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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위치에 서 있는 현대인의 불안감
현위치

김성길 _ 재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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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포스터

[출처] 두산아트센터

  • 우리가 연극을 보러 가는 이유는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거나,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연극 <현위치 現在地>는 관객에게 즐거움이나 감동을 주려는 시도는 손톱만큼도 하지 않는다. 관객이 지루해 하건 말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난 내 방식대로 이야기를 할 거야 하는 연출의 고집스러움이 보인다. 거기에 배우들이 모두 일본인이기에 자막을 봐야하는 불편함까지 있다. 그럼에도 연극 <현위치>는 기억에 남는다. 극장을 나가는 동시에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작품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 이상한 연극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건 뭐지’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현재 일본 연극계에서 가장 전방에 있다고 평가받는 작가 겸 연출가인 오카다 토시키의 신작 <현위치>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드라마가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았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이 작품이 드라마가 있다면 다른 작품들은 도대체 어떻단 말인가.

    연극 <현위치>의 드라마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한 마을이 있다. 시대는 불분명 하지만, 등장인물은 7명의 여자다. 그 중 한 명이 우연히 불길한 구름을 보았다며, 과거의 전설과 연결하여 마을이 멸망할지 모른다는 소문을 낸다. 그것을 믿는 사람, 믿지 않는 사람, 태도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있다. 마을이 멸망하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사람들과, 아니 그건 소문일 뿐 그냥 남아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러다 태도가 불분명한 한 사람이 살해당하기도 한다. 결국 마을이 멸망한다는 사람들은 떠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남아 있는다. 양쪽 다 자신들이 맞았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이게 다다.

    물론 살인도 일어나고, 갈등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은 건 드라마가 아니다. 분위기가 남았다. 마을이 멸망할지 모른다는 소문에 의해 파급된 불안한 분위기. 지금 바로 현 위치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함이었다. 그 불안한 분위기를 이 연극은 독특한 방식으로 극대화 시킨다. 배우들의 모노톤의 대사, 절제된 감정, 과장된 연기를 배제한 최소한의 움직임, 음향, 영상 모든 것이 묘한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연극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아니라, 현실의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라고 연극은 말하고 있다. 그 분위기를 통해서. 그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연극은 극적인 장치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어떠한 캐릭터를 만들려거나, 연기를 연기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긴장감이 전혀 없는, 그런 연기를 한다. 그냥 그 사람들이 보인다.
    April 2012 @KAAT, Kanagawa Arts Theater, Japan ⓒTsukasa Aoki

    April 2012 @KAAT, Kanagawa Arts Theater, Japan ⓒTsukasa Aoki

  • 우리는 연극을 알고 있다. 아니 ‘연극은 이러해야 해’라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 연극 <현위치>는 이러한 공유된 생각에서 가장 멀리 위치해 있었다. 최소한 내가 본 연극 중에선 그러했다. 그래서 <현위치>는 재미가 없다. 극적이지도 않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연극이 극적 재미만을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오히려 연극 <현위치>는 연극적이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가장 진실되어 보였다. 그것이 이 연극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다.

태그 현위치, 페스티벌 봄, 오카다 토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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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길

김성길 재무컨설턴트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이며 아마추어 연극배우이자
극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lgfksk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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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2호   2013-04-18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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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빵
오빠 멋지닷

2013-05-17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