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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오늘, 가혹한 세상의 현실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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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포스터

공연 관람을 꾸준히 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도, 공연 고르기는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 살펴보는 것이 바로 기획 시리즈다. 벌써 2년째 접어든 ‘경계인 시리즈’는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에 앞서 3작품이 이미 무대에 올랐다.
‘경계인’이라는 단어에 솔깃하여 선택한 이 시리즈 첫 작품 <디오써(The Author)>는 관객과 배우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배우와 관객이 섞여 앉아 공연을 봐야했던 그 불편하고 미묘한 시선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다음은 재일 교포의 이야기를 담은 <백년, 바람의 동료들>. 동포라고는 하지만, 자라온 성장배경도 다르고, 또 언어도 어눌하게 다른 그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순간이었다. <목란언니>를 보면서는, 정말 마음 속 깊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간간히 방송을 통해 접하는 북한 사람들은, 외양은 우리와 너무나 많이 닮았지만 한편 너무나도 다른 세계 사람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이 분단 시대의 경계인일지도 ...

이런 경계인 시리즈의 흐름 속에서 이번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는 좀 다른 색깔의 작품이다. 일단, 한국어 공연이 아니라는 것, 무언가 생소한 시리아 사람들이 만든 공연이라는 것.

시리아의 오늘, 가혹한 세상의 현실
시리아의 오늘, 가혹한 세상의 현실
  • 이 작품을 보면서 묘하게도 공연의 내용이 충격이라거나 엄청났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왜 나는 이런 내용에 이렇게도 익숙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되려 이제까지 봤던 것보다 덜 자극적(?)이어서, 그냥 담담하게 봤다는 것이 더 맞을런가.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있었다. 왜 이런 사연과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하는 것인가. 그런 근본적인 비애감 말이다. 강자는 약자를 억누르고,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힘으로 제압하고, 또 폭력 앞에 비굴하기를 강요한다. 그게 힘의 근본적인 속성인가. 그렇게 힘이 약한 자들은 언제나 그렇게 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시리아 유혈사태, 내전’이라는 말이 노골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연극은 지금의 시리아의 현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노라는 불법 구류됐던(그리고 고문을 당했던) 시리아 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다. 그들은 그녀에게 자신들이 끌려가서 당했던 이야기를 힘들게 꺼내놓는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작품 내내 그들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보며 괴로워하는 노라의 모습이 그대로 무대에 펼쳐진다. 문득, 이 배우와 제작진들의 실제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들 역시 위험한 이야기를 이렇게 타국에서까지 연극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실제 5월 중순까지 공연 예정이었던 이 연극은, 4월 29일에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되었다. 시리아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들이 서둘러 귀국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이 작품의 진정성과 긴박감을 더 하는 요소가 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비록 그러한 표현들이 작품 속에서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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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노라도 경찰에 잡힌다. 곧 ‘아래로 끌려가게 될 것’이라는 암시만 나올 뿐, 그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노라의 영화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은 연극이기보다는, 영화와 연극의 중간의 느낌이 강했다. 내 앞의 배우들은 상당 시간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그들을 찍는 ‘지금’의 영상은 다시 관객들에게 틈틈이 보여졌다. 노라의 고민과 이 작품을 만든 제작진의 고민이 같이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그냥 그래서 더 담담하고 또 진실되게 볼 수 있었는지도. 부디 시리아의 혼란한 상황이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UN이 있고, 과거 시대보다 훨씬 더 통신 수단이 발달했음에도, 여전히 세상은 약자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우리의 광주가 그랬고, 제주가 그랬고... 그리고 지금도 많은 현장들엔 여전히 약자들의 피가 뿌려지고 있듯이.

[사진제공] 두산아트센터

태그 경계인, 시리아, 내전, 인권, 오마르 아부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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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피리 파워블로거 (네이버 '2008~2011 공연·전시’ 파워블로그 선정)
무대와 사람에 대한 사소하지만 단단한 관심을 견지하는 관객
트위터 @stacey9846
블로그 blog.naver.com/stacey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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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호   2012-05-0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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