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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예술에 의한 예술을 위한, 끝없는 순수성
명동예술극장 <길 떠나는 가족>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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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길 떠나는 가족> 포스터
명동예술극장
<길 떠나는 가족>

2014.6.24~7.13


  •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카페테라스 의자에 앉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학이나 과학은 공식이나 원리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예술에는 왜 공식이 없을까. 혹시 내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예술도 수학이나 과학의 공식처럼 외워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원리대로 처리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굴에 내리쬐는 햇볕은 좋았지만 한번 시작된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무거운 날이었다. 그런데 그때 얼마 전에 관람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작 김의경, 연출 이윤택)이 떠올랐다.
    몇 년 전 지인의 추천이 있었지만 시기를 놓쳐 아쉽게도 관람하지 못하고, 홍보 포스터로 느낌만 접했기에 이번 공연이 반갑기만 했다. 또한 김의경 작가와 이윤택 연출가가 1991년 초연 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점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극 속에서 이중섭 화가의 삶과 예술은 화선지에 스며드는 먹물처럼 번지고 번져 머릿속 무겁고 어두운 생각을 지우기 시작했다.

    예술에 대한 예술에 의한 예술을 위한, 끝없는 순수성

    화가 이중섭은 천재 화가였으나 비참하게 생을 다했으며, 그의 작품은 공식도 원리도 없다. 단지 자신이 경험하고 본 것 그대로를 마음껏 표현했을 뿐이다. 그의 삶이 그림이고 그림이 이중섭 자신이었다. <길 떠나는 가족>은 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무대라는 평면 도화지 위에 그리고, 채색하고, 오려내어 입체화되는 효과를 낳는다. 마치 그의 영혼이 작품 속에 스며들어 다시 살아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한 장 한 장 그의 삶을 관조하고 넘기는 사이 공연은 점점 두꺼워졌고, 마지막에 등장한 소는 강인한 근육과 몸체를 가진 소로 분신하여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길 떠나는 가족>으로 탄생한다. 여기에 한국적인 선과 동작으로 무대를 그려나간 배우들의 움직임과 소리들이 모아지고 이윤택 연출만의 색깔이 더해지니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는 평범한 작품이 아닌 개성과 색깔이 있는 작품으로 완성이 되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을 통해 이중섭 화가는 더욱 작품에 몰입한다. 이중섭은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인 소와 자연, 그의 분신과 가족과 마침내 하나가 되어 작품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그는 자유로운 길을 떠난다. <길 떠나는 가족>은 아픈 시대 상황 속에서 이룰 수 없었던 그의 꿈을 죽음을 통해 이루어갔던 이중섭의 이상향이며, 이런 삶은 끊임없이 돌고 도는 여행으로 그려진다. 그의 길은 결국 끝이 없는 원형으로 형상화된다. 이중섭의 영원한 여행 속 원형은 가장 완전한 것이면서 반복되고 재생되는 것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도 동일하게 투영된다. 또한 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목각 인형(아이)은 그의 영혼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분신으로 표현되는데, 목각인형의 섬세하고 느릿한 움직임은 극을 집중시키는데 충분했으며, 애달픔마저 느껴졌다.

    예술에 대한 예술에 의한 예술을 위한, 끝없는 순수성

    이중섭은 어두운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쉼 없이 그리면서도 희망했다. 그리운 것들에 대해 재회할 것과 그림과 자연, 자신이 하나가 될 것을 원했다. 이것이 예술을 하는 자의 공식이나 답이 아닐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순수성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그리고 그리는 것 말이다. 여기에 다른 학문과 차이가 있다. 공식과 원리를 중요시 하는 시대에 예술이 견디는 힘은 강인한 고집과 순수성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그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문득 햇볕을 쬐며 던졌던 질문의 답이다.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태그 리뷰공모전 선정작,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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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이미영
대학에서 희곡을 전공하였고,
깊이와 넓이가 있는 극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희망찬 내일을 준비 중.
hard31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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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호   2014-08-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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