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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검열을 이야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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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공연계는 연극연출가 박근형을 둘러싼 검열 논란으로 소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박근형이 지난 201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올린 것이 중앙일보를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이 사건 이후 2015년 박근형 연출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창작산실 지원 선정작이었으나 박근형이 자진으로 철회하게 되면서 <개구리> 논란으로 인해 그의 신작이 검열당한 것이라는 논란이 공연계를 시끄럽게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문화계 검열의 주체들은 이러한 검열 논란에 대해 여전히 제대로 된 답변을 내어주지 않았다. 공연계 검열 사태는 더 나은 환경에서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도 머리가 아플 예술인들에게 자신도 어느새 검열당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고민까지 얹어주었다. 이에 대항하여 대학로의 연극인들은 6월부터 10월까지 릴레이 공연을 올리는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통해 공연계 검열 사태에 맞서는 힘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극단 드림플레이테제21의 김재엽 연출 작품 <검열 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 6월 9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연극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박근형을 둘러싼 검열 사태와 관련하여 알려진 사실들을 기록된 대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아나운서 역할을 맡은 배우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박근형 연출가, 도종환 국회의원,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실제 인물을 연기한다.

실제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은 기록된 사실을 토대로 쓰인 대사를 연기함과 동시에 자신이 맡은 인물을 연기하며 느낀 생각들을 말한다. 이를테면 박명진 문예위원장을 연기하는 배우 권민영은 자신도 이 인물에 이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연기를 하는 데에 있어서 답답함을 느낀다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또 다른 배우는 검열의 주체와 검열의 대상인 예술인 사이에서 실무를 보는 직원을 연기하면서 자신이 점점 이 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힌다. 이렇게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고서 연기함으로써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이로써 관객들은 검열의 대상인 예술인의 목소리만이 아닌 검열의 주체의 목소리까지 들어보며 무대 위 사건에 대해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검열 언어, 다소 생소한 말이다. 극에서는 검열 언어를 ‘검열의 주체가 검열을 할 때 사용하는 언어’라고 표현하면서, 검열의 주체들이 검열 행위에 대하여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를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극 속에서 나타나는 검열의 주체들은 검열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언어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검열을 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검열의 주체인 문예위나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하는 말에 그들의 의견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들은 누군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말에 묵묵히 동의한다는 말만 내뱉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동의라는 언어는 무언(無言)과 같다. 아무 의견도 들어 있지 않은 반복적인 끄덕임의 행위는 절박함을 두고 지켜보는 이들을 무력화한다. 검열의 주체들은 자신들이 검열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언어를 발견해내지 못했다. 자신들을 향한 아우성에 마치 들어줄 것처럼 귀를 열어놓았지만 눈은 감아버린 모습이 바로 그들의 얼굴이다.

극의 말미에 관객은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된다.

‘검열의 주체가 아닌, 언젠가 검열을 당했거나 혹은 언제든 검열당할 수 있는 우리는 어떤 언어로 검열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 검열 안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 검열은 권력을 쥔 자가 가시적인 방식으로 죄어오는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소하면서도 거대한 여러 종류의 인식이 겹겹이 쌓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방식으로 검열 당한다. 이 속에서 우리는 검열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 사실은 너무도 자명해서 부끄러울 일도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어떻게 검열을 이야기할 것인가. 당신이 당하는 검열에 대하여, 혹은 당신이 주체가 된 검열에 대하여, 그리고 스스로 검열하는 자신에 대하여.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막을 올리며 던져진 이 질문은 남은 스무 개의 작품을 향하고 있다.

[사진: 드림플레이테제21 제공]

태그 검열, 드림플레이테제21, 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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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아

례아 대학생
필자는 1996년 겨울에 태어났다. 2014년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그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2016년 3월 교내 요괴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이름만 올려놓고 바쁜 학교생활로 동아리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현재 체력저하로 휴학을 앞두고 있다.
Twitter @honeysucklelea
제94호   2016-06-2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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