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아버지는 그곳에 없다
<아버지의 집>

박일호_북칼럼니스트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리뷰공모전 참여안내

아버지의 집
<아버지의 집>2013.10.2~20
김윤희 작 / 박정희 연출
개천절 공휴일날,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딸아이를 데리고 연극 <아버지의 집>을 보기 위해 남산예술센터를 찾았다. 서울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남산 자락에 위치한 드라마센터를 보는 순간 대학로의 비좁고 답답한 지하 소극장에 익숙해있던 눈과 마음이 한꺼번에 밝아오는 느낌이었다. 상하常夏의 나라인 싱가폴에서 막 돌아온 딸아이는 겨울이라도 온 듯이 춥다고 엄살을 떨며 팔짱을 거느라 수선을 떨지만, 남산은 저혼자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고 있었다.

아버지의 집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에는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의 중요성과 의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공허하게 비어 있다. 몇 해 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쓴 시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엄마가 있어서 좋다./ 나를 이해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가족 내부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의미심장한 시다. 제2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아버지의 집>은 집이 해체되고 다시 지어지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의 부재不在’와 아버지라는 종이 사라지고 있음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가 물질적 풍요로움과 다양한 선택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내면적으로는 정신적인 결핍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 역시 결핍이라는 상처를 안고 산다. 주영, 소현, 송현, 케이타는 아버지의 부재로 자기 삶이 완전하지 못하고, ‘나’라는 존재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신적인 공허함과 마음의 불안을 채워줄 수 있는 이유를 아버지에게서 찾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가 없는 ‘집’은 머물러야 할 곳임에도 불구하고 늘 뛰쳐나오는 장소가 되어 버린다. 마치 세상에는 떠나는 사람과 떠나려는 사람만이 존재한다는 듯한 태도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중략)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중에서)
<아버지의 집>은 ‘아버지가 지은 집’을 모티브로 이 시대의 ‘아버지의 부재’를 무대로 이끌어내어 가족의 의미를 넌지시 묻고 있다.

아버지의 집
아버지의 집


피곤한데다 고등학교 2학년이 보기에는 다소 지루했는지 내 어깨에 기대 설핏 잠이 들었던 딸아이가 극중에서 돌을 던지는 날선 소리에 놀래 퍼뜩 잠에서 깨어 팔을 세게 껴안는다. 극장문을 나서며 남산예술센터를 배경으로 부녀가 셀카를 찍고 명동에서 닭꼬치도 사먹고 가을옷도 한 벌씩 장만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어설픈 애비노릇하며 보낸 하루였다.

[사진제공: 남산예술센터]

태그 아버지의 집

목록보기

박일호

박일호 북칼럼니스트
출판서평전문잡지<기획회의>에 서평을 연재하고 있으며, 읽고 쓰고 걷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로 북촌, 남산, 대학로에 있을 때가 많다.
blog.naver.com/ik15(구름을벗어난달)

리뷰공모전 바로가기

웹진 33호   2013-10-10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