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예술에 정답은 없다
<광부화가들>

조희정 _ 디자이너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리뷰공모전 참여안내

    예술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 본래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활동이나 그 작품들을 일컫는 것으로 그 시작은 ‘감상’의 목적도 있지만 ‘소통’을 위함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 그것이 예술이 가지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예술이 특정계층의 향유 물처럼 여겨지기 시작했고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졌다. 지금은 예술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야하고, 특정한 장소에 가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마주한 예술품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도 대부분 당연하다고 여긴다. 예술은 어렵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예술은 알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어렵기만 한 것일까?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Lee Hall은 1934년부터 1984년까지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활동한 광부화가공동체인 애싱턴 그룹The Ashington Group의 실화를 통해 예술은 “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인가, 아니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예술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에 접근한다.

    광부화가들


    “그냥 저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다고.” 극은 라이언이 미술사 수업을 하기 위해 탄광촌에 위치한 애싱턴의 노조교육관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미술관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광부들에게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들은 고작 천사 그림이나 보려고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며 그림을 이해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가르쳐줄 것을 요구한다. 라이언은 ‘그림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며 설명하지만, 그림을 직접 본적조차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쇠귀에 경 읽기’일 뿐. 결국 라이언은 직접 그려보는 것이 가장 좋다며 그림을 그려볼 것을 제안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그려보는 것! 이전까지는 한 번도 붓을 쥐어본 적 없던 지미와 조지, 올리버, 해리였지만 한 장, 한 장씩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그림에 담아내기 시작하고,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점점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미술교실을 방문한 미술애호가 헬렌 서더랜드와의 만남을 계기로 명성을 얻게 되고 ‘애싱턴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게 된다. 특히 화가들을 후원하는 헬렌은 남다른 재능을 보인 올리버에게 전업화가로 나설 것을 권유한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올리버에게 화가로의 전업은 다시없을 기회지만 오랜 고민 끝에 헬렌의 제안을 거절한다. 자신의 그림은 광부로서의 삶에 뿌리박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술은 교육받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노동 현장은 훌륭한 예술적 토양이 될 수 있다.”

    연극 <광부화가들>은 예술이란 어려운 학문의 한 분야가 아니라 나를 알아가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며, 광부들의 변화를 통해 직접 보고, 그리는 사람들이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극은 쉽고 친숙한 방법으로 예술에 접근한다. 누구나 예술이나 회화를 접했을 때 가져봤을 어려웠던 느낌들과 의문들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무대 위 광부들의 질문이 곧 관객들의 질문이며 그림 앞에 선 그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무대 뒷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작품에 소개되는 명화들과 애싱턴 그룹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데 광부들이 그린 그림이 소개될 때마다 작은 탄성이 쏟아진다. 그리고 ‘와! 나도 저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예술작품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중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말한다. “예술에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보는 이의 질문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광부화가들


    극은 예술을 소재로 다루지만 전혀 어렵지도, 난해하기도 않다. 회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이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이해가능한 선에서 눈높이를 맞춘다. 예술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광부들이 화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데다 충분히 개성적인 인물들은 균형감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2막에서는 극의 흐름이 다소 느슨해지기는 하지만 관극 내내 마치 공부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관극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만한 호기심으로 좋은 경험을 선사했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회화나 예술을 접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의 길을 걷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볼 만큼 연극 <광부화가들>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 뿐 아니라 연극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진제공 : 명동예술극장]


태그 광부화가들, 명동예술극장, 이상우

목록보기

조희정

조희정 디자이너
조금은 느리지만 언제나 열린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E-mail. idella@naver.com 
Blog. http://idella.blog.me

리뷰공모전 바로가기

웹진 35호   2013-11-07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