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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 <어닝 쑈크>

‘어닝 쑈크’란 투자자들이 기대한 것보다 기업의 실적이 매우 낮아서 충격을 받는다는 경제학 용어이다. 이천 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만든 공연이 162,980원이라는 실적을 냈다는 결과에 충격을 받은 창작자들이 만든 공연이라는 호기심 때문에 시간과 돈을 지불했다. 나 역시 생활이 불가능한 실적을 내는 공연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버틸까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실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으니 티켓과 함께 번호판을 나눠준다. 번호판은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패들이며, 극장에 들어서면 카지노에서나 볼 수 있는 칩을 나눠준다. 좌석은 지불한 티켓값에 따라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스탠딩으로 분류되어 있고 무대 조망권에 차이가 있다. 패들의 색상도 좌석 등급에 따라 다르다.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 관객은 ‘돈을 벌려고 온’ 투자자가 된다.

공연은 셀프 인터뷰 형식과 경매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 사람씩 등장하여 각자 돈을 어떻게 벌어왔는지, 자신의 직업에서는 세계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알려준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칩을 사용하게 만들고, 칩을 받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팁을 공개한다. 그 순간 카지노 딜러 경력 10년에서 얻은 팁은 관객이 제공한 칩의 액수만큼 수치화된다. 무형의 가치가 화폐로 교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뒤이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경매에 내놓는다. 처음으로 산 명품백과 처음으로 발행된 기념주화. 수치화할 수 없는 가치들에 대해서 말하고는 마지막에 공연에 대한 만족도를 숫자로 다시 표현해달라고 요구한다. 왜 다시 숫자를 요구하는 것일까.

162,980원이라는 이전 공연의 결과는 ‘해보카 프로젝트’의 예술성을 수치화한 것인가. 이런 물음을 없애기 위하여 ‘해보카 프로젝트’는 새로운 계산방법을 만든다. 공연 중간에 관객이 직접 공연에 대한 기대치를 숫자로 적어서 웹상에 있는 홈페이지에 제출하도록 한다. 공연이 끝날 때쯤 다시 홈페이지에 공연을 통해 얻은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제출하게 한다. 전체 관객의 만족도에서 기대치를 뺀 결과 값은 공연의 실적이 된다. 그 숫자만큼 공연은 가치를 드러낸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시 숫자를 사용했다. 다른 계산법에 만족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 <어닝 쑈크>

관객이 직접 무대 위에 나와 카드 게임을 하고, 무대 위 인물들이 관객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경매로 좌석이 이코노미석에서 퍼스트 석으로 업그레이드되고, 꿀팁에 대해서 칩을 지불하고, 스파클링 와인을 놓고 경매를 참여한다. 관객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연의 주인공이 된다.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면서 일상의 거래 행위가 자연스럽게 극장 안에서 복기된다. 그러나 관객을 직접 공연에 개입시킨다고 무조건 흥미로운 공연이 되는 건가? 관객이 연극에 개입하는 행위 자체를 신기하게 여겨야 하나. 관객이 연극이라는 놀이 안에 빠져드는 것과 설문 조사를 단체로 하는 것은 다르다. 반복되는 개념의 체험으로 산만한 행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느낄 여지가 있었다.
이외에 경매가 흥미롭게 진행됐더라면 최저가 35,000원짜리 스파클링 와인이 경쟁심리에 의하여 5만 원에 판매됐듯이, 연출가가 볼품없는 작품을 미술 시장에서 고가에 구입한 것이라며 300만 원에 판매하려 했던 효과가 잘 드러났을 텐데 설정의 부족으로 시도만 드러나서 안타까웠다. 일반인의 눈에는 명작의 모방일 뿐인 작품이지만 미술 시장에서는 300만 원의 가치로 거래되는 작품을 보면서 ‘돈’의 빈곤함과 맨얼굴이 드러난다. 돈이라는 숫자가 나타내는 가치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매 상황이 관객의 욕망을 자극시킬 수 있는 설정이었다면 욕망에 불타올라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과 그 관객을 바라보는 시선이 또 다른 연극을 만들어냈겠지만 약간 엉성한 시도로 그쳤다.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 <어닝 쑈크>

이외에 일반인이 출연한 것은 실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생생함은 있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아쉬웠다. 여섯 명의 인물들이 들려주는 ‘돈’ 이야기가 피상적이었다. 카지노에서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인생을 망친 사람을 보고 실망스러웠고, 항공기 고객들이 비즈니스 석에서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서비스는 좋아하지만 이코노미 석으로 다운그레이드 서비스는 불쾌해한다는 얘기는 듣지 않아도 예상 가능한 말들이다. ‘돈’ 이야기는 결국 ‘삶’의 이야기다. 각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돈’의 세계를 보여준다면 돈의 여러 스펙트럼을 더욱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공연의 여러 직군의 사람들은 기능적이고 피상적인 역할에 그쳤다. 그래서 공연이 하려는 말에 비하여 너무 많은 직군들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장면들도 수집을 많이 했지만 놀이의 원리와 변주를 이용하였다면 산만함을 조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뮤지션으로 등장한 윤현종은 ‘시간’의 가치에 대해서 말한다. 돈을 벌려면 창작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살아가려면 창작만 할 수 없고 돈을 벌 시간이 필요하다고. 창작하는 시간과 돈을 버는 시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사용해야 최고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공연 내내 ‘시간’의 개념은 드문드문 나왔지만 어디로 떠다니는지 잡기 어려웠다. 돈에 기준을 두기 보다는 자신을 위해 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것인가.

‘기존의 정형화된 형식이나 틀을 깨고 창조적 파괴를 통하여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해보카 프로젝트’는 경매 형식을 통해서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우리 생활을 드러냈다. 그러나 가장 새로웠던 것은 실제로 돈이 오갔다는 것이다. 공연이라는 가상의 시간에 가상의 돈인 칩으로 거래를 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 칩은 실제 돈으로 정산이 됐다. 칩을 반납하면선 누군가는 돈을 돌려받고, 누군가는 돈을 더 지불했다. 호기심에 대한 대가는 다들 잘 돌려받았는지 모르겠다. 티켓 값으로 지불한 돈보다 타인의 거래를 지켜본 시간에 대한 대가가 참으로 혹독했다. 그럼에도 돈 안 되는 연극을 앞으로도 꾸역꾸역 해나가겠지 싶다.

[사진: 공연팀 제공]

태그 어닝 쑈크,예술가,김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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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김연재 대학생
대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있다.
제84호   2016-01-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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