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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버스 타고 질주하는 아이들
빨간버스

김연희 _ 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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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버스

나름대로 순진했다고 생각되는 중학교 시절, 늘 조용하던 학교가 발칵 뒤집어진 적이 한번 있었다. 1학년 아이들 세 명이 가출을 하고 일주일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별 탈 없이 제 발로 집에 들어왔고, 교내 청소 봉사로 마무리 되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의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도, 가출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전교생 앞에서 불량 학생들로 낙인찍던 선생님들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꿈을 찾지 못하고 현실에 치이다가 사회 통념상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지키고 보듬어주어야 하지만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여기저기 청소년 추천 소설들 중 대부분도 불우한 가정, 무책임한 학교,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빨간버스> 또한 극의 개요만 보면 마찬가지다. '노랑고등학교' 합창반의 '범생이' 세진이와 그 주변 이야기는 그동안 꾸준히 반복되어왔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극장에서 만난 <빨간버스>는 기존의 이야기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빨간버스
빨간버스
  • 이 작품을 만들고, 연기한 사람들은 모두 동정심이나 안타까움은 지우고 제 3자가 지켜보는 시선을 유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가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면 너무도 쉽게 이런저런 감상에 빠져 충고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충고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이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운다면 그가 학교에 갔을 때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세진이처럼 도둑질에 손을 댈 수도 있다. 학업은 제대로 마치지도 못한 채 쫓겨나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성매매와 같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럼 낙태는 쉬운 일일까? 부모님 몰래 낙태를 하기 위해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하고, 몸까지 망가질 수도 있다. 이처럼 감정을 배제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빨간버스>라는 작품 속에 녹아있었다.

    "인터넷에서 혼자 아이 낳는 법을 보고 혼자서 아이를 낳았다"고 꿇어앉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세진. 누구보다도 그녀에게 힘이 돼 주어야 하는 부모는 각자의 사정으로 이혼을 하고 자신들이 낳은 아이는 옥탑 방에 생활비만 주면서 방치하고 있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온 생모는 어떠한 위로도 없이 아이 아버지가 누구냐며 닦달하고 돈만 몇 푼 쥐어준 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난다. 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 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자리만 보존하고자 몸부림 칠 뿐이다. 그나마 세진에게 관심을 가지던 교사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사랑을 고백하는 스토커로 돌변해 그녀를 위협한다. 목에 두르던 머플러를 뭉쳐 갓난아이를 안듯 조심스레 다루는 세진이의 독백은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눈물짓게 만든다.
빨간버스
  • 대게 이런 줄거리의 작품의 경우 결말은 두 가지로 나뉜다. 모든 것을 다 이겨내고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이거나, 감성적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눈물짓는 새드엔딩으로 끝낸다. 그러나 <빨간버스>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아주 이성적으로 극을 전개시킨다. 학교까지 그만두고 오로지 돈을 목표로 살겠다는 다짐을 한 세진이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황당할 수도 있는 결말이지만 뻔한 구조에서 벗어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더 큰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고 매일 아침 길을 달리던 노란 버스는 사실 위험한 곳으로 아이들을 실어 나르던 빨간 버스였다. 그리고 지금도 어른들의 이기심과 편견은 더 많은 아이들을 아침마다 빨간 버스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언제쯤 우리는 빨간 버스가 아닌 진짜 노란 버스에 아이들을 태워줄 수 있을까?

    [사진제공] 국립극단

태그 빨간버스, 박근형, 국립극단,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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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연희씨

달콤한 연희씨 책보다 공연과 여행을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
아직 서툴고 모자란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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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4호   2012-12-20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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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현
보려고 생각했다가 놓친 작품인데 리뷰를 보니 더욱 아쉽네요^^

2012-12-20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