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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햄릿들에게 고함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정희영 _ 지니위니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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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연극 <햄릿>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대사다. <햄릿>을 극장에서 이미 두어 차례 만난 경험이 있었지만 매번 다르게 해석되는 <햄릿>을 기대하며 이번에도 극장을 찾았다. 관객이 늘 고민하게 되는 비싼 공연료에 대한 부담(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을 프리뷰 공연 할인 혜택으로 말끔히 씻어버리며 공연장을 찾았다.(프리뷰 공연 할인은 공연 시작일부터 짧게는 하루,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진행되니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관객들은 많이 활용하길 바라는 바이다.) 남산예술센터는 지하철 입구를 빠져나와 언덕배기를 한참 허덕거리며 올라야 찾을 수 있다. 공연장이 밀집하지 않은 곳에 요염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남산예술센터의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라는 제목으로 유추해볼 때 ‘햄릿’을 한국적으로 해석했겠거니 하는 나름의 관객적 상상을 발동시키며 관람을 시작했다. 작품은 무거웠다. 길거리 어딜 가나 한 블록이 멀다하고 찾아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처럼, 누구나 길가다 한 번씩 들여다보는 가벼운 무대가 아니었다. 시대의 암울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을 빼꼼히 열어야 내부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카페의 모습이 ‘우리 시대의 그늘진 곳이 여기 있소!’라고 외쳐대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글을 쓰며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자 하는 작가와 직접 시대의 아픔에 몸서리치고 있는 햄릿을 만나게 된다. 우리의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보다 이 시대를 ‘죽게 내버려두느냐, 살게 몸부림쳐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내내 무거워 보이고, 그의 눈이 시름에 젖어 보이는 것은 그러한 고민을 같이 나눌 상대가 산 자들이 아니라 죽은 자들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죽은 자들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객석을 휘젓고 다닐 때 나도 모르게 섬뜩해졌다. ‘왜 너희는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서 말 한 마디! 행동 한 번 하지 않고 그렇게 멀찍이 지켜만 보고 있느냐! 우리의 처절함이 보이지 않느냐!’하고 외쳐대는 것 같았다.

난 솔직히 말해 시대 참여적인 사람은 되지 못한다. 연극이라는 무대에서 배우가 아니라 관객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이라는 무대에서도 지켜보는 자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나에게 눈을 뜨라고 연극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연극이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다. 그냥 웃고 살아도 부족한 시간들인데, 자꾸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라고 나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이 빨리 끝나길 은근히 바랐는지도 모른다. 쌍용자동차 사건, 용산 참사, 의문사, 성폭행 사건 등이 뉴스에서 나올 때면 모두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관망했던 나의 모습이 무대에 세워진 장막에 영상처럼 떠올랐다. 아! 그만 외면하고 싶었다. 아픈 그들을 외면하고 싶은 게 아니라, 아픈 그들을 모른 척 했던 나를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공연은 끈질기게 계속되었다. 다행히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지만, 극에서 다룬 우리네 삶은 여전히 어둠 속을 달리고 있다. 참 다행인 것은 이런 공연으로 말미암아 시대에 눈 감고 지냈던 나와 같은 사람들의 닫힌 눈을 한 번쯤 다시금 뜨게 만든다는 것이다.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 짊어진 삶의 무게를 살짝 내려놓고 즐기러 갔던 공연 관람이 집으로 오는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지만, 텔레비전에서 연일 보도됐던 사건들을 그냥 관망해버린 내게 다시금 우리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지금 당장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나가진 않겠지만,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그냥 ‘내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네….’하고 말아버리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극장에 벗어놓고 온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우유부단함에 혀를 내둘렀지만,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의 햄릿은 현실에 발을 딛지 않으려는 현실의 나보다 백 배 나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이 공연을 소개해주고 싶다. 개인적인 현실에 대한 고민은 털어버리고, 사회의 현실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기를…. 같이 공연을 보러 간 후배는 ‘어렵다!’는 말 한 마디로 연극 총평을 끝냈지만, 나에겐 집으로 돌아와 ‘쌍용자동차 사건’이며 ‘용산 참사’를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만들었고, 울분하게 만든 시대 참여적인 작품이었다.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던 햄릿들아! 이제 그런 고민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는, 자기 안위에 대한 고민보다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 앞으로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고뇌를 하는 햄릿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본다.

    사진제공 [남산예술센터]

태그 햄릿6, 기국서, 남산예술센터,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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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

정희영 지니위니 근무
'책 만드는 아이 지니위니'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며
동심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어른이다.
연극을 좋아해서 연극의 세계에도 가끔 들려 노닐고 있다.
lovehy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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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6호   2013-01-1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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