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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의 불은 무엇인가
[객석다이어리] <살>

곽혜영_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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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연극<살> 13/11/6~12/1
이해성 작·연출
고액연봉 딜러/ 고도비만/ 덩어리 살/ 기러기 아빠/ 간수치/ 어머니의 간암 말기 선고/ 간이식 수술 / 자본주의/ 프로메테우스/ 정부와의 문제/ 헤지펀드 탱고의 스카우트 등 이런 단어들이 귓가에 계속 들린다. 뭔가 불편하다. 이러한 말들 사이에 주인공 신우가 있다.

살

연극 <살>에서 사용되는 ‘살’이라는 단어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키워드다. 한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살’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살이 찔 걸 뻔히 알면서도 기름진 고기나 술을 먹고 또 먹는다. 거기에 방송매체 뿐만 아니라 SNS 등에서 맛집을 소개하고 그곳에 가지 않으면 ‘핫’플레이스를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살이 찌면 행복하지 않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살을 빼기 위해 먹는 것 이상 돈을 들인다. ‘살’은 찌던 빼던 간에 한국 자본주의 사회를 아우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산물인 것이다.

살

고도비만자 신우는 살이 찐 것 말고는 자본주의 시대에 성공한 인물이다. 잘나가는 고액연봉의 딜러이며, 기러기 아빠라고 하지만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외국에 보낼 수 있는 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헤지펀드 회사인 탱고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가장 승승장구하던 이 때 아니 예전부터 진행되어온 균열이 신우 인생에서 조금씩 나타난다.

이 균열은 ‘간’이라는 장기를 통해 드러난다. 신우의 어머니가 간암 말기로 선고를 받으면서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지만, 그는 간수치가 높아 바로 간이식 수술을 할 수 없다. 또한 스카우트를 제의를 받은 탱고에서는 건강검진을 통과해야하지만, 어머니가 간이식을 한다고 산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며 수술을 반대한다.

그는 어머니의 간이식, 다이어트, 죽음, 탱고의 조건 등에 갈등하며 “고도로 발전한 세상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왔건만 고도가 나를 죽이는구나.”하는 탄식의 대사를 내뱉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우의 모습은 현대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현대사회는 급변해간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슈퍼맨 같은 능력을 요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본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같은 욕망을 꿈꾼다.

신우도 젊을 때는 의식 있는 청년이었다. 삶을 살면서, 아니 살아내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대학 때 사용했던 프로메테우스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인터넷 논객으로 활동하며 경제 추이를 예견하는 글을 써 주목받으며 정부의 감시까지 받는다. 상반된 신우의 행동은 모습은 자본주의의 혜택에서는 벗어날 수는 없지만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하나의 작은 몸짓이다.

살

<살>은 잔인하다. 신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직면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지만, 그가 탱고의 헤드헌터를 만나는 사냥터에서 총소리와 함께 터지는 피의 영상은 누구도 아닌 우리를 향해 터지는 것 같다. 정신 차리라고... 첫사랑 유선은 변해버린 신우에게 왜 이렇게 변했는지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다그친다. 유선은 신우에게 다시 한 번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신우는 욕망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예전의 그는 불이 사랑이라고 대답했고 그것조차 기억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신우는 유선을 통해 뼛속까지 자본주의를 겪고 변해버린 그 자신을 바라본다. 유선은 깨어나라고, 더 이상 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내면서 신우는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 준 불이 욕망의 큰 불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유선의 작은 촛불에서 다시금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듯 그도 작은 희망과 함께...


 
[사진제공 : 남산예술센터]


태그 고액연봉 딜러,덩어리 살,고도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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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혜영

곽혜영 독립기획자
시각예술을 전공했고 문화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을 하고 있다.
hyeyounggw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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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6호   2013-11-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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