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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하고 코끝 찡한
<콜라소녀>

김연희_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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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던 날. 장례식장 한쪽 방에서 잠을 자던 날 깨운 것은 문 밖에서 들리는 어른들의 싸움 소리였다. 아마도 할머니 앞으로 남겨진 얼마 되지 않는 땅에 대한 문제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둡고 좁은 방안에서 눈만 뜬 채 그 소리를 고스란히 들으며 내가 알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엿듣는, 죄짓는 기분이 들었었다.

    이런 일은 특수한 몇몇 가정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가정들은 돈이든, 감정 문제든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부모님이 바뀌는 출생의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간의 얽힌 가정사가 마음 한편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비밀을 공유하는 것 또한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아닐까.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을 공유함으로서 가족들 간의 결속력이 더욱 강해지는 이유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콜라소녀>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이러한 가족 이야기가 과연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많이 궁금했다. 내게 있어 콜라의 이미지는 마냥 시원하고 차갑고 청량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잊고 있던 콜라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 그 안의 탄산 때문에 코끝이 찡하게 아파오면서 눈물이 난다는 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 공연은 마치 차가운 콜라를 벌컥벌컥 마신 듯 코끝은 찡하게,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게 만들었다.

    콜라소녀

    정겨운 시골집에 할머니와 손녀, 그녀를 좋아하는 어리숙한 남자까지 등장하여 웃음을 줌으로서 마냥 따뜻할 것만 같던 공연은 가족들이 하나둘씩 등장할수록 서로를 향한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며 점점 불편해져간다.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비꼬는 말들이 서로를 향해 공격적으로 던져지는 상황이 계속되자 즐겁게 웃던 관객들 또한 웃음을 잃어간다.
콜라소녀
이야기는 노모를 모시는 큰 아들의 환갑날을 맞아 잔치를 준비하는 시골집에서 시작된다. 환갑을 맞아 오랜만의 형님의 집을 찾았다는 둘째와 셋째 부부는 사실 그 지역에 들어설 대규모 레저타운을 통해 땅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그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속셈이 있다. 목적이야 어쨌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점 오해와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슬슬 언성을 높인다. 그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 노모는 갑자기 쑥부쟁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나루터로 가족 소풍을 가자는 제안을 한다. 남편이 외도로 낳아온 막내딸 명희는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었지만 끝내 인정을 받지도 못했고, 가족들은 그녀의 죽음조차 쉬쉬하기만 했다. 명희를 뿌린 그곳에서 노모는 차마 놓지 못했던 어린 명희를 떠나보내고, 살아생전 찍어보지 못한 가족사진에 함께 찍힐 수 있었던 명희는 행복한 마음으로 떠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원망과 오해가 풀린다.

콜라소녀

새벽에 들렸던 어른들의 싸우는 소리는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다음 날 아침 주무시는 것처럼 곱게 누워계시던 할머니 앞에서 어른들은 통곡하고 서로를 위로하였다. 나에게 <콜라소녀>는 그 때의 일을 자꾸 상기시켜 주었다. 육십갑자를 돌아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환갑, 겨울엔 죽은 듯 보이지만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나는 꽃들, 번데기가 죽고 나비로 다시 태어나는 탈피. 극 중 등장하는 이런 장치를 통해 작가는 말하고 있다. 삶은 다투고 화해하고 상처받고 치유하는 것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임을, 그리고 그런 크고 작은 다툼 또한 내가 앞으로 겪어나가야 할 삶의 한 부분임을.

[사진출처 : 코르코르디움, 극단 작은신화]

태그 콜라소녀, 극단 작은신화, 김숙종, 최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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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연희씨

달콤한 연희씨 책보다 공연과 여행을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
아직 서툴고 모자란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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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9호   2013-08-0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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