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시간을 넘나들며 날아가는 갈매기
[객석다이어리] <가모메>

김연희 _ 사서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리뷰공모전 참여안내

가모메
<가모메>2013.10.01~26
타다준노스케(연출)
성기웅(각색/협력연출)
가모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대인가 쓰레기장인가. 과연 이곳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할 공간은 있는 것인가? 꽤나 많은 공연을 봤던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그동안의 공연 무대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극장 중간에 놓인 무대, 양 옆에 서로 마주보고 길게 놓여있는 객석. 엄청난 태풍이 휩쓸고 간 듯한 무대는 공연의 시작이 아니라 끝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대 위에는 구겨진 신문지들이 빽빽하게 널려있고, 폐품처럼 보이는 의자와 옷장들이 널브러져 있다. 소리가 날까 의심되는 먼지 쌓인 LP판부터 현재 아이돌 가수들의 CD까지 현재와 과거의 물건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있고, 비디오는 TV화면을 통해 무대 전체를 조망한다. 무대의 소품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머릿속에서 정돈해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뒤섞여있다. 오래 방치되어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무인도의 한 바닷가 같은 공간에서 1930년대 일제강점기와 중일전쟁을 배경으로 황해도 한 연안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모메


일제강점기이던 1936년 여름, 프랑스의 예술 형식을 동경하며 새로운 연극 예술을 표현하고자 하는 청년 류기혁이 있다. 그의 홀어머니는 도쿄와 조선을 오가며 활동하는 유명한 여배우 차능희. 연인인 일본인 소설가 쓰카구치 지로와 함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을 경멸하는 아들과 사사건건 감정싸움을 한다. 어느 날 저녁, 기혁은 연인인 손순임을 주인공으로 한 자신의 희곡을 공연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의 반응에 화를 내며 공연을 중지시킨다. 이후 순임과 쓰카구치, 기혁, 능희가 사각관계에 빠져들고 그 주위의 인물들 또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고 아파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중일전쟁이라는 큰 사건이 다가온다.

얽혀가는 그들의 관계는 애절하거나 아름답다기보다는 마냥 답답하기만 하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쫓아 오로지 남자 하나를 보고 낯선 땅으로 달려가는 순임은 무모해보이고, 아버지의 압박에 자신의 외사랑은 숨기고 일본인과 결혼하는 애자는 안타깝다. 쓰카구치에게 총까지 겨눠가며 그의 애정을 갈구하는 능희는 무섭기까지 하다. 기혁과 애경에게는 사랑 앞에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포장되지 않은 그 날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1930년대도, 2013년 현재도 사랑 앞에서 이상적으로 솔직하고 아름답게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이해는 되고 공감은 갈지 모르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불편하다. 각자가 선택한 사랑이 불행해보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의 인생에 대해 제3자인 내가 평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그들의 관계에서는 바라봄이 느껴지지 않는다. 애정이 담뿍 담긴 소통이 없다. 일방적인 전달과 외면이 그들의 관계를 지배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땅처럼 그들도 갈라지고 무너진 채 그렇게 살아간다. 끝끝내 사랑하는 여인을 잡지 못한 기혁이 농약을 마시고 쓰러진다. 그를 시작으로 무대 위 자막이 뜨는 곳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하리라 생각되는 년도가 뜨고 그것들이 기록되어있을 법한 신문 위로 하나하나 눕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가 일어나 퇴장하고 마치 환생한 사람들처럼 아무 것도 모른다는 눈빛과 함께 무대에 그들은 돌아온다.


가모메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이 밝아질 때까지 그들은 결코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극은 우리에게 되물었다. 지금 우리들 또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가. 인생사 돌고 도는 무상함이라지만, 그 무상함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하고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고.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www.doosanartcenter.com]

태그 가모메

목록보기

달콤한 연희씨

달콤한 연희씨 책보다 공연과 여행을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
아직 서툴고 모자란 관객
트위터 @sweet_kyh / 블로그 likekangta.blog.me

리뷰공모전 바로가기

웹진 34호   2013-10-24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