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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강요하지 않았을 때 발견되는 인간에 대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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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국립극단 <소년B가 사는 집>

<소년B가 사는 집>은 2014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선정작으로 소년 범죄자와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 세상의 시선을 치우침 없는 관점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부한 구도를 벗어던지고, 피해자를 둘러싼 세상의 혐오에 대한 동정을 넘어, 결국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야 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시선조차 과감히 걷어냄으로써 연극의 서사는 깊어지고, 공감의 영역 역시 넓어졌다. (재)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소년B가 사는 집>, 그곳에서 벌어진 참혹한 일상이 그저 픽션으로 머무르지 않은 채 가슴을 울리는 이유, 여기에 이 작품이 품고 있는 가장 멋스러운 연극성이 물들어 있다.

4월 23일. 공연이 끝난 후 만난 김수희 연출가 이보람 작가와의 만남은 얼마 전 모 매체에서 진행됐던 김수희 연출의 인터뷰 내용으로부터 시작됐다. 득보다 실이 많았던 인터뷰였다고 말을 건넨 정진세 작가의 인사에 이보람 작가가 불쑥 들어온다. “젊은 남자 좋아하는 아름다운 연출, 이게 주요 내용으로 회자되고 있다”고.

김수희
결국 이걸 제가 얘기하게 되네요. 덮어두려고 했는데…
정진세
꽤 긴 단락이던데요. 근데, 누가 봐도 농담인데 너무 진지하게 쓰셔 가지고.
이보람
막 의미 부여해서…
김수희
그게 뭐 좋아하냐, 가장 관심이 있는 게 뭐냐, 아무래도 다음 공연을 예상하고 질문을 하신 거 같은데, 그냥 젊은 남자 관심 많다고 농담으로 툭 던지고 넘어간 거를 그렇게… 하하하. 나중에 남명렬 선배님이 문자 보냈어요. “수희야 인터뷰 잘 봤다. 젊은 남자 말고, 늙은 남자한테도 관심을 가져다오!” 에휴~

연극과 관객, 서로의 이해가 만날 수 있는 경계

다양한 관점으로 평단과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공연된 <소년B가 사는 집>은 그렇게 세간에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14세 때 친구를 죽인 대환이와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세상의 시선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이들의 삶, 자칫 진부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 구조에 무엇이 덧붙여져 무대를 바라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가. 그것은 애써 과장하거나 멋스러움으로 꾸미지 않은 참혹한 담담함, 그것을 그려낸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있다.

최윤우
반응이 어때요?
김수희
반응이요? 폭발적이죠. 하하하
최윤우
이런 말씀이 그대로 나갑니다!
김수희
아, 그렇죠?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죠, 이렇게 얘기하면 인터뷰가 너무 재미없잖아요. 요즘은 그냥 칭찬도 많이 듣고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이렇게 해도 돼요?
최윤우
그럼요.
정진세
이렇게 말하는 연출 처음 봐.
이보람
이것도 큰일 났다!
정진세
사실 막 웃기거나, 관객들의 반응 자체가 열정적인 반응은 아닌데, 그래도 박수가 되게 뜨겁고 나는 지지한다는 반응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이 연극을 지지한다.
김수희
그게 신기해요. 공연이 1시간 45분인데, 농담이라곤 하나도 없어요. 어딜 가도 웃긴 얘기도 없고.
이보람
그래도 많이 웃겨졌어요.
정진세
여배우님들이 엄청 분투하시던데. 최선을 다해서 한 번이라도 웃기고 싶다는 것처럼.
김수희
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듯이 끊임없이! 그걸 보고 재밌어 할 때 깜짝 놀랐어요. 정말 우호적으로 봐주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희곡이 막 재밌고 이러진 않았어요. 그렇죠?
이보람
저 재밌는 사람인데 작품 왜 이렇게 나왔을까요?
김수희
작품은 잘나왔죠. 왜, 우리 희곡 좋아요.
정진세
어떤 연극들은 갖고 있는 걸 한 번이라도 흔들려고 꼼수 같은 걸 쓰는데, 정직하게 가더라고요. 거기에 매료 됐어요. 그걸 흩트리지 않고 가는 거.
최윤우
공연 보면서 14살 이전까지, 그리고 14살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대환의 세상, 대환이의 14살 이후부터 멈춰버린 시간과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그 아버지의 세상, 어떻게든 진화도 퇴보도 아닌 그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의 세상. 이 작품이 1시간 45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끊임없이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세계들이 담담하게 그려지지만 그 밀도가 굉장히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어떤 건가요?
김수희
기본적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성격, 그리고 장면자체의 대사들은 작가님이 써주신 그대로예요. 대사가 고쳐지는 경우는 동선을 만들면서 아주 조금. 연출이 붙어서 해석이 달라진 부분은 어린 소년이랑 만나는 자체였어요.
최윤우
소년B와 대환이가 만날 때?
김수희
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님이 써주신 부분에는 다소 희망적인 부분으로 결론이 나 있어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전등을 고치러 나간다거나, 어머니가 시간이 지나면 감이 달아 진다는 은유자체가 그래요. 전 거기에 이의를 제기했어요. 우리가 답을 내버리면 이 희곡은 힘을 잃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난 싫어”라는 얘기가 당장 나올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이호재 선생님께도 텍스트에 써져있는 밝은 정서? 그런 걸 걷어내 달라고 부탁드렸죠. 페이스는 희망이나 그 저변에 깔려있는, 제주도에 가서 큰 봉변을 당할 텐데 저걸 어쩌나. 그런 마음으로 봐주십사 하고. 그래서 어머니도 가는 아들 말린 다음에 안됐을 때 “넌 여전히 내 아들이다.” 하고 돌아와서 딸이랑 밥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연습할 때는 두 분이 웃고 장난치고 그랬는데 그럼 절대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원래 텍스트에 우리가 우울함을 얹어야 대한이가 제주도가서 용서를 받았을까? 잘 돌아오기는 할까? 저 집식구들은 앞으로도 저렇게 고통을 받으면서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갑자기 여기서 웃어버리면 공연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걸 제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재)국립극단 <소년B가 사는 집>

키워드를 배제한 연극, 공감을 품다

<소년 B가 사는 집>은 오랜 과정을 거쳐 탄생된 작품이다. 낭독 공연심사부터 공연까지의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수정 작업이 뒤따랐다. 서사의 줄기는 굳건하게 견지했으나 디테일한 부분들은 매일매일 새로 쓰는 작업을 거쳤다. 이 희극이 무대화 됐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하는 실체적인 고민은 작품을 좀 더 현실화 시키는 과정이 됐고, 그것은 이 작품을 하나의 키워드로 규정하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남기는 이유가 됐다.

정진세
저도 이 작품에는 구원, 용서와 같은 키워드가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애초부터 이 연극은 희망에 포커스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다른 모습이랄까? 엄마 아빠 연기를 우울하게 한 것 보다는 오히려 소년이 감찰관과 이야기를 잘해요. 옆집 아주머니와도 이야기를 잘하고. 그런걸 보면서 어쨌든 이 아이가 뭔가를 참아내고 있구나. 그리고 의사소통을 해야겠다는 걸 본인도 아는구나. 자기가 이런 식으로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하는구나 라는 걸 희망적으로 느꼈어요. 관객이 이 극에 들어갈 수 있다면 딱 그 장면인 것 같아요.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장면 그리고 감찰관하고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거기서 이 아이가 화도내지 않고, 도망가지도 않고, 같이 이야기를 하는 그 모습이 참 좋더라고요.
최윤우
그게 구원이나 치유나 희망 이런 것과는 또 다른 지점인 것 같아요. 이 아이의 가능성이랄까? 철저하게 이 아이를 어둡게만 그려서 이건 아예 어둡게만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장면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정진세
현대연극에서 억지로 웃고, 억지로 호응하는 그런 장면 보다는 이야기가 절대 안 될 것 같은 두 사람이, 한 쪽이 화를 내야 하는데 화를 안낼 때 거기서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애초에 이 작품은 그런 걸 좀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현대인의 소통법 같은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하고, 동시대인들이 어떻게 참아내면서 겨우겨우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의미에서 진지한 작품이고, 작가님이 그런걸 알고 있다는 게 되게 놀라웠어요.
김수희
연습하면서 어느 정도 선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가를 많이 고민했어요. 특히 ‘정화’ 같은 경우는 차에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는데, 본인 성격과 맞지 않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라며. 하하하. 그건 너무 비겁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너처럼 용감하지 않다. 정의감을 다 벗어 내리라는 이야기도 했고, 백익남 오빠 같은 경우 아이를 막 혼내다가 어느 순간 야곱 이야기를 하잖아요. 배우가 어느 지점을 바라보고 그 적정선에서 널뛰는 거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그 선긋기가 너무 힘든 거죠.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셨어요. 이들이 선악을 따지는 것처럼 보여 버리면 대표성이 유치해지니까. 가족들 같은 경우는 자기 동생이, 자기 자식이 살인자라는 큰 대의명제가 있잖아요. 그걸로 짓누르고 있으니까 자유롭지 못하다는 기본 약속이 되어 있어서 그렇게 하면 되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두 분은 어디까지 해야 과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많았죠.
이보람
원래는 범죄자를 신문기사로 접하고 그럴 때 반응들이 즉각적이잖아요. 저는 그런 것이 본능적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욕지거리가 나오는 그런 반응들이 참 본능적이다. 한편으로는 도대체 우리가 가해자에게 뭘 바라는 걸까? 개인들에게 뭘 바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죗값을 치러야한다고 말하지만, 죗값을 도대체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잖아요.
야곱이야기도 그래요. 야곱은 거의 밤새 신과 씨름을 하고 결국 고관절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을 정도로 심하게 다치는데, 보통의 사람이 그렇게 용감한 사람이 있을까? 그걸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라고 생각을 했을 때, 오히려 요즘 보통의 인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죄인에게 인간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대환이는 그 자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나는 어떤 인물이고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한마디도 않는, 비어있는 인물인데 그 친구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보통의 참을성이 있는, 어릴 때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참아야만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럼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가해자 상이 무엇일까? 라고 생각을 했을 때 결국 나오게 된 결론이 그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용서를 받든 안 받든 용서를 구하러 가는 인간이, 그 죄를 짊어지겠다고 결심하는 그 인간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이고 내가 보고 싶었던 인간형이었던 것 같아요.
정진세
범죄자이지만 가장 숭고하달까? 윤리라는 것에 대해서 가장 처음으로 눈 뜬 사람인 것 같아요. 이 가족 중에서. 배우님들이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 그런 걸 전혀 눈치 못채겠는 게 그런 지점들을 잘 돌파해 나가신다. 악하게 연기하시지도 않고, 선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근데 관객이 정말 궁금한 건 연극이 진행되면서 확실히 선악개념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좋은 것 같고. 대체로 피해자를 다루거나 가해자를 다루는 연극들은 그게 초미의 관심사이기 마련인데, 관객들에게 누가 나쁜가 보자. 누가 불쌍한 지 한번 보자 하는 식이잖아요. 이 작품은 한 10분, 20분 보고나면 이 연극에서는 그런 건 안 나오겠구나. 그럼 내가 뭘 봐야하지? 하면서 관계를 보게 되기도 하고, 죄인이 어떻게 죄를 빌까? 그런 걸 궁금해 했는데 그런 장면들이 잘 배치되어 있어서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보람
소년B는 없앨 것인지 살릴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김수희
한참 얘기 했어요. 그 장면만 완전 분리되는 세상이어서. 그 얘기도 하셨어요. 조용히 어느 순간 나와서 나에 대해서, 나의 어린 시절의 순정을 이야기해주는 정도를 상상하면서 쓰셨다고.
이보람
저는 소년B도 분명히 구석에서 울고 있을 것 같았어요. 근데 아무도 그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출님께서 “난 그렇게 하면 연출 못해. 하하하
김수희
제가 안 된다고 그랬죠. 그럼 계속 그 친구를 쓰담쓰담 해줘야 하는 어린영혼으로만 볼텐데, 20살이 된 대한이가 보는 자기 14살이니까, 온전히 14살일 때도 있지만, 자기 마음의 소리도 있고, 외부에서 자기가 듣는 소리도 다 있어야 하지 않겠나. 너무 어린소리만 하면 너무 옹호한다. 그렇게 보일까봐 절대 안 된다고 했죠. 작가님이 원하셨던 건 정말 14살의 어린아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외로운 아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보람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니고….
김수희
그럼 그거 빼고!
이보람
제가 이렇게 늘 졌어요. 뭔가 논리에 계속 밀려서,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는 식으로. 하하하.

(재)국립극단 <소년B가 사는 집>

신인 결정전에 국가대표들이 나온 것 같은

최윤우
대환이가 자살시도를 하고 나서 엄마가 혼자 독백 하는 장면이 있어요. “도대체 왜? 우리에게, 그런데 문득 불행이라는 것이 왔던 거였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저 불행이 왔던 거잖아요. 근데 그걸로 설명을 하기엔 조금 위험한 대사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배우들과 이런 부분에 대한 의견은 없었나요?
이보람
배우님들한테는 못 들었는데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어떤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아마 그분은 어머니한테 감정이입을 많이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은 어머니가 그 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논리를 찾은 것이지 그것이 그 작품 전체의 논리는 아니거든요. 대환에게 벌어진 일이 불행이었다, 라는 것이 작품 전체의 논리는 아니에요. 아버지는 아마 엄마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을 거에요. 어떻게 보면 대한이도 그 논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근데 어머니는 어쨌든 이 아이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 어머니로서, 가져야 했던 그런 마음이 아닐까.
김수희
오히려 연습을 하면서는 그런 얘기가 나온 적이 없었다. 보통 큰 드라마 없이 일상이 흐르는데, 그 일상 안에서 버텨내기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이 과정에 대해서 그 감정상태 자체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 됐던 것 같아요. 특히나 애심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기승전결로 따져 들어가서 인물을 이해하시는 분이 아니라 마음으로 쑥 들어가거든요. 만약 애심 선배님이 “난 이게 이해가 안 돼. 왜 엄마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해?” 이렇게 했다면 그 장면이 그렇게 심플하게 나오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그럴 수 있지. 인생이라는 건 그럴 수 있지.” 라고 이해하시더라고요. 관록이라는 게 정말. 그리고 어머니시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거기를 힘을 쫙 빼고 읽어주시는 거예요. 그 때 완전 감동받아서 아 정말 내가 캐스팅을 잘했구나. 하하하
정진세
어마어마한 배우들이 나와서 놀랍긴 했어요.
이보람
연출님이 고생하셨죠.
정진세
작가가 평생 남명렬, 이호재 같은 분을 만나기도 어려운데, 한 작품에… 약간 신인 결정전에 국가대표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연극 <소년B가 사는 집>은 인간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다. 소년 범죄자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구도가 아닌, 그런 진부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먼발치에서 스스로는 그렇지 안하고 자위하며 관망하는 제 3의 인물들을 끌고 들어오는 작위성을 예민하게 제거한다. 즉, 이 작품에서는 가해자는 무조건 가해자일까요? 피해자는 무조건 피해자일까요? 혹은 또 다른 관점으로 이것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 속해 있을까요 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 거기에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 있다.
희곡은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요 서사는 있지만, 특별한 누구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가 연극을 다양한 관점으로 확장시키기도 하지만 일면, 중심서사를 쫓아가지 못하는 관객들이 길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도 공존한다. 확장성의 경계에서, 결론을 규정하지 않는 구조에서 도사리고 있는 이러한 위험은 다행스럽게도 배우들의 세밀한 호흡으로 균형을 잡는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방관하지도 않는, 그저 그런 삶에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현실에 맞닿게 그려내고 있는 배들의 호연은 이 작품이 지닌 특별한 강점이다.

김수희
하나의 장면이 다음 장면을 살짝 잡아주고, 연결해줘요. 우리 작품이 극적이지 않아요. 텍스트 자체가. 제가 프로그램에도 적어 놨지만, 이 애매모호한 대사를 묘하게 쳐줄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를 제일 먼저 고민했던 게 사실이에요. 장면마다 애매모호한 선을 계속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진세
기존의 피해자 가해자가 있는 구도에서 제3의 인물을 등장시켜서 괜히 사회 통솔하면서 본인들이 갖고 있는 죄의식을 희석시키는 전략이 아니라 정직하게, 재미가 있든 없든, 극적이든 아니든 그걸 좀 정직하게 응시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보람
아마 처음 글쓰기를 배운 게 다큐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볼 때 태도 하나에 집중하고 그것을 따라간다는 문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작품이 이렇게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큰일이에요. 다음 작품을 어떻게 써야할지. 하지만 매체는 다르지만 사람을 정직하게 다룬 다는 것은 똑같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주제가 있고, 그런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삶이 있고, 그것에 대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상당히 익숙해서 저는 썼고 문제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연극을 하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어려워지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걸 적절하게 섞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이 작품 희곡 자체는 정말 재미없어요. 진짜 지루해요. 근데 연출님이 관객과의 소통을 더 생각하셔서, 정말 재밌어진 거예요. 하하하.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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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제67호   2015-05-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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