린 ‘립(lip)빨’을 찾아서

    사: 고선웅 연출의 첫 창극 도전작이고, 그 전에도 여러 연출가들이 ‘창극 첫 도전작’이라는 타이틀로 국립창극단이 여러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평: 지금은 김성녀 예술감독의 인맥과 연줄로 젊은 연극연출가들이 많이 유입되는데 사실 관객 입장으로서도 좋다고 봐. 한태숙 연출의 <장화홍련>이나 서재형 연출의 <메디아> 가 창극을 모르던 관객들이 창극이라는 장르를 발견할 수 있게 하거든. 사실 나도 김성녀 예술감독 시절만큼 창극을 열심히 챙겨봤던 적은 없었어.
    사: 연출가들이 왜 이렇게 창극에 달려드는 걸까요?
    평: 창극이 주는 매력이 분명 있을 거야. 연기와 노래가 묘하게 몸을 섞고 있는 장르 아닌가? 말(대사)로 시작해 거기에 리듬이 붙으면서 음악이 되는··· 그런데 국립창극단은 연출가들이 ‘연출’을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집단인 건 확실해.
    사: 왜요?
    평: 창극 배우 안에는 ‘내재된 연출가’란 게 있거든.
    사: 뭔가요? 그게.
    평: 애드리브라고 해야 되나···? 단원들의 애드리브가 세. 그래서 판소리가 일인극이 가능한 걸지도 몰라. 외운 사설대로 노래하다가 관객들이 졸고 앉아 있으면 즉흥적인 ‘말발’로 조지는 거지. 아무튼 창극이 오르는 무대에는 두 명의 연출가가 있는 셈이야. 배우들을 조율하는, 흔히 말하는 ‘연출가’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배우 속의 내재된 연출가지. 난 이번 작품에서 ‘연출가 고선웅’의 색채는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배우 속에 ‘내재된 연출가’를 잘 이용했다고 봐. 한마디로 단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끼’와 ‘즉흥성’을 잘 이용하고 작품 속에 배치한 거지. 한태숙 연출이나 서재형 연출은 그걸 너무 자신만의 미장센에 가뒀고.
    사: 저는 고선웅 연출 특유의 입담이 판소리의 창법과 어떻게 만날지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평: 그렇지! 나도 그걸 기대 많이 했지. 고연출은 입담이 세지. 뭐 평론가들이나 배운 자들이 유식하게 입담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아가리 컬쳐’라고 하고 싶어. 연출가라기보다는 아가리 컬쳐니스트! ‘야부리’를 까도 그걸 ‘야부리즘’으로 승화시키는 뭔가가 있지. 예전에 고선웅이 연출한 <뜨거운 바다>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였어. ‘뭔 대사가 이리 많아?’ ‘뭔 대사들이 이리 빨라?’. 말(대사)이 어찌나 많고 빠르던지 뜨거워지는 건 ‘바다’가 아니라 내 귀더만. 그래서 나도 그 특유의 입담과 재담이 <옹녀>에서 어떻게 펼칠지 궁금했는데. 생각해보니 <옹녀>에서 배우들의 ‘이빨’, 아니 판소리 특유의 ‘립(lip)빨’을 잘 세워준 거 같아.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7월 6일까지 한다니 연극인(in)들이 한 번씩들 보면 좋을 거 같아.
    사: 끝으로 더 하실 말씀은?
    평: 너무 노출이 없었어! 그것만 바라보고 간 사람도 많았을 텐데. 아니 아예 없었지. 변강쇠만 벗더만···
    사: 이상! 평박사님이었습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사진: 국립극장 제공]

태그 국립창극단, 변강쇠, 옹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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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민

송현민 음악평론가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bstsong@naver.com
제46호   2014-06-19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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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
ㅎㅎ '색깔' 있는 리뷰네요~

2014-06-19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