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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하고 싶은 푸르른 5월의 그날
푸르른 날에

김승원_프리랜서 웹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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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포스터

  • 오월,
    그 푸르름으로 아이들은 자랍니다.
    오월,
    그 푸르름으로 꽃은 피고 나무들은 잎을 돋웁니다.
    오월,
    그 푸르름으로 인생절정기의 그녀들은 신부가 되고, 그는 가장이 됩니다.
    오월,
    그 푸르름으로 우리의 인생은 살만한 한때를 선물 받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1980년 오월!!
    광주로 유학 온 젊은이는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동생의 누나와 사랑을 합니다.
    그때 그는 그곳에서 인생의 푸르른 한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는데... 어느 밤, 싸이렌 소리와 군인의 군화 발소리에 그 푸르름은 위협받게 됩니다.
    군인들이 휘두른 몽둥이에 어린 학생이 쓰러지고, 친구의 죽음 앞에 두려워하며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또 다른 학생은 총을 듭니다. 그 어린 학생들을 가르쳤던 젊은이는 학생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가족과 친구, 이웃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성난 민중이 되어버린 사람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믿었던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그 평범한 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푸르른 날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살아남은 젊은이는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합니다. 그리고 고통을 견디고 살아나지만 살아났다는 일이 부끄럽고 죄스러워 제 정신을 차리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의 푸르른 날이 그렇게 끝나버리고 맙니다.

    이 무겁고 슬픈 이야기. 너무 뻔해서 옛날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 졌습니다. 이 뻔하고 슬픈 이야기가 1980년 국가가 국민을 향해 행사했던 폭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에 너무 고통스러워 한동안 감히 공연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었던 공연관람을 마쳤을 때,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준 공연팀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통스럽고 슬퍼서 외면하고 싶었던 사건.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한 하늘아래 함께 살고 있었으면서도 그들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어린이였습니다.
    어쨌든 2012년의 이 작품은 기억하는 일만으로 고통스러워 아픈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 또한 죽어간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과장된 몸짓과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표현하는 지난 이야기들은, 광주시민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의 고통을 조금 덜어 주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장엄하기까지 한 <학살2>의 단체 낭송 장면은 아까운 생명들에 대한 제의식을 연상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누가 왜 그런 폭력을 휘둘렀는지 질책하기보다는, 그 슬픈 시간 속에 기억해야 할 이름 모를 광주시민들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추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공연 포스터

  • 죄책감과 고통으로 정신을 놓았던 젊은이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태어납니다. 지난 시간을 속세의 기억으로 남기고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스님으로서 고통받고 힘없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다시 태어납니다. 그러던 중 속세의 인연을 정리하는 마지막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한없이 푸르렀던 날 사랑했던 여인과 그녀와의 사랑의 증거인 딸을 위한 정리의 시간입니다.

    이제 우리도 과거의 그들을 만나러 가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들의 죽음이 외롭지 않도록 위로해야 할 때입니다. 모두가 이 연극을 보고 지난 오월의 광주시민을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송창식씨의 노래가 연극의 마지막 여운을 가슴속에 깊이 새겨주고, 공연장을 나선 관객은 각자의 목소리로 이웃에게 공연을 전합니다.

    올해 초 재공연 소식을 듣고 첫날 공연과 마지막날 공연을 예매했습니다. 사실 복권 1등에 당첨되는 행운이 찾아오면 이 작품을 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던 연출이, 아파서 외면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게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이 작품을 우리 국민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제 공연이 마지막 한주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아무래도 복권에 당첨될 것 같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올해는 공연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글로 전하는 일로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공연장을 찾고, 1980년 5월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제공] 남산예술센터

태그 푸르른 날에, 고선웅, 차범석 희곡상, 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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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김승원 프리랜서 웹개발자
대학로 소극장 연극무대를 지키려고 열심히 돈 버는 프리랜서 웹개발자.
1996년부터 PC통신 천리안 연극동호회 ‘연극마당’ 회원으로 활동했고, 정기공연 <우부왕>,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에도 참여한 바 있다.
트위터 @iamswon / 이메일 swon@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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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3호   2012-05-1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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