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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자석
나쁜자석

박현정 _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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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자석

“자석은 다른 자석을 만나면 서로 잡아당기는 대신 밀어내 버립니다. 그들은 결코 안을 수도 키스할 수도 없었습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서로를 더욱 밀어내는 꼴이니까요.” 자석은 다른 물건은 끌어당기지만 결국 자신들끼리는 밀어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런데 여기 그 운명을 거부한 채 스스로를 아프게 해서 나쁜 자석이 되고야 마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다. 다른 모든 자석들이 현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순간에도 그 자석은 그렇게 살아갈 수 없었다. 한 아름다운 자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자석에게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극 <나쁜 자석>에는 네 명의 친구들 고든, 프레이저, 폴, 앨런이 등장한다. 그리고 고든이 쓴 두 편의 동화가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 동화 ‘하늘정원’과 ‘나쁜 자석’을 통해 비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연극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관계는 고든과 프레이저의 관계이다. 아홉 살의 두 소년, 사회부적응적인 성격으로 외로웠던 고든과 똑똑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외로웠을 프레이저는 폐교에서 서로의 아픔을 마주한다. 프레이저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을 거라 예상되는 부모의 정신적 학대를 고든에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 고든은 너무나도 숨기고 싶었을 정신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프레이저에게 보이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열아홉 살의 고든과 프레이저는 더 이상 십 년 전의 그들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밀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고든이 폐교에 불을 지른 후 자살하고, 그 이후로 또 다시 십 년이 흐른다. 그러나 프레이저는 여전히 열아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두 명의 친구들도 그 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극 중 등장하는 동화 ‘하늘정원’은 이러한 고든과 프레이저의 관계성에 대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죽은 왕비를 십 년 동안 애도하던 왕처럼 프레이저는 죽은 고든을 십 년 동안 잊지 않았다. 단순히 잊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버린 채. 어쩌면 고든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과 더 나아가 자신이 고든을 죽게 했다는 미안함이 겹쳐져서 십년의 세월을 잊지 못한 채 보내지 않았을까. 마치 왕이 선물한 황금들로 인해 왕비가 죽은 것처럼 프레이저는 자신 때문에 고든이 죽게 된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친구들과 늘 함께 놀던 용바위 위에서 고든은 “난 나쁜 자석이야. 이제 너에게 다가갈 수 있어.”라고 외치며 스스로 절벽 아래로 몸을 내던진다. 고든은 직전의 상황에서 친구들끼리 결성한 밴드에서 탈퇴하라는 앨런의 말을 통해서 세상과의 관계, 그리고 폐교에서 불을 지르기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프레이저라는 한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절망을 맛보았을 것이다. 프레이저는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는 폐교에서 아홉 살 때처럼 고든의 슬픔을 마주했으나 결국 도망가고 만다. 고든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알코올 중독에 자신을 늘 때리고 학대하는 아버지 때문일 수도 있고, 친구들(세상)이 자신을 거부한다는 것을 깨달아서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절망 속에서 마주친 그 아름다운 자석 - 프레이저에게 다가갈 수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나쁜 자석이 된 것이다.

나쁜자석
  • 극의 마지막, 무대 전체를 가득 채우는 꽃비와 그 꽃비를 바라보는 스물아홉의 세 청년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세 명의 청년을 바라보는, 죽었기 때문에 여전히 열아홉 살일 수밖에 없는 소년 고든의 마지막 대사로 연극은 끝난다. 동화 속 무너진 하늘정원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작은 씨앗의 싹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던 결말은 아마도 싹이 날지도 모른다는 결말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석 같은 운명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안에서 고든처럼 나쁜 자석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어쩌면 그 작은 씨앗의 싹이 날 확률만큼 이 세상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확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태그 나쁜자석, 추민주, 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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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박현정 대학생
1992년생. 문예창작과에 다니고 있으나, 문학보다는 공연을 더 사랑하는 한 사람.
언젠가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제대로 된 공연 평론가가 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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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5호   2013-01-0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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