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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과 처지는 달라도
<나, 왔어요... 엄마>

이희나 _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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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명품"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고 너무도 자연스럽다. 연극이 끝났을 때는 마치 한 권의 책을 보고 덮은 기분이 든다. 주인공은 나이 든 아줌마, 후쿠에와 그 아들 아키오. 후쿠에는 황혼에 사랑에 빠진 여자이다. 아키오는 시골에서 자라면서도 도시를 꿈꾸고, 어릴 적부터 장래희망이 "대기업 셀러리맨"라고 말할 정도로 현실적인 남자다.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그들 나름대로 고통을 안고 있다.
    이런 일은 특수한 몇몇 가정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가정들은 돈이든, 감정 문제든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부모님이 바뀌는 출생의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간의 얽힌 가정사가 마음 한편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비밀을 공유하는 것 또한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아닐까.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을 공유함으로서 가족들 간의 결속력이 더욱 강해지는 이유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 왔어요... 엄마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엄마고, 아빠는 아빠라서 자주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황혼에 사랑에 빠진 두 남녀를 보며 남녀의 사랑은 당연히 젊은이들만의 특권이라고 여겼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자식들이 그 두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다. 돌아가신 다른 한 분(아빠 혹은 엄마)에 대한 미안함, 자식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민망함, 이런 난처한 상황을 만든 엄마(혹은 아빠)에 대한 미움... 복잡할 거다. 나이 든 두 남녀가 사랑을 확인했지만 주변에 알리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는 모습,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의 반응까지 이 작품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알리려고 마음먹어 놓고도 미루고 발뺌하는 장면에서는 나이가 많은 어른인데도 아이 같아 절로 웃음이 난다. 황혼 커플의 입장과 그 커플의 자녀 두 입장을 다 지켜볼 수 있는 작품이다.

    원작이 일본 소설이다 보니 작품 공간도 일본이다. 일본 남자들이 무뚝뚝하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아키오의 아빠도 전형적인 일본사람이었나 보다. 작품 속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엄마와 아들의 대화에서 어떤 아빠였는지 알 수 있다. 아키오의 아빠, 즉 일본 아빠의 마음을 후쿠에의 애인 나오부미가 대변한다. 초등학생이었던 아키오의 아빠가 아들이 화장실에 한 낙서를 보고 불 같이 화냈듯, 나오부미도 비틀즈를 좋아하던 아들이 레코드를 모으거나 노래를 들으면 다 버리고 부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나오부미는 후회한다. 그 때 아들이 좋아했던 일을 빼앗은 것에 대해서... 후쿠에가 한 말에 따르면 아키오의 아빠도 후회를 하셨다. 하지만 아키오의 아빠와 나오부미는 당사자인 자식들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무뚝뚝하다고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도, 끝까지 자신의 본심을 전달하지 못 한 것이다.
나, 왔어요... 엄마
나, 왔어요... 엄마

이 연극은 후쿠에라는 황혼의 아줌마가 사랑에 빠진 이야기와 정리해고를 보여준다. 정리해고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함께 다룬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과 관계없이 자신이 맡은 일을 정말 일로만 처리하는 ‘악마’ 아키오가 극의 마지막이 되면 ‘천사’라는 호칭을 얻는다. 어떤 이유로 아키오의 태도가 변했는지는 이 연극을 직접 보고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오부미가 그 윗세대 아빠를 대표한다면 정리해고 피해자인 기베는 현재의 보통 아빠를 상징한다. 조금 더 여린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다. 자신을 정리해고 한 아키오네 집에 쳐들어와서 하소연 하고 먹을 것을 축내고 또 찾아와서 울며 위로받고 싶어 하는 모습은 가장이라기보다 그저 한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그런 그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다시 강한 남자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장면에서는 짠했다. 슈퍼맨일 것 같은 그들도 어딘가 에서는 위로받고 싶어 하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이 그저 황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황혼의 커플, 직장인, 유학생, 집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가업에 치여 사는 아내 등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이 연극이 전하는 메시지는 모두가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달라 보이는 이유는 자신의 나이와 위치에 맞게 행동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그 본질은 모두가 같다.

[사진제공 : 극단산울림, 촬영 :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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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나

이희나 대학생
연극의 매력에 풍덩 빠진 오타쿠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도 함께 허우적 거리길 바라는 물귀신 블로그 blog.naver.com/qhd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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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0호   2013-08-1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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