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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명동예술극장

서가영_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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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talk to you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2014.4.16 ~ 5.11


  • 오늘날 우리들은 서로 같은 공간에 마주앉아서 각자의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눈을 맞추고 살갗을 부딪히며 말 할 수 있는 상대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자, SNS,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타인과 대화한다. 심지어 함께 있는 눈앞의 상대와 핸드폰을 통해 문자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현대인이 흔히 겪고 있는 소통의 단절이면서 목적이 전도된 아이러니한 소통방식을 보여 주는 흔한 예다. 자신의 일상 혹은 자신의 ‘말’들을 게시하는 SNS를 통해 사람들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독백처럼 중얼거린다. 이 작품은 이러한 ‘현대식 소통법’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그린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누군가와의 대화와 소통을 강하게 열망하면서도 정작 함께 있는 사람과는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다. 이들은 계속해서 무언가와 소통을, 어딘가로 교신을 시도하지만 상대방과의 물리적인 거리, 언어의 다름, 육체적인 혹은 정신적인 질병, 공간을 메운 다른 소리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해 그 시도들은 어려움을 겪거나 심한 경우 완전히 실패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끝없는 시도와 그 단절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존재들이 바로 우주비행사들이다. 그들은 지구와의 교신이 완전히 끊긴 채 우주선 안에 갇혀 지구 주변을 끝없이 맴돌고 있다. 이들은 지구에 두고 온 딸, 한때 사랑했던 연인과의 대화를 열망하지만 정작 서로간의 대화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떠나온 지구 혹은 우주 어딘가를 향해 계속해서 대답 없는 메시지를 보내고, 훗날 누군가가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항해 일지를 매일 기록한다. 이 시도들은 그들이 거듭되는 좌절과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을 거쳐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들은 여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시도를 하기 위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드넓은 우주로 몸을 던진다. 그들의 이 새로운 시도가 그들에게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알 수 없다.

    I want to talk to you

    스코틀랜드, 런던, 프랑스, 오슬로 등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장소를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된 무대는 기본적인 성격이 추상적이고 중립적이다. 언뜻 봐서는 그냥 사다리나 난간처럼 보이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철제 구조물들이 무대 전체에 배치되어 있고, 이 구조물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각각 공원의 벤치, 거실의 소파, 우주선 내부, 테라스, 지하 클럽의 무대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그리고 무대 뒷벽은 세 개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채워져 있다. 스크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TV화면이기 때문에 고화질의 정교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영상 역시 장소의 변화에 따라 바뀌며 공간을 구성하는데, 런던의 지하 클럽이나 동네 술집과 같은 공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소에서 마치 우주 한가운데를 연상시키는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인다. 이 밤하늘은 장면이 진행됨과 동시에 계속해서 움직인다. 밤하늘, 즉 우주는 이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단절된 곳이고, 정착에 있어서 중요한 힘인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곳이며, 미지의 세계이고 공포와 동경의 대상이다. 이 때문인지 모든 영상에서 밤하늘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게 표현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밤하늘 영상이 너무 자주 사용되다 보니 그 아름다움과 화려함이 빛을 잃는 듯한 느낌이다. 또 모든 곳의 하늘이 비슷한 모습으로 표현된 점이 아쉬웠다.
    작품에는 장소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총 13명의 인물들은 다양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조합으로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작품 전체에 걸쳐서 등장하는 나스타샤를 제외한 다른 열두 명의 인물들을 여섯 명의 배우가 1인 2역으로 소화한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 특이한 말투와 억양, 혹은 말버릇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옷차림과 함께 각 인물들을 특징지어 준다. 이는 한 배우가 1인 2역을 할 때 각각의 인물들을 구분하는 장치로도 사용되고, 상대방과의 대화에 있어 소통을 방해하거나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인물들의 성격과 그의 지난 삶과 겪은 사건들을 그대로 담아내며 각자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독자적인 하나의 ‘매체’로서 작용한다.
I want to talk to you

  • I want to talk to you

    작가가 이 작품에 대해 ‘이것은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보는 이들도 자신과 공간적으로 전혀 유사성이 없는, 그리고 어떤 부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각각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고 그에 대해 사유하면서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작품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영상들과 개성강한 캐릭터들로 꽉 채워진 무대는 그럴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마치 이 작품 속에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물들의 대화 방식처럼 수많은 이야기들과 다양한 감각적 정보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고 내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의 여지 역시도 제한되고 있는 듯하다. 작품 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누군가와의 소통을 갈망하면서, 어딘가로 “I want to talk to you”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 그러나 그 메시지들의 수신인을 찾아 무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영상 속의 밤하늘처럼, 그리고 우주선 안에 갇혀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주비행사 올레그와 카시미르처럼 무대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맴돌고만 있다. 자신을 가둬 왔던 우주선을 과감히 버리고 우주로 몸을 던진 우주비행사들처럼, 그리고 소통의 대상과 소통의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이 있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가는 다른 인물들의 여정처럼 무대 위를 떠도는 메시지들이 밖으로 새어나올 수 있는 ‘틈’들이 절실해지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사진제공: 명동예술극장]

 

태그 명동예술극장, 메시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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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영

서가영 연극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sky102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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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호   2014-06-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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